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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20대 여자

category 리뷰/책 2022. 3. 7. 13:02
20대 대선이 코앞이다.
3월 4일부터 양일간 이루어진 사전 투표율이 총 36.93%로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높은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제 3일 앞으로 다가온 본선 투표를 합으로 대통령이 결정된다.
 
대선 전 20대 여성들의 생각을 면밀히 뜯어보자 생각했다.
이 책은 시사인에서 2021년 7월 30일부터 8월 2일까지 남녀 2천명을 대상(20대 600명, 30대 600명, 40대 이상 800명)으로 웹조사를 한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해 내놓은 책이다. 20대 여성을 알기 위해 세대별 조사를 한 것이 눈에 띄었다.
 
책을 읽기 전 기대한 바는 20대 여성에 대한 전반적인 생각이 1차적으로 궁금했고 20대 남성과 비교했을 때 어떤 차이가 있는지, 그리고 같은 20대 여성이라도 다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다.
추가적으로 이들이 이번 대선에 어떤 선택을 할지 미리 추측해보려는 생각도 있었다.
책을 보면 느끼겠지만 화두를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바라보았다.
 
왜 페미니즘인가?
20대 여성 10명 중 4명이 스스로를 페미니스트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는 전체 응답자의 2배가 넘었다. 이것만 봐도 왜 페미니즘을 화두로 선택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여기서 잠깐! 페미니즘의 정의는 정확히 어떤 것일까?
모두가 '페미니즘'을 이야기하지만 페미니즘에 각자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 '20대 여성이 생각하는 페미니즘은?'이라는 질문이 중요한 이유다. '페미니즘은 남녀의 동등한 지위와 기회 부여를 이루려는 운동이다'는 페미니즘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정의로 꼽히기에 시사인은 이 질문을 선택했고 20대 여성의 66.9%가 동의했다.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 온도(100이 긍정 0이 부정)나 타인이 페미니스트였을 때의 관계성 면에서 20대 여성은 53.3도로 우호적이었다. 반면 남성은 66.6%가 페미니스트를 받아들일 수 없고 페미니스트에 대한 감정 온도도 14.35도로 무척 낮았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20대 여성에 대한 생각은 짐작한 대로였다. 20대 여성은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공격받고 있고 소수의 극단적인 주장으로 과대대표되고 있다고 인식했다. 20대 여성의 페미니즘에 대한 우호적 태도는 또래 집단과의 경험으로 비슷한 인식을 지니게 되었고 이것이 연대를 위한 밑거름이 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대 여성은 사회구조적 차별이 존재한다고 느끼는데 이는 성별 임금 격차가 존재하며 능력에는 차이가 없거나 높은데도 취업의 문이 남성에게 더 유리하다 여기고 있다. 게다가 결혼 출산 등으로 경력 단절이 이루어진다는 인식 속에 결혼과 출산에 대한 20대 여성의 비율은 전 연령 통틀어 유일하게 한 자리수였다.
 
20대 여성이 중요하게 여기는 정책은 무엇일까?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차별 금지와 다양성(다문화주의) 등과 관련이 있었다. 다른 선택지는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권위주의), '정부 개입의 최소화 우선'(자유시장주의), '경제적 재분배 우선'(사회민주주의)이 있었다. 20대 남성은 지지 세력 1순위가 법과 사회질서 확립 우선이었다.
성장보다는 복지를, 경제성장보다는 환경보호를 선택했다. 차별금지법과 동성결혼 허용에 대한 찬성 비율이 높았다.
20대 여성은 정치에 관심이 많고 정치참여에 높은 열의를 가지고 있지만 자신들의 요구를 정치권에서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마땅한 정당과 정치인을 지지할 곳이 없다는 이야기다.
20대 여성의 표심이 20대 대선에서 어디로 움직일지 이 부동층의 표심이 대선의 키가 될 수 있을까.
 
20대는 현재 사회적 갈등 중 어떤 것을 가장 심각하다고 느낄까? 예상하겠지만 젠더 갈등이다. 이는 20대 남성, 여성 모두 공통적이었다.(85.6%)
20대는 전통적 갈등인 진보/보수 갈등, 빈부 갈등, 세대 갈등보다 젠더 갈등이 심각하다고 평가했다.
여성/남성 혐오 표현을 쓰는 친구와의 관계의 변화에 대해서 전체 조사 대상의 51.3%는 변한 적 없다 답했으나 20대는 44.5%가 변했다고 답했다.
성범죄에 대한 생각은 어떨까? 여성들은 이에 대해 세대 불문하고 모두 공포를 가지고 있다 답했다.
하지만 20대 남성은 여자들이 실제보다 성범죄 위험을 과장한다 여겼다.
페미니즘에 우호적인 20대 여성은 문재인 정부에 우호적인 편이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들이 20대 대선에 이재명을 지지하는 결과로 나타나지는 않았다.
 
통계 결과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을 본다면 먼저 연령별로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의 격차가 크게 나타난 것이다.
40대 이상에서는 페미니즘에 대한 입장 차가 뚜렷하지 않았는데 2019년 극단적 안티페미니즘 성향의 집단이 주로 20대에 남성에 나타났던 것이 비해 20대에는 못 미치더라도 윗세대에까지 확산되었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한 해석은 세심할 필요가 있다)
또 젠더 갈등의 시야를 바깥으로 돌려 서유럽이나 미국의 인종 갈등에 대비한 것은 다소 무리는 있더라도 신선한 시각이었다고 생각한다. 서유럽이나 미국은 기존의 주류 집단이 정체되고 마이너리티화된다 느끼면서 인종 간 갈등이 격화되었고 백인의 분노가 극단적으로 나타난 것이 트럼프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다. 한국사회에서 정체성 정치로 젠더를 이슈로 끌어올릴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른 우선순위에 밀려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시사인이 정체성 정치를 젠더와 매치시킨 것은 어떤 집단이 힘을 잃는 동안 새로운 집단이 대두하면 기존 집단은 피해의식을 느끼기 쉽고 대표적으로 무임승차 등의 이슈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20대 여자 현상 표본 조사 연구를 위해 238개 항목이 최종 선택됐다. 300개가 훨씬 넘는 질문 중 많은 것들이 탈락되었는데 이 중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서 공표 불가 판정을 하여 다음 항목은 탈락했다고 한다.(세대별 가중치 배율 문제로)
  • 대통령 선거 투표 의향
  • 2022년 20대 대통령 선거 지지
  • 차기 대통령 적합도
  • 정당별 호감도
  • 정당별 호감도 변화
  • 대통령 및 주요 대권 주자 호감도
  • 더불어민주당이 내부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 보호 노력 시 지지 여부 변동
  • 국민의힘이 페미니즘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 유지 시 지지 여부 변동
  • 페미니즘 행보 강화 시 지지 변동 여부
  • 현재 지지 정당
 
이번 대선과 연결된 핵심 질문들이 많아 만약 실렸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 너무 아쉽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성범죄 지지 여부 변동, 국민의 힘 페미니즘에 대한 지지 여부 변동 질문은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라 더욱 궁금했는데 아쉬울 따름이다.
 
238개 질문을 통해 페미니즘이 젠더 문제가 아님을 느끼게 되었다.
페미니즘은 분배 노동 등 많은 영역에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내고 지지 정당에도 영향을 미치는 변수임을 인식할 수 있었다.
20대 여자 내부만이 아니라 20대 여자를 둘러싼 외부 변수들까지 다루어주어 더욱 도움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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