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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category 리뷰/책 2022. 2. 23. 09:47
우리가 서로를 잊지 않는다면
저자 : 김여정
출판 : 은행나무
발매 : 2022.01

 

널리 두루 빛나는 마을. 보광동의 숨은 뜻이다.

마치 오가는 이들을 따뜻한 아랫목처럼 붙잡는 곳.

한남동 뉴타운 개발 예정 지역으로 보광동 마을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그래서 어쩌면 마지막이 될 지 모를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여서 콧날이 시큰했다.



이곳의 토박이 어른들은 6.25 전쟁을 온몸으로 겪었다.

폭격 소리가 무서워 비행기를 여전히 공포스러워하고

이웃 사촌 사이에 이념 때문에 서로 죽고 죽이던 피비린내 나던 상황들이 벌어졌다.

한강 다리가 폭파되고 집안이 풍비박산나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어제 나갔던 이들이 영영 돌아오지 않던 경험들을 겪었다.

누가 잡으러 올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공포, 악몽, 환각.먹어도 먹어도 사라지지 않는 배고픔과의 사투...

이 모든 것이 실제이다.



꽃언니 삼인방, 투덜이 스머프, 양키스, 박씨 아저씨. 기품 있는 철원 어르신, 성소수자들...

살아 있는 박물관 사연들을 마주했고 다른 곳에서는 손가락질 받으며 차별을 받았을지 모르지만 보광동만은 이들을 받아주고 감싸줘서 보광동이, 그들의 삶이, 그들의 이야기가 봄날의 볕처럼 따뜻했다.

보광동에 살던 이들의 삶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아서 참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코로나로 인해서 어르신들의 몸과 정신이 많이 피폐해지셨다고 한다.

주민센터, 사랑방, 목욕탕 등을 비롯한 시설이 코로나 심화로 폐쇄가 되다보니 마음 나눌 곳이 없어진 탓이 크다.

코로나는 이렇게 마을의 남은 시간마저 쓸쓸히 사라지게 하는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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