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경삼재의 생애
- 홍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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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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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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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을 친 구절
[19p]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가 어린 시절을 보낸 1900년대 초반은 1876년 개항이 있은 지 30년 가까이 된 때였다. 개항은 동북아 지역에서 서구 근대문명을 본격적으로 수용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들 세 사람은 각각 두 살 터울로 개항이 된지 15년을 전후해서 태어났다. 전통과 근대가 혼재되어 있던 시점이었다. 그리고 양반, 중인, 몰락 양반(평민) 등으로 출신이 다른 세 사람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서로 다른 어린 시절을 보냈다.
[57p]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 세 사람이 만난 것 자체가 '근대적 현상'이었다. 신분에 차이가 있었지만 세 사람의 첫 만남에선 사회적 고정관념이 고려되거나 의식되지 않았다. 이들의 교유는 근대적 지식을 수용했고 그 장소가 일본 동경이었기에 가능했다. '동양의 런던'인 동경은 서양 문명의 수입이 가장 빠른 곳이었다. 동경은 이들이 이전에 살면서 체험했던 조선과는 상반된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
[129p] 민족적 항쟁이면서 이후 민족 운동 변화의 분수령이 된 3.1 운동의 격변기에 동경삼재의 활동은 어떠했는가? 동경삼재는 각각 충청북도 괴산, 서울, 일본 동경에 거주하면서 3.1 운동에 적극 참여했다.
[182p] 1920년대 조선사회에 분열을 획책했던 일제의 '문화정치' 속에서 동경삼재는 각기 다른 정치적 선택을 했다. 갈림길은 민족해방운동의 한 축인 사회주의 계열과의 관게 설정에서 비롯되었다. 사회주의에 우호적인 홍명희는 비타협적 민족주의자의 길을 걸었던 반면에 이광수와 최남선은 민족주의 계열의 입장을 고수했다.
1920년대 중후반 민족주의 좌우파로 나뉘어 이루어진 사회적 활동과 비례해서 이들 동경삼재 사이의 거리는 더욱 벌어졌다. 이광수는 타협적 민족주의자의 일원으로 일제가 허락하는 범위에서의 '자치'를 주장하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최남선은 불함문화론 연구를 통해 일본인 학자의 조선에 관한 연구에 학문적으로 대결하고자 했다. 그러나 정치적 입장이 탈각된 학문 연구는 1928년에 조선 총독부 산하 관변단체인 조선사 편수회의 참여로 귀결되었고, 결국 일제의 조선 지배를 합리화한 '식민사관'을 옹호하기에 이르렀다.
[199p] 민족 독립에 관한 전망이 사라지면서 일부 민족주의자 안에서 당대 현실을 외면하고 과거 역사와 문화의 화려함을 강조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전통에 관한 향수는 파시즘적인 요소와 친화력이 강했다. 파시즘은 절대 긍정과 절대 부정의 이분법적인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 외부의 어떤 존재를 비판과 비난의 대상으로 설정하고 이를 통해 자신들 내부의 결속력을 높이고자 했다.
[231-233p] 최남선과 이광수는 일제의 침략전쟁을 지지하는 글과 활동을 계속 했고 이로써 미루어볼 때 이들은 태평양 전쟁 막바지까지 일제의 패배를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다. 반면 홍명희는 현명했다. 그는 신간회 이후 단체 활동과 발을 끊었다. 홍명희는 국내에 거주하면서 일본에 저항하지는 못했지만 최대한 신중하게 침묵을 지켰다.
그렇다면 식민지 조선의 지도자 위치에 있던 최남선과 이광수가 이러한 요구를 거절할 수 없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홍명희, 여운형, 송진우, 조만식, 안재홍 등이 진흙탕에 빠지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보면 강연과 기고 등의 친일 활동을 아주 피할 수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최승만의 회고에 따르면 훗날 최남선은 「기미독립선언서」를 쓴 사람이 일본인 기관, 조선사 편수회에 일을 보게 된 동기가 '제 마음이 약하기 때문'이라고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광수는 자신이 아니면 누군가 나서야 했기에 자신이 나섰다고 했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 그런 역할을 왜 당신들이 해야만 했느냐고?
[246p] '친일파 청산'의 물음은 당위의 차원에서 제기되었지만, 어떠한 범위에서 어떻게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할 것인가에 관해서는 정치적 상황에서 여러 정파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논의되었다. 또한 '친일파'의 범주 설정에서 친일과 반일의 경계에 서 있던 인물 혹은 항일 운동을 하다가 친일 행위를 했던 인물에 대한 평가는 복잡하고 미묘했다.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최남선과 이광수다.
