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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이지 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

category 리뷰/책 2022. 2. 26. 15:45
메이지 유신과 사대부적 정치문화
저자 : 박훈
출판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발매 : 2019.12.30

 

나는 어떤 역사적 사건을 접근할 때 대중서를 통한 입문을 하고 이후 사건의 배경과 주변 환경을 확인하기 위해서 학술서를 읽는다.

 

결론적으로 이 책을 통해서 사무라이가 사화가 되어가는 과정과 사대부적 정치문화가 어떻게 형성되고 확산되었는지, 나아가 사대부적 정치문화가 어떻게 메이지 유신과 연결되는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책의 문제 의식은 근대에 대한 정의부터 시작한다. 근대가 동아시아가 도달해야 할 역사의 종착 단계로 상정해 놓는 것에 문제가 없는가 하는 것이다. 이는 현재의 관점에서 과거를 재단하는 기준을 경계하는 것이다. 나도 역사를 공부하면 할수록 과거의 역사를 현재의 기준과 잣대로 바라보는 것을 가능한 지양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저자의 생각에 공감했다.

 

사대부적 정치문화의 내용과 성격은 어떤 것인가.

- 유교적 소양을 갖춘 사대부들이 군주와 함께 자신들을 천하공치의 담당자로 자부하여 정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거나 발언한다. 이들을 공정히 등용하는 제도가 과거제이며, 이들이 정치발언을 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은 상서, 강학이다. 

- 군신 관계는 기본적으로 군신의합으로 신하는 군주에 맹목적인 충성이 아닌 의의 실현을 위해 군주를 적극 보좌 계도하고 견제한다. 

- 사대부들은 정치 주장을 펼 주요 수단으로 간언, 상서, 학교에서의 강학을 이용한다. 상서를 통한 정치 주장에는 학문적 실력이 중요하므로 공론의 반영이라는 자기 정당화를 통해 정치적 파괴력을 가졌다. 이 공론정치는 여론정치로서의 성격이 강했고 상서는 그것을 반영했던 것이다.

- 사대부는 생득적 지위가 아니라 배워서 습득에 따라 주어지는 지위이니만큼 학문을 매개로 관계, 네트워크, 조직을 형성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 학적 네트워크에 기반을 둔 복수의 정치세력(당파)이 지속적으로 경쟁하는 것이 붕당정치다. 그들 간의 정치 투쟁이 당쟁이다. 

- 붕당정치는 보다 많은 수의 사회구성원을 정치에 참가시키고, 정치의제를 상호 견제와 경쟁 속에 공개화시킨다는 점에서 정치 과정의 공공적 성격을 제고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복수당파의 평화적 공존을 만들지 못한 탓에 이 경쟁은 과열되어 당쟁으로 발전했고 집권 후 폭력적 보복이라는 악습으로 이어졌다. 

- 사대부적 정치문화가 치열한 권력투쟁, 대외위기 등을 만났을 때, 사의 급속한 확산이 이루어진다. 

- 사대부적 정치문화의 이상은 군주친정이며 기형적 권력구조에 맞춰 사대부적 정치문화를 회복하려는 권력투쟁에서 군주친정이 중요 명분이 되었다.

- 군주친정을 위해서 군주가 현군이어야 할 필요가 있으므로 군주는 학문 연마가 강조된다. 

 

막말 유학을 배우고 학습의 장을 통해 인적 네트워크를 갖게 된 일반 사무라이들은 정치문제에 대한 발언과 정치투쟁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사무라이의 사화(士化)가 진행된 것이다.

이를 미토번, 에치젠번, 구마모토번, 사쓰마번 사례에 의거하여 막말 정치사를 검토하고 있다. 

 

1부는 사무라이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던 '학적 네트워크'를 번교, 사숙, 학습회 등을 통해 살피고, 이것이 정치화되어 '학당'으로 변모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2부는 일반 사무라이들이 토의와 회의, 상서 봉서라는 방식을 통해 정치활동에 뛰어드는 양상을 보여주고, 정치 감각이 확산되어 가는 와중에 그들 사이에 정치 투쟁이 일반화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것이 바로 사대부적 정치문화의 등장인 것이다.

3부는 군주가 친정을 함으로써 강한 신분제에 예속되어 있던 권력 구도를 상대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책은 다양한 신분의 명칭과 인물들이 등장하고, 한문을 비롯한 문어체 문장들로 어려울 수 있으므로 입문서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 근세 이후의 역사적 지식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깊이 있는 배경적 지식을 전달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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