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책] 독서의 역사

category 리뷰/책 2011. 6. 10. 14:26



이 책은 쉽게 접근할 듯 하면서도 학구적이고 정보를 제공하는 듯 하면서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 것 같다
.

 

이는 독서 뿐만 아니라 독서가들의 역사를 담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개개인의 작은 승리와 은밀한 고통그런 것들이 전해져 오게 된 방식에 관한 이야기를 모아 놓았기에 더 나를 흔들어놓았지 않았나 싶다.

 

 

고대에는 참으로 다양한 형태로 책 읽기를 시도했던 것 같다.

눈으로만 읽는 독서가 성행했고 그림 읽기를 통해 쉽게 독서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예를 들면고대에는 지금처럼 묵독이 당연시되지 않았고 심지어는 묵둑을 좋게 보지 않았다는 흔적이 문헌을 통해 발견된다 하니 흥미로운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묵독이 성행하게 된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니...

옛날의 도서관은 지금과 같이 떠들면 이상한 취급을 받지 않고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누는 장이 되었다고 한다집필을 하는 필기사우리나라로 따지면 서기관들도 말을 듣고 받아적거나 자신의 말을 직접 기록해서 적었다고 한다.

 

또한 극소수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이전에서 벗어나 그림이나 삽화를 통해 글을 표현하기 시작했다이런 시도들을 통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주어지게 됐으니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점차 혼자만의 은밀한 독서공간을 찾게 되었다그 중에서도 침대와 책의 결합은 그 누구에게도 강요받지 않고 안온함을 안겨다주는 최적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그러나 초창기는 부유한 사람만이 정교한 침대를 소유할 수 있었고 책을 장만할 수 있었기에 현란한 침대와 책은 가문의 부를 상징했다고 한다아주 최근까지도 침실에서의 완벽한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이는 사회적 공동체적 의식 때문이었다고 한다.

 


침대에서 책을 읽음으로써 얻을 수 있는 것에는 오락 이외의 그 무엇이 있다바로 은밀함이다.

- 226p


 

책 절도는 고대부터 이루어졌다고 한다책 절도를 정당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속에 깔린 갈망(한순간이나마 한 권의 책을 나만의 것이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가 되고 싶다는 충동)은 충분히 이해되고 남음이 있다.

 

한 권 한 권 쌓아올리면서 나는지금까지 늘 그래왔던 것처럼 다시는 읽지 않을 것이 뻔한데도 그렇게 많은 책을 간직하려는 이유는 대체 뭘까 궁금해한다.

 

책 한 권을 뽑아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혼자서 이렇게 말한다.

며칠 후면 그 책을 찾게 될지도 모른다고.

또 어느 책이든 지금까지 나의 관심을 전혀 끌지 못했던 책은 한 권도 없었다고.

그리고 이 많은 책들을 집으로 가져온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을 테고,

그 이유란 것이 장래 어느날 다시 한번 유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철저함과 희귀함그리고 얄팍한 학식을 구실로 내세운다.

그러나 나는 안다계속 늘어만 가는 이 책 무리들을 계속 움켜쥐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일종의 관능적인 탐욕이라는 사실을.

- 342p


 

 

또한 수세기에 걸쳐 책 읽기 기술의 경우 한번 익히면 절대로 원위치할 수 없기에 금지되거나 읽기의 범위가 제한되었다수많은 독재자들이 대중을 상대로 문맹일 때 다스리기 편해지므로 이를 교묘히 이용했다.

15세기 중국에서도 명나라 이야기 모음집이 금지되고 서구에서는 플라톤 시대 이후로 픽션에 대한 금지가 행해진 일례가 있다고 한다이런 권위주의적이고 광적인 금욕적 독서 행위는 독서가가 지닌 힘을 제한하기 위함이었다검열관은 자신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책을 해석하게 함으로써 목적을 달성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게 된 가장 큰 목적은 독서가로서의 번역가 테마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 말하는 번역에 대한 정의가 마음에 들었다.

번역이란 불가능한 작업일 수 있지만 그 과정에서 독자를 좀 더 현명하게 바꾸어 놓는다는 말을 말이다.

 


'독자들에게 보내는 서문'에서 제임스 왕의 번역자들은 이렇게 적고 있다.

"번역그것은 창문을 열어젖히고 빛을 들이는 것이요껍질을 깨고 알맹이를 먹게 하는 일이요장막을 걷고 가장 성스런 곳을 들여다보게 하는 것이요우물 뚜껑을 열고 물을 얻게 하는 일이다."

이는 '성경의 빛'을 두려워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계시의 가능성을 안겨주겠다는 뜻이다.

그 텍스트를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해방시키겠다는 뜻이며 의미의 깊이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하겠다는 뜻이며전혀 새로우면서도 원전과 똑같은 텍스트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 397p


 

인류의 1/6이 근시인데 독서가 중 그 비율이 24% 정도로 높다는 사실을 보면 안경은 실제 독서가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물건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안경이 생겨나기 이전의 시력이 좋지 않던 독서가들은 책을 읽을 때 실제로 많은 어려움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는데 역시나 생각했던 그대로 많은 어려움이 존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왜 독서가의 이미지가 그렇게 박혔을까 하는 의문점은 남아있었다.

 

이는 세상과 담을 쌓은 채 책 속의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보다 자신이 더 낫다는 우월감에 빠져 아는 척 했던 안경낀 독서가가 얼간이로 비춰졌고 따라서 안경은 지적 오만함의 상징이 되었다고 하는데 꽤 그럴 듯 하게 들렸다.

 

 

 

책 말미에는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에 일어날 독서 행위와 놓쳐 버린 주제적절한 인용사건과 등장 인물에 대한 더 많은 사색을 덧붙일 수 있도록 백지 여러장을 남겨둔 것은 그런 면에서 위안이 담겨 있어 마음에 들었다.

 

이 책이 쓰여진 후 몇 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독서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지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리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MARVIN REDPOST #1  (0) 2011.06.13
[책] Sarah, Plain and Tall  (2) 2011.06.12
[책] 할아버지의 기도  (0) 2011.06.10
[책] 런던을 속삭여줄게  (0) 2011.06.10
[책] 수요일의 커피하우스  (0) 201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