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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category 리뷰/책 2012. 3. 17. 19:51

죽음의 문턱에 와 있다면 과연 그때의 나는 어떨까? 몇 해 전 스스로의 장례식을 생각하며 써본 글은 다시 읽어보니 추상적이고 모호한 느낌이었다. 그때처럼 후회와 절망만이 가득한 유언장은 다시는 쓰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보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의 괴리감이 크다 생각한 적이 있다. 사람들은 나를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으로 보았지만 나는 그것이 버겁고 견디기 힘들었다. 가면을 쓴 나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 때문에 괴로움이 들었고 사람들과 나와의 사이에 벽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나는 스스로를 비하하며 사는 사람이었다. 늘 뭔가 부족하고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은 떨어지고 남 앞에 나서기가 두려웠던 적이 많았다. 사실 아직도 그것은 여전하다. 남들에게 이기적이라고 손가락질 받았던 적도 있다. 그것은 스스로를 감추기 위한 장치였다. 하지만 이제는 나를 사랑해야 남을 사랑할 수 있고 남들에게도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받아들이기이것은 나에게 꼭 필요한 숙제이다.

 

(p.112) 지금 이 순간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진실하게 사는 것이다. 세상으로부터 자기 자신을 보호하거나 자신의 참모습을 가리려고 쓴 가면을 벗는 것이다. 가식과 체면을 버리고 다른 사람들과 세상을 진솔하게 대해야 한다는 뜻이다.


온갖 상처로부터 자기를 보호하려고 심리적 가면을 쓰고 정서적 갑옷을 입을 때 자신의 삶은 그만큼 거짓되고 열정이 사그라진다.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자신의 선한 의지를 스스로 굳게 믿으며,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의지를 나타낼 때, 비로소 참다운 자기가 된다. 그리하면 점차 후회할 일이 없어진다.


(p.101)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용서하는 것이 자신을 해코지한 사람을 이롭게 하든 아니든 그것은 상관없다. 내 삶의 질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용서는 자기 자신을 확신하는 데서 비롯된다. 묵은 상처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기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이 책을 읽으며 자조섞인 말을 여러 번 하는 스스로를 발견했는데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 용서합니다. 용서해 주세요. 잘 가요.” 라는 말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게 느껴져서였다. 표현에 익숙한 사람이라 생각했지만 아주 가까운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모습은 그와는 반대의 모습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속내를 들켰을 때의 사람처럼 무너져 내릴 듯한 감정이 들었다.

 

꽤 오랫동안 아버지를 미워했었다. 머리가 크고 생각이라는 것이 생기고 나서는 아버지가 하는 말과 행동이 모두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강압적이고 위선적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았던 것이다.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너무나 엄하셨다. 그래서 나는 아버지가 싫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자식들이 해주길 바라셨겠지만 그 방식이 늘 강압적이었기에 우리 형제들은 그것을 모두 부담스러워했다. 특히나 나는 첫째라는 부담감이 더욱 크게 작용했다. 그래서 20대 중반 때까지 아버지를 되도록 피하려고 했던 것 같다. 만약 이 때 이 책을 읽었다면 아버지와 나와의 관계가 지금보다 더 일찍 매끄러워질 수 있었을까.

뒤돌아 생각해보면 거친 환경에서 사람들을 상대하던 아버지는 본래의 온순한 성격을 버려야만 한다고 생각하셨던 것 같다. 이제 나이가 들어 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는데 최근에 어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니가 태어나고 3~4살 될 때까지 아빠가 너를 얼마나 업고 다녔는지 몰라. 울기는 얼마나 많이 우는지. 근데 희한하게 니 아빠 등에 업히면 울음을 그치곤 했었어.’ 조금 낯간지럽다 여겼지만 그 때의 모습이 상상이 되니 눈시울이 붉어지는 것을 느꼈다.

(p.171) “삶이 내게 일깨워준 것은 세 가지이다. 첫째는 나는 나 자신이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피할 길이 없다는 것이다. 둘째는 어떤 사람이든 우리가 아는 만큼, 또는 안다고 생각하는 만큼 작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사람은 누구나 우리네 편협한 식견으로 판단하는 것에 비해 훨씬 더 크고 심오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셋째는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해 마지막 말을 했다고 해서 그것을 최종적인 말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람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언제든 자기를 실현할 능력이 있으며, 사는 동안 온갖 위기와 시련을 겪으면서 자신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는 이야기한다. 만약 당신이 지금 당장 죽는다면 후회 없이 죽을 수 있겠냐고. 사랑한다는 말. 고맙다는 말. 용서한다는 말. 용서해달라는 말. 작별 인사를 못하고 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아득해졌다. 자주 연락 못하는 친구들. 늘 내 곁에 있다고 생각해서 피상적으로 대하는 가족들. 이제는 진심어린 감사와 고마움, 용서를 구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런 종류의 말은 때가 없다는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그리고 이는 스스로를 위한 길이기도 하다는 말에 공감이 되었다. 직접 말하기 쑥스럽다면 편지로라도 마음을 전해보려 한다.


(p.101) 용서는 가해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다. 용서하는 것이 자신을 해코지한 사람을 이롭게 하든 아니든 그것은 상관없다. 내 삶의 질만 생각하면 그만이다. 용서는 자기 자신을 확신하는 데서 비롯된다. 묵은 상처에서 벗어날 때 비로소 자기 삶의 무게가 가벼워진다.

 
 (p.281) 나는 매일 죽는 날을 연습하듯이 살고 있다. 


 

매일 죽는 날처럼 정성을 다해 있는 힘껏 살자. 나를 사랑하고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을 돌보며 아름답게 살자. 그런 결심을 갖게 한 고맙고 감사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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