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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성혐오, 그 후

category 리뷰/책 2022. 3. 11. 16:09
비체(abject)라는 개념을 알기 위해 추천받은 책이다.
2016년에 쓰여져서 메갈리아 논쟁, 강남역 살인사건 등 그 시기 이전의 사건을 다루고 있어 실례의 신선함은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도 비체라는 개념을 이해하기에는 충분한 책이었다.
이 책을 읽기 전 여성괴물에서 비체 개념을 처음 접하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다행히 이 책을 추천받아 읽게 되었는데 얇으면서도 개념이 명징하게 잡혀서 정말 좋았다.
 
비체는 abject. 객체object와 어떻게 다를까?
단어를 보면 알겠지만 둘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었다.
 
객체는 말 그대로 대상이다.
비체는 정해진 위치에서 벗어난 것. 기존의 질서로는 이해되지 않는 어떤 것이다.
그래서 항상 흐르고 있어서 쉽게 잡히지 않는 존재이다.
 
비체는 흐르는 것이자 경계를 넘나드는 것이며 고체화되지 않기에 어떤 규정, 어떤 언어로도 잡히지 않는다. 비체가 대상object이 아닌 이유는 그것이 주체의 모든 규정성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비체는 손에 잡히는 착한 대상이 아니다. 비체는 경계를 넘나드는, 그래서 더럽다고 여겨졌던 것이며 잡힐 수 없기에 공포스러운 것이다. 비체는 철통방어라고 여겨졌던 경계에 구멍이 있다는 것을 알리는 존재이며, 따라서 특정 사회적 질서와 동일성을 강화하려는 자들에게 경계를 위협하는 비체는 공포를 넘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 P29
 
비체의 목소리가 배제되고 혐오집단으로 치부된 이유는
남성이 여성의 소유자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기 위해 여성을 끊임없이 객체로 몰아갔던 이유가 있다.
이 굳건한 지배 구조에서 비체의 목소리는 지워지고 억압된 것이다.
남성들은 굳건한 지배구조를 깨뜨리거나 흐트러뜨리는 비체를 공포스럽게 느끼며 혐오집단화했다.
 
이 책은 객체와 비체가 어떻게 다른지. 객체에서 비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도시화의 시대 속에서 여성 비체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했는지.
여성혐오가 인정 욕망과 왜 연결되는지 이론과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설명하고 있다.
 
비체라는 개념을 얻은 것 외에도 비체가 존재하는 공간이 사회 밖이 아니라 사회 내부라는 사실도 되새겼다.
무엇보다 여성혐오가 인정 욕망과 연결되고 신자유주의 사회의 폐해까지 더해지면서 확대된 것에도 공감이 가서 좋았다.
 
비체는 항시 흐른다.
그래서 어떻게든 변화할 수 있는 존재이다.
비체가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비체들이여! 소통하고 공감하고 연대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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