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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한국근대사산책 5권

category 리뷰/책 2011. 11. 11. 06:22
한국근대사산책.5교육구국론에서경술국치까지
카테고리 역사/문화 > 한국사
지은이 강준만 (인물과사상사,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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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반을 달려왔다
.

 

한국근대사산책 시리즈는 5권까지는 한일병합 이전까지를 다루고 6권부터는 일제강점기를 다루었다. 그래서 1권에는 맺음말이 없고 2권부터 4권에는 머리말과 맺음말이 모두 없으며 5권에는 머리말이 없는 구조이다. 시리즈물이 모두 이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괜찮은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권을 끝으로 하나의 역사가 마무리되기 때문에 더 신중히 읽으려 노력했다.

 

이 권은 한일병합으로 조선이 멸망하기까지를 다루고 있다.

 

특히 내가 중점적으로 보려했던 부분은 간도분쟁의 기원동북공정의 핵심이 무엇인지, 사회진화론과 문약망국론, 아시아 주의가 왜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는지, 한국의 종교적 다원주의의 장단점이 무엇인지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이 각각 무엇이고 왜 우리가 그것을 고려해 봐야 하는지 였다.

 

* 간도분쟁의 기원, 동북공정의 핵심

 

[74] 19099월 일본은 베이징에서 간도에 관한 청일협약을 체결하면서 남만주철도부설권과 무순 탄광 개발 등 4대 이권을 얻는 대가로 두만강을 국경으로 인정해버림으로써 청에 간도의 소유권을 넘겼다. 간도협약은 간도의 조선인 거주 지역을 동만주의 동남부 일대로 한정시킴으로써 간도의 범위가 바뀌어 축소되는 계기가 되었다.

 

[77] 일본은 간도에 임시 파출소를 설치한 뒤 간도는 일본의 지배를 받는 한국의 영토라고 인정했으나 1909년 태도를 돌변해 청과 문제의 간도협약을 체결했던 것이다.

 

-> 을사협약 후 대한제국의 외교권은 바닥이었다. 결국 청나라와 일본의 이권 전쟁의 또 하나의 대가로 여전히 지금까지도 현재진행중인 간도분쟁이 불거진 것이다. 간도분쟁의 핵심은 역시 어디까지를 범위로 해야 하는 것이냐이다. 그 의미가 무엇이든 중국에서 이해하는 간도보다 한국에서 이해하는 간도는 그 역사적 범위가 훨씬 크다는 게 문제이다. 간도의 정확한 유래를 찾아내어 철저히 근거를 대며 중국에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단순히 청일협약 전에는 우리 땅이었다 라는 식의 주먹구구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80] 2004년 중국의 동북공정이 불거지면서 다시 간도 문제가 주목을 받았다. 동북공정은 20022월부터 추진된 중국사회과학원산하 중국변방사지연연구중심의 중대 과제로서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와 현황에 관한 대형 학술과제를 의미한다. 동북공정이 가장 중점을 두는 것은 고구려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시킴으로써 조선족을 통제하는 것이다.

 

-> 동북공정 이라는 게 정확히 무슨 의미인지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중국은 왜 맨날 과거의 역사를 들추어 내려 하는가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간도분쟁과 동북공정이라는 것은 긴밀히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간도분쟁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동북공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했는데 이로 인해서 또 하나의 연구 시발점이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우리의 역사를 도륙당하기 전에 동북공정이 무엇을 어떻게 연구하는지 진중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사회진화론, 문약망국론, 아시아 주의가 지식인들을 사로잡은 이유

 

[106] 사회진화론은 조선에서도 1900년대에 전성기를 누리면서 일제말기까지 조선 지식인들을 사로잡았다.

