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마다 이야기하는 방식은 달라도 하고자 하는 말은 비슷하다고 느꼈다.
1. 결혼이란 제도로 사람의 욕망은 끝나는가?
'아니오'일 것이다.
욕망의 대상은 다양하다.
사람일 수도 있고 감정일 수도 있고 규율일 수도 있다.
감정이 고조에 이르고 줄어드는 것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뜨거웠던 애정은 언젠가 식게 마련이라는 것이다.
감정의 모양은 달라져도 서로에게 익숙해져서 친구처럼 지내거나 동지(!)처럼 지내게 된다.
가끔 우스갯소리로 옆사람에게 묻곤 한다.
"10년 전 내게 가졌던 감정을 지금도 가져야 하는 거 아냐?" 나 좀 봐달라는 애두른 표현이지만 딱 잘라 말한다. "지금도 그렇다면 병이야."
결혼하고보니 막상 내가 원하던 사람이 아니라면? 마음이 떠나 그 사람을 보기 싫어졌다면?
일부는 취미 생활을 하고 사람을 만나거나 해서 다른 방향으로 마음을 돌릴 수도 있겠다. 일부는 외도를 하겠지.
규율에 대한 욕망은 항시 존재할 것 같다.
결혼을 하면 이것을 해야 하고 이것을 조심해야 하고 격식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는 사회의 지침(!)이 있지 않은가.
평소에는 이렇게 지키는 사람도 가끔 그 구속에서 벗어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무채색의 양말을 벗어던지고 화려한 실크스타킹을 사 신는다. 스타킹에 걸맞는 블라우스와 치마를 입고 백화점 1층에 가서 뷰티 서비스를 받는다.
마지막으로 분위기를 낼 겸 영화나 공연을 본다.
이럴 때의 욕망은 자유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이런 것조차 지탄을 한다면 기혼 여성의 욕망의 범위는 거의 없는 것이 아닌지 싶어 갑갑해진다.
2. 폭력을 사용하는 것에 대하여
'아니오'
나는 어떤 상황에서든 누구에게든 폭력이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어릴 적 학교에서, 집에서 폭력을 경험했을 때 '사람은 왜 사람을 때리는가' 에 대해서 심각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물론 그렇게 항변하는 경우도 보았다. "말을 안 듣는데 어떻게 폭력을 안 쓰냐?" 그렇다고 해도 나의 분노를 상대에게 물리적으로 행사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상처가 될 거라는 생각이다.
내가 만약 아이가 있었다면 이런 경우를 이해할 수 있을까? 역시 경험이 없으므로 답을 할 수 없다.
소설 속에서 폭언과 폭력을 서슴치 않고 행하는 남편이 있다. 심지어는 만나는 여자를 집으로 데려온다.
이런 사람 옆에서 어떻게 평정심을 갖고 살 수 있느냔 말이다. 나는 정말 모르겠다.
어떤 남자는 여자를 정신병원에 보낸다. 정신이 온전치 못하다는 핑계를 대며. 얼마나 많은 여성들이 아주 최근까지 정신병원으로 가는지 『여성과 광기』를 통해서도 본 일이 있지만 짧은 이야기로 고스란히 보여준다.
3. 가부장제와의 결별(?)
아버지의 죽음을 이야기하는 단편이 있었다. 죽음이란 상실이기만 할까. 여러 감정이 조금씩 아니면 한꺼번에 밀려올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자신이 정한 규율이 있고 그에 위반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그가 정한 규칙을 따라야 하는 딸들이 있었다. 심지어 남자까지도. 사람을 만나는 것이 인위적으로 결정되고 그에 순응하며 살던 딸들에게 아버지란 존재는 어떠했을까. 아버지는 가부장제를 지탱하는 축이기도 하다는 면에서 그의 죽음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게 했다. 딸들의 마음은 후련함에 가까운 해방일까. 아니면 그러면서도 아버지에 대한 애도와 그리움에 더 가까울까.
4. 연대
현대 사회에서 연대라는 것이 가능할까 생각하지만 디지털 미디어의 발달로 주변 소식을 빠르게 확산시키는 기회가 늘었다는 점에서 빛이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그 전에 여성의 사고를 막을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겠는가. 사람이 빛을 보며 태어났는데 어떤 이유로도 갑작스런 죽음은 있어서는 안된다. 이는 개인의 비극이자 사회의 비극이다. 그래서 우리는 나만 살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설 속에서는 이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례에 걸맞는 상황들이 등장한다.
기존에 19세기 고전 소설을 읽었을 때는 나와 맞지 않는 상황들과 인물들의 태도 등으로 거리감을 느꼈었다.
헌데 여기 단편들은 그렇지 않고 대부분의 상황들이 놀랍도록 지금에 견주어도 비슷해서 읽는데 수월했으나 그만큼 아팠다.
지금도 이런 상황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으니 아프다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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