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희랍어 시간
그녀는 다만 바라본다. 바라보면서, 바라보는 어떤 것도 언어로 번역하지 않는다. 눈에는 계속해서 다른 사물들의 상象이 맺히고, 그녀가 걷는 속력에 따라 움직이며 지워진다. 지워지면서, 어떤 말로도 끝내 번역되지 않는다.완전히 모든 것을 못 보게 될 나이는 아직 나에게서 멀리, 충분히 떨어져 있었습니다. 쓰라리고도 달콤한 그 슬픔은, 믿을 수 없을 만큼 가까이 있는 당신의 진지한 옆얼굴에서, 미세한 전류가 흐르고 있을 것 같은 입술에서, 그토록 또렷한 검은 눈동자들에서 흘러나온 것이었습니다.시력을 잃어가는 남자와 말을 잃어버린 여자가 있다. 여자는 마주하는 모든 현상을 그저 흘려 보내는 것처럼 보인다. 남자는 언젠가는 시각을 상실하게 될 것임을 스스로에게 다그치고 받아들이는 과정 속에 있다. 둘은 서로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