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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생각의 오류

category 리뷰/책 2011. 11. 17. 15:47

생각의오류보고싶은것만보고믿고싶은것만믿게만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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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토머스 키다 (열음사펴냄,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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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재밌게 읽었다.

평소 관심이 없어서 그런지 중간에 주식 이야기 나올 때 좀 지루하기는 했다.
 

독서 토론용 책으로 만난 책으로 인문 분야의 책이지만

사실 내용은 인문과는 거리가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 내가 나만의 관점으로 이 책을 읽었다면 확실히 이해의 폭이 크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추후에 이루어진 토론으로 내 지식의 넓이는 확장될 수 있었다.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던 부분은

미신 같은 사이비과학(!)를 터무니없이 맹신하는 사람들에 대한 시각

불완전한 기억을 마치 완전한 기억처럼 꾸며낸다는 부분이었다.


미신은 논리적인 연관성이 전혀 없을 때도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미신적인 행위는 흔히 우연의 일치에서 비롯된다.

(150p)

무당 같은 미신에 의존한다는 것. 사실 얼마나 터무니없는 일인가.

물론 얼마나 마음이 힘들고 고통스러웠으면 그랬을까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안쓰럽다는 생각보다는 이것을 자신과 인간에 대한 믿음으로 강화시키는 태도가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었다.

저자도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예전 고종의 경우 궁궐에까지 무당을 들였다는 비화를 들었을 때는

그야말로 난색을 표할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그 때보다도 더 기술은 진보할 만큼 진보했건만

여전히 불확실한 대상에 의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나.

결혼 전 사주를 본다거나 궁합을 보는 것 등은 굳이 그런 것을 봐서 무엇하는지.

맹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추종하는 사람들을 보면 답답하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기업체들은 채용 결정을 내릴 때 필적 학자를 이용한다.

지원자의 필적을 분석해서, 다시 말해 지원자가 제출한 글의 내용이 아니라

지원자가 글자들을어떻게 연결하고 T자를 쓸 때 가로획을 어떻게 긋는지를 가지고

지원자의 성격 유형을 판단하는 것이다. 필적 관상법이 전혀 쓸모없다는 점이 밝혀졌는데도 말이다.

필적 학자가 당신의 필적을 분석해서 당신이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한 탓에,

일자리를 잃은 적이 있을 것이다.

(40p)

이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분노가 일었는데 그 이유는 고등학교 때 국사선생님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그때의 충격은 십수년이 훨씬 지났는데도 여전하다.

민감한 청소년기에 그것도 글씨 하나를 보고 학생을 판단을 하셨으니

그 이후 나의 학교생활은 소극적으로 변하고 말았다.

친구들 사이에서 창피를 당했음은 물론 나의 자존심은 철저히 금이 간 대사건이었다.

그 분이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 아직까지 오리무중이다-_-

그 이후 사람을 판단하는 것이 객관적 기준에 의해서가 아닌 주관적 기준이 얼마나 위험한가 깨달은 적이 있었다.



어떤 사건에 대한 자신의 기억을 실재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기억에 확신이 있어도, 기억이 틀릴 수 있기 때문이다.

(344p)

또한 불완전한 기억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가진 생각이란 얼마나 많은 거짓이 있고 오류가 있는지

부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살다보면 많이 만나게 된다.

감추고 싶고 숨기고 싶은 비밀들을 우리는 얼마나 가식적으로 포장하는지 말이다.



저자가 펼친 주장에 옹호를 하는 부분도 있었으나

독서 토론 이후 내가 많이 편협한 시각에서 책을 읽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다.


적극적 독서를 하지 못했고 비판적 독서를 하지 못했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가 과학 관련 분야이긴 하지만

사실 인간과 인간을 둘러싼 세계가 과학만으로 이루어지지는 않지 않나.


실제로 믿음을 형성할 때 다른 가설들을 무시하는 것은 우리가 저지르는 가장 큰 실수의 하나이다.

마음을 열고 다른 가설들을 선택한다면, 올바른 길 위에 서서 좀 더 이치에 맞는 믿음을 만들어나가게 될 것이다.

이런 접근법을 취하면, 우리의 여러 기이하고 잘못된 믿음들도 사라져버린다.

그러려면 본질적으로 과학자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

(99p)


특히 위의 부분에서 과학자처럼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부분은 나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한쪽에 치우친 결여된 판단임에 틀림없다.



적어도 저자에 대한 조사를 하고 이 책을 읽었다면

조금 더 적극적인 독서를 할 수 있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도 이 책으로 인해 과학이 우리에게 주는 유익을 경험한 것은 만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