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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철학이란 무엇입니까

category 리뷰/책 2012. 3. 11. 08:52

철학이란무엇입니까표정훈,스승강영안에게다시묻다
카테고리 인문 > 철학
지은이 강영안 (효형출판, 200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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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란 무엇입니까? 스승과 제자가 만나 이런 요구사항을 타이틀로 만나 나눈 대화를 엮은 책이다. 스승과 제자가 오랜만에 만나 대부분 제자가 던진 질문에 스승이 답을 하고 또 그 반대의 경우가 되기도 하면서 철학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했다 라고 보면 될 것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에서부터 20세기 철학에 이르기까지 소크라테스, 데카르트, 스피노자, 칸트에 이르기까지 굵직한 철학자들의 삶을 들여다보면서 당시의 철학의 흐름을 엿볼 수 있도록 하였다. 철학자들에 대한 사실이나 일화, 저작을 바탕으로 강영안이 첨언을 해주어 이해도를 더욱 높였다 할 수 있다.

 

하지만 1~2부에는 저자가 유학을 하게 된 이유, 하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 전공 철학자가 칸트가 된 이유 등을 설명해 놓아 지루한 면이 많았다. 특히 강영안을 둘러싼 지명이나 인명들이 많이 나오는데 강영안이라는 저자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야 하겠지만 정작 책의 타이틀에 대한 답을 기대하며 그 흐름을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는 조급함을 불러일으켰던 것 같다.이 부분은 머리말에 다루거나 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에 방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또 기독교적인 색채가 강해서 나같이 무신론자인 사람은 역시나 불편한 점이 있었다. 신이 있고 신을 믿는 사람이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 나와는 다르니까.

 

하지만 저자가 왜 다른 곳이 아닌 네덜란드에서 공부를 했는지 이유를 설명해주는 부분은 네덜란드 하면 왜 자유가 떠오르는지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주었다. 또한 저자의 화려한 외국어 구사력에 대한 감탄이 일었다. 나는 외국어 공부에 대한 욕심이 있는 편인데 외국어 를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어 좋았고 특히 사상과 문화를 공부하지 않는 언어는 죽은 언어와 마찬가지라고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공감이 되었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소크라테스, 스피노자와 칸트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칸트는 한 챕터에 다룰 정도로 많이 나왔지만 아직도 난해한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래도 칸트의 사상적 특징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 있게 되어서 좋았다.

또한 소크라테스에 대한 연구를 더욱 하고 싶다라는 욕심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생활방식 자체가 지혜를 추구하는 삶이었고 철저하게 근거와 이유를 묻는 자세로 살았던 그의 자세도 멋있었으며 죽음을 앞두고도 흔들리지 않는 그의 단호함을 보면서 그를 더욱 연구하고 싶어진 것이다.

그리고 겸손한 주체의 개념을 제시했던 레비나스도 가슴 한 켠에 다가왔다. 험난했던 그의 삶에 대한 이해와 타자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를 이해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은 나를 감동시켰다. 물론 후기로 갈수록 지나친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는 그의 자전기나 사상을 조금 더 깊이 들여다보고 판단할 일이라 생각했다.

 

또한 평소 유가, 도가, 불가 등을 왜 동양철학이라 하지 않고 사상이라고 분류하는지 궁금증이 있었는데 그에 대한 부분도 일면에 다루어주어서 좋았다. 다만 이론적 철학, 학문으로서의 철학을 바탕으로 논리적 근거를 대는 서양철학이 철학의 기준이 되는 것은 조금 아쉬웠다. 왜 삶과 철학이 함께 어우러지는 것은 철학일 수 없는 것인지 말이다.

 

[p.136] 철학의 이분화, 즉 삶의 방식으로서의 철학과 학문적 논증으로서의 철학이라는 ‘두 철학’을 완전히 하나로 통합시키는 건 뭐랄까요, 하나의 이상이겠지요. 하지만 철학은 이 간격을 느끼면서 본래의 실천적 의미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p.138] 철학이 분화되어나가는 것을 나는 그대로 인정하고 싶습니다. 다만 그러면서도 철학에 대한 기대, 그러니까 삶의 의미에 대한 물음을 던져주고 답을 모색해달라는 기대는 여전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매우 근본적이고 중요하지요. 왜냐하면 그런 물음에 과학이 답할 수는 없으니까요. 과학이 삶의 전체적인 구조와 의미, 가치, 지향점 등을 탐색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철학만의 고유한 영역이랄까, 그런 것에 대한 기대와 수요는 계속되리라 봅니다.

[p.141] 철학은 문자 그대로 ‘지혜 사랑’입니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이 누군지 깨닫는 지혜이겠지요. 그런데 나는 누구입니까? 나는 사랑의 선물입니다. 나의 존재 자체가 타자의 선물입니다. 내가 마시는 물과 공기, 나와 관계 맺고 있는 타인,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나의 존재를 가능하게 해주고 나를 떠받쳐주는 창조주의 나를 있게 하고, 나를 나 되게 합니다. 철학은 이 사랑을 깨닫는 지혜이고 이 지혜를 추구하는 활동입니다.

[p.205] 성숙한 시대, 성숙한 세계, 성숙한 나 자신이란 자기 자신의 지성을 사용해서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간이지요. 그렇게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은 자기 자신의 이성을 겸손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간이고, 다른 누구의 판단에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타인을 수용할 수 있고, 공동체를 위해 헌신할 수 있고, 책임질 수 있는 인간입니다. 계몽된 인간, 성숙된 인간이지요.

[p.213] 철학자에게는 사실상 두 가지 모순된 과제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우선 하나는 무엇보다 앞서 평화를 세우는 것이지요. 갈등이 있는 곳에 갈등의 원인을 찾아내고, 갈등을 해소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영역, 권리, 합법성입니다. 그리고 각 영역을 정당화하는 근거가 어디에서 오는가, 곧 권리의 원천에 관한 물음이 중요합니다. 이것들을 가려내고 지키는 일이 철학자에게 중요합니다.

 

철학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철학자들의 역할은 무엇이었으며 앞으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다른 학문이 할 수 없는 철학의 고유의 영역은 무엇인가? 인간답게 사는 길은 무엇인가? 의 물음에 대한 진지한 검토를 해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