[254p] 반민특위의 활동이 주춤한 사이에 최남선과 이광수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그리고 6.25 전쟁으로 '친일파 청산'의 문제는 수면 아래로 잠겨버렸다.
- 읽고 느낀 점
한말 조선인 유학생 중 가장 주목받았던 세 사람이 있었다. 동경삼재라 불리던 그들은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였다.
그들 각자의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그들이 조선 지식인 천재 삼인방으로 불렸던 것은 결코 알지 못했다. 그들이 서로 알고 지냈다는 것도 알지 못했고 말이다.
공부를 꽤 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하면 할수록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한말 유학생은 특별한 지위에 있었던 것 같다. 지금도 그렇겠지만 그 당시는 유학생이란 신분이 더 특별했을 것 같다.
새로운 문물과 문화를 직접적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였고 근대화의 물결 속에 조선은 변화의 시기에 봉착해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을 통해서 조선인은 변화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으리라 본다. 그런 의미에서 동경삼재는 한말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던 것이다.
이 책은 동경삼재의 삶을 보여준다.
그들이 어떻게 만났고 그들이 생각한 민족과 이념은 무엇이었는지 그들을 가른 시대적 운명, 그리고 운명 속 선택의 갈림길까지 이야기한다.
한말과 일제강점기의 시대적 흐름 속에서 세 사람의 행적을 이야기해줌으로써 비교할 수 있게끔 한다.
근대가 아니었다면 그들은 서로 만나기 어려웠지 않았을까. 양반, 중인, 평민 서로 다른 계층의 사람들이었으니 조선이 이어졌다면 그들은 교류할 수조차 없었을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 근대란 시대가 고맙게 느껴졌다.
하지만 서로를 아끼고 응원했음에도 시대적 상황 속에서 그들은 다른 선택을 하게 되면서 갈림길에 들어선다.
최남선과 이광수가 친일 행적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광수는 수양동우회 사건이 친일로 돌아서게 된 결정적 사건이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최남선은 여전히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조선의 사상과 문화를 연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그가 친일 옹호를 하고 나아가 전쟁 찬성에까지 발을 들였다는 사실 말이다. 정확히 어떤 사건 때문에 돌아선 것인지 책에서도 나오지는 않는다. 다만 1920년대 말 조선사편수회 참여 이후부터 그가 친일에 길에 들어섰다는 것은 확연해 보인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착각하고 있었던 부분은 홍명희였다. 월북했다는 사실, 그리고 임꺽정의 저자 정도로만 생각하고 단순하게 그는 좌파 지식인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민족주의 – 사회주의 대립 구도 속에서 비타협적인 민족주의를 견지했고 중일 전쟁 이후에는 어떠한 입장 표명 없이 조용히 생활했다. 해방 이후에는 중립적 입장을 견지했다. 월북 이후에도 전쟁을 반대했다고 한다.
인물 평가를 함에 있어서 하나의 단어, 문장 만으로 또는 사건으로 단편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특히 최남선, 이광수의 경우는 친일과 반일의 경계 또는 독립 운동을 하다가 돌아선 경우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것 같다. 다각적인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럼에도 그들의 친일 행위는 결코 옹호될 수 없다라는 생각이다.
책에서는 역사적 사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벌인 사건에 대한 저자의 생각도 간혹 들어가 있어서 생각해볼 거리를 던져준다.
특히 나는 이 시대에 주목하는 것이 독립을 위해 어떠한 선택을 했는가, 지식인으로서 시대에 어떤 역할을 했는가인데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을 해주어 반가웠다.
이념 분쟁으로 여전히 우리 사회는 이념이라는 틀에 갇혀 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어서이다.
일제강점기 민족주의 계열, 사회주의 계열로 나뉘어 싸웠던 것은 이해라도 할 수 있지만 과연 민족주의 우파와 친일파는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인가 하는 것.
그리고 지식인은 당대 사회의 문제점을 제대로 진단하고 미래의 방향을 올바르게 제시해야 하는데 동경삼재는 이런 면에서 어떻게 평가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다.
당시 나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 그들의 고민과 선택이 나를 돌아보게 만드는 것 같다.
쉽게 쓰여졌으면서도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이기에 일독을 권하고 싶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세 사람의 생애와 작품을 찾아보게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가치가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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