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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오려던 계획을 수정하여 진작 한번 가봐야지 했던 역사박물관에 다녀왔다.


전시실은 기획전시실과 상설전시실로 나뉘어 있는데 기획전시실은 1층에, 상설전시실은 3층에서 5층까지로 되어 있다.


나는 먼저 상설전시실을 둘러보기로 했다.


3층은 '대한민국의 태동'이라는 주제로 개화기와 일제 강점기와 독립까지의 시기를 다루고 있다.

사실은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한국근대사에 관심이 크기 때문에 전시물들에 이목이 가는 것들이 많았다.


유길준의 서유견문이라던지 신미양요가 소개된 잡지라던지 최익현의 일성록, 면암집이라던지 조선이 외국과 맺은 통상조약 인쇄본, 조선의 풍물 등이 소개된 잡지, 유생들 사이에서 반발이 컸던 조선책략 등이 있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개항 이후부터 독립 전까지 사용된 태극기의 모형이었다.

지금의 태극기 모형으로 오기까지 여러 변화를 거치기는 했지만 태극기를 들고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떠올렸을 선조들의 마음이 떠올라서 가슴이 뭉클했다.


몰랐던 사실도 알 수 있었는데 고종황제가 헤이그에 특사를 파견한 것은 국사 시간에도 배웠기 때문에 알고 있었지만 이탈리아 왕에게도 친서를 비밀리에 보낸 적이 있다니 놀라웠다. 내용은 러일전쟁으로 대한제국은 중립국임을 알리는 것이었다고 한다.


을사늑약, 병합조약문 등을 볼 때는 차오르는 분노를 다스리기 어려웠다. 


일제 강점기를 둘러 보면서는 다음에는 독립기념관을 가보아야겠다 생각이 들었다.

일제가 뿌렸다는 궁성요배 전단, 황국 신민의 서사, 비석을 보면서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었다.

태평양 전쟁으로 조선의 소년, 소녀들을 강제로 끌고 나가려했던 사실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일례로 강제 징용 전 아내에게 남겼다는 남편의 유언장이 있었는데 참으로 가슴이 아팠다.

살아 돌아올지 알 수 없는 먼 길을 떠난 남편을 보며 아내는 억장이 무너졌을 것이다.


3.1운동을 시작으로 국내 뿐만이 아니라 해외에서 갖가지 독립운동의 모습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런 생각을 했다. 미국이 일본에 폭탄을 투하하지 않고 우리가 준비했던 독립운동이 결실을 맺어 자주적으로 해방이 되었다면 어떠했을까. 그랬다면 광복 후의 모습은 달라졌을지 모르겠다.


38선이 그어지고 남한은 미군정이 지휘를 하고 북한은 소련군이 지휘를 하며 한국사회는 점점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모해가는 모습도 보았다.



4층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제2공화국까지의 시기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10 총선거 유세전단이라던지 초대내각포스터, 최초헌법 등의 자료와 북한군이 남침을 게획한 선제타격 작전계획도, 스탈린이 마오쩌둥과 스티코프에게 보낸 암호 문서 등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자료인지라 가치가 있었다.


6.25 전쟁으로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이 땅에 버려졌을까. 학도병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는 눈시울을 젖게 만들었다.

"어머니, 나는 사람을 죽였습니다... 아무리 적이지만 그들도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욱이 같은 언어와 같은 피를 나눈 동족이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고 무겁습니다.(중략)"


여성사와 교육사의 발달을 연도별로 정리해두어서 한 눈에 볼 수 있어 좋았다.



5층은 대한민국의 정치사와 경제사, 문화사의 발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제3공화국이 들어서고 경제개발이 진행되면서 도시와 농촌은 급속도로 변모하고 더불어 국민의 의식도 성장하여 여러 민주화운동 등을 거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도표라던지 월남파병에 대한 보고서도 볼 수 있었고 새마을운동이라던지 반공구호에 따라 만들어진 물품 등도 구획별로 전시되어 있으며 TV, 전화, 선풍기, 에어컨의 초기 모델들, 대한민국 1호 고유모델 자동차라는 현대 포니 등도 전시되어 있었다.


그 중 나는 영화, 음악, 다방 등의 문화사에 눈이 돌아갔다.

직접 영상으로 그 시절 음악이나 영화, TV 드라마 등을 볼 수 있기 때문에 보고 듣는 즐거움이 가득한 곳이다.


한쪽 방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는 곳도 있었다.

어두운 정치사를 거쳐 어쩌면 여전히 현재진행형일지 모르는 정치사를 엿볼 수 있다.


이어서 대한민국이 세계로 도약하는 88올림픽의 유치, 한류, 한국 문화, 세계 시장에서 한국이 어떤 위상까지 올라있는지 보여주는 코너를 마무리로 하게 된다.


한 층을 내려오면 박물관을 다녀가는 사람들이 등불을 밝히는 코너가 있다.

문구나 사진을 찍어서 이메일로도 보낼 수 있고 배치된 화면에 영상으로 보낼 수도 있다.

나도 두 개의 등불을 밝혀 이메일로 보냈다.



1층은 기획전시실이 있는데 한쪽은 3D 입체영상으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보여주는 공간이고 맞은편 다른 쪽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해 대한민국의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모형들을 배치하여 직접 보고 만져볼 수 있도록 전시해 놓았다.


그리고 가이드의 설명을 들을 수도 있으니 쉽게 대한민국의 역사를 흐름에 따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을 내고 온 만큼 값어치가 충분한 공간이었다.

나는 4시간 정도를 들여 관람을 했는데 사실 더 보고 싶은 심정이었으나 체력이 받쳐주지 않아 더는 볼 수가 없었다. 다음에는 4층, 5층을 더 꼼꼼히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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