 

[107] 한국에서 제국주의라는 용어는 1906년을 전후하여 사용되었는데, 이는 중국과 일본에서 번역된 것을 그대로 사용한 것으로 중국 지식인 양계초의 글을 통해 수용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월남망국사는 1905년 일본 요코하마에서 양계초와 베트남의 대표적인 독립운동가 소남자판 보이짜우가 만나 나눈 얘기를 일종의 대담집형식으로 엮은 것이다. 1907년엔 주시경과 이상익이 각각 순한글로 옮긴 평민용 번역본까지 나왔다. 주시경의 번역본은 6개월 내에 3번이나 재간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137] 아시아주의는 1900년대 후반에도 위세를 떨쳤다. 황성신문 19061210~11일에 연재된 논설은 인종들의 경쟁시대에 오직 동양의 최강자인 일본만이 미개한 청나라와 조선의 문호를 개방시키고 중국인과 조선인의 신의를 얻어 동양의 명주로서 동양을 백인으로부터 보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안중근도 나중에 아시아연대론의 허구를 깨닫긴 했지만 러일전쟁 개시 당시만 해도 일본이 황인종 전체를 위한 의로운 싸움을 시작했다고 생각했다. 아시아주의는 일제강점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 19세기 말 제국주의의 팽창으로 서양열강이 아시아를 본격적으로 넘보기 시작하면서 청, 일본, 조선은 특히 삼국이 힘을 합쳐야 한다는 아시아연대론이 팽배해졌다. 사회진화론은 망국의 위기에 처한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우리가 이렇게 된 이유는 진화론의 법칙상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하는 패배주의에 빠져들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다른 말로 하면 조선이 망한 것은 어느 누구의 탓도 아닌 우리라는 것이다. 사회진화론은 영웅숭배주의를 자연히 이끌어냈다. 어디선가 영웅이 짠하고 나타나 우리를 구할 것이다라는 이야기 말이다. 문약망국론은 유교교육의 폐해가 조선에 악영향을 미쳐 생존능력을 약화시켰다는 이야기이다.

 

* 한국의 종교적 다원주의

 

[184] 우리 문화에는 21세기 다원주의를 흡수할 수 있는 여러 가지가 공존합니다. 엇비슷하다는 말은 아시아적 화이부동 철학을 담고 있습니다. 한국은 기독교·천주교·불교·유교가 공존하면서 번영하는 종교적 다원주의 국가라는 점에 주목했다.

 

-> 국제적으로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나라가 얼마나 많은가 생각하면 한국은 기독교, 천주교, 불교, 유교가 평화롭게 공존하니 한국의 이런 종교적 다원주의가 종교적 평화의 모델이 될 법하다. 한 가족 안에도 여러 종교 신자가 혼재하는 경우도 있고 개신교 신자임에도 사주, 궁합을 보는 등의 모습이 우리는 참으로 익숙하다. 다른 종교를 배척하기보다는 수용하며 섞여 살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다른 나라도 이해한다면 종교적 갈등으로 전쟁까지 불사하는 나라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 식민사관과 민족사관을 넘어서

 

[245] 식민사관을 넘어서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가 없지만, 혹 민족사관이 탓의 역사학으로 전락할 위험은 없는지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정용화는 조선의 망국 원인을 네 가지로 분석했다. 첫째, 문명사적 전환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지성의 빈곤이다. 둘째, ‘외세 활용의 실패. 셋째, ‘국내 역량 결집의 실패. 넷째, ’제도화의 실패. 이런 네 가지 이유 중 일부를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고 다른 이유를 추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건 이런 시도는 현재의 우리 자신을 돌아보면서 스스로 검증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 식민사관이라는 것은 조선 망국의 이유가 우리 민족의 부정부패와 사대주의, 당파싸움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지만 민족사관은 반대로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외부 원인 때문이었다고 이야기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 전에는 확실히 민족사관의 입장이었던 것 같다. 망국의 원인이 우리 내부에 있다고 스스로 인정하기 싫었던 단순한 이유였다. 하지만 한국근대사를 접하면 접할수록 둘 다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쳤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의 역사를 부정하지 말고 근대사를 통해서 작금의 현실에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고민해보는 노력, 그리고 이를 다시 겪지 않으려는 최선의 모습이 필요한 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