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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하는 이름, 가족

category 일상다반사 2013. 6. 10. 10:07

지난주 주중초부터 몸이 조금씩 으슬으슬 안 좋기 시작하더니

금요일쯤 되니 확실히 감기가 걸린 듯 콧물은 흘러내리고 목은 간질간질 재채기가 나고 있었다.


그렇게 오뉴월에 개도 안 걸린다는 감기에 걸린 나는

토요일 내내 집에서 더운 날씨에 선풍기도 켜지 않고 창문도 열지 않은 채 식은땀을 흘리며 

약을 먹고 낮잠을 내리 4시간을 자는 기염을 토했다.


자고 일어나니 그나마 어질어질하던 머리가 조금 나아졌다 싶으니

이제야 배가 고픈 것이 느껴졌다.

뭐 좀 먹을까 냉장고를 뒤적뒤적하던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어머니 전화였다.


지난달 가계비로 얼마 드리지도 못해 죄송한 마음이 있었는데

먼저 전화를 걸어주셔서 감사했다.

언제나 그렇듯 나와 남편의 안부를 물었다.

나는 아이가 된 듯 어머니께 감기가 걸려 골골대고 있다 징징거렸다.

어머니는 여름에 왠 감기냐며 혀를 끌끌 차셨지만 걱정스레 말을 건네셨다.

나는 한 술 더 떠 몸 보신 좀 하게 삼계탕을 끓여달라 부탁했다.

어머니는 알겠다며 다음에 식사 한번 하자 하셨다.

전화를 끊고 보니 결혼을 했지만 여전히 나는 어머니 앞에서 어리광을 부리려 하는 아이에 불과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상시 같으면 그러지 않았을텐데 아프니까 부모님 생각이 나던 참이었다.

그런 참에 어머니가 전화를 거시니 참 묘한 타이밍이었다.


게다가 조금 있다가는 남동생에게 전화가 왔다.

잘 지내냐며 안부를 물었다.

누나라고 챙겨주는 것도 없는데 생각나서 전화를 먼저 걸어주는 마음 씀씀이에 고마웠다.


가족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통하는 이름인가보다.

어머니와 동생과 통화를 한 후 마음이 정말 풍요로운 기분이 들었다.

가족의 보살핌을 받는 느낌이 들어 감사함이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