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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단편소설 - 가을과 산양(1938년작)

category 리뷰/책 2021. 4. 29. 20:50

1.작가: 이효석

일제 강점기의 소설가. 호는 가산(可山). 강원 평창(平昌) 출생. 1928년에 《조선지광(朝鮮之光)》에 단편 《도시와 유령》이 발표하면서 등단하였다. 동인회 구인회(九人會)에 참여하여 《돈(豚)》, 《수탉》 등 향토색이 짙은 작품을 발표하였다. 1934년에 평양 숭실전문학교 교수가 된 후에는 《산》, 《들》 등 자연과의 교감을 수필적인 필체로 유려하게 묘사한 작품들을 발표했다. 1936년에는 1930년대 조선 시골 사회를 아름답게 묘사한 《메밀꽃 필 무렵》을 발표하였다. 향토적인 작품들과 달리 이효석의 삶은 전원이나 시골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서구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장미 병들다》, 동성애를 다룬《화분(花粉)》 등을 계속 발표하여 성(性) 본능과 개방을 추구한 새로운 작품 경향으로 주목을 끌기도 하였다.

 

2.줄거리 및 사건 개요

7년을 사랑하던 준보가 옥경과 결혼을 해버리자 애라는 괴로워한다. 준보와 옥경 부부는 음악 수업 차 미국으로 가는 것으로 친구들은 송별연을 연다. 하지만 이 때문에 둘을 다시 만나야 하는 애라는 처절하다. 옥경은 불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지 구라파로 가서 바람도 쐬고 거기서 둘을 만나자고 한다. 처음에는 아니꼽게 들렸지만 구라파로 가서 준보를 만나는 헛된 꿈을 꾸는 옥경. 풀밭에서 염소가 종이를 씹는 것을 보고 7년간 썼던 일기를 염소에게 씹게 하며 자신의 마음을 염소에게 비쳐보는 옥경이다.

 

3.인물

  • 애라: 준보를 좋아함.
  • 준보
  • 옥경: 애라의 친구이자 준보의 아내

 

4.인상깊은 구절

"사랑이란 무엇인가." 스스로 물을 때 "외롭고 적적하고 얄궂은 것" 칠년 동안에 얻은 결론이 이것이었다. 여러 해 동안 적어온 사랑의 일기가 홀로 애태우고 슬퍼한 피투성이의 기록이었다.
애라에게는 여러 날 동안의 무서운 밤이 닥쳐왔다. 자기의 육체를 저주하고 얼굴을 비치어주는 거울을 깨트려버렸다. 칠년 동안의 불행을 실어 온다는 거울을 깨트려버리고는 어두운 방안에서 죽음을 생각했다. 몸이 덥고 가슴이 답답하고 불 냄새가 흘러오면서 세상이 금시에 바서지는 듯했다. 그 괴로운 죽음의 환영에서 벗어나는 데는 일주일이 넘어 걸렸다.
"남의 집 창밖에 서서 안을 기웃거리는 가난한 마음을 짐작하실 수 있으세요. 안에는 따뜻한 불이 피고 평화와 단란이 있죠. 밖에 서 있는 마음은 춥고 떨리고."
"……운명이라는 것 생각해 보신 적 있습니까. 슬픈 것 기쁜 것 어쩌는 수없는 운명이라는 것.……〃 "운명을 생각할 때 진저리가 나구 울음이 나요." "……거역하구 겨뤄봐두 할 수 없는 것, 고지식이 항복할 수밖엔 없는 것." 결국 그렇게 " 돌리구 그렇게 생각할 수밖엔 없겠죠. 슬픈 일이긴 하나……"
외로운 꿈에서 깨어서는 게같이 방 속에서 나와 뜰에 맨 흰 염소를 데리고 집 앞 풀밭을 거닌다. 턱 아래다 불룩하게 수염을 붙인 흰 염소는 그 용모만으로도 벌써 이 세상에 쓸쓸하게 태어난 나그네다. 초점 없는 흐릿한 시선을 풀밭에 던지면서 그 어느 낯설은 나라에서 이 세상에 잘못 온 듯이도 쓸쓸하게 운다. 울면서 풀을 먹고 풀에 지치면 종이를 좋아 한다.
그 애잔한 자태에 애라는 자기 자신의 모양을 비치어 보고 운명을 생각하면서 종이를 먹인다. 한 권의 잡지면 여러 날을 먹는다. 백지를 먹을 뿐 아니라 인쇄된 글자까지를 먹는다. 소설을 먹고 시를 먹는다. 잡지 대신에 애라는 하루는 묵은 일기장을 뜯어서 먹이기 시작했다. 칠년 동안의 사랑의 일기-지금에는 벌써 쓸모 없는 운명의 일기-그 두터운 일곱 권의 일기장을 모조리 찢어서 염소의 뱃속에 장사지내기 시작했던 것이다. 흰 염소는 애잔한 목소리로 새침하게 울면서 주인의 운명을-슬픈 역사를 싫어하지 않고 꾸역꾸역 먹는다.

 

5.소감

짝사랑을 해본 적은 있으나 좋아하던 당사자가 결혼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포기가 안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 말하면 스토킹으로 생각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_-

애라가 가엽다기 보다는 좀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 열정은 좋으나 다른 곳 or 사람에 쏟는 게 좋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타인에 대한 감정 폭력이 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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