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리뷰/책

[책] 역린1

by 거리의 화가 2014. 5. 19.
1. 시대적 배경

1) 실존 인물
이선: 사도세자(정조의 아버지)
이금: 영조
세자빈 홍씨: 이선의 비
홍봉한(정조의 외조부)
나경언: 사도세자 사건의 고변자. 형조 판서 윤급(尹汲)의 종으로 1762년 5월 김한구(정순왕후의 아버지)ㆍ홍계희(경기도 관찰사)ㆍ김상로(金尙魯)ㆍ윤급 등의 사주를 받아 세자의 난행ㆍ비행을 과장하여 형조에 고발했다가 영조의 분노를 사서 주살(誅殺)되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영조는 세자를 죽일 결심을 하게 되고 결국 세자는 뒤주에 갇혀 죽게 된다.
이산: 정조(사도세자의 아들)

2) 허구 인물
광백
황율
안국래
갑수
개울
을수

3) 정유역변
1777년(정조 1년) 8월에 창덕궁에 괴한이 침입하다 잡혔는데 조사 결과 정조의 외척인 홍상범(홍술해의 아들), 홍계능(홍계희의 손자) 등이 유배되어 있던 홍술해(홍상범의 아버지)와 모의하여 반정을 꾀한 것이 들어났다. 이들이 추대한 은전군을 자진하도록 조치하고 홍술해, 홍상범에게는 사형을 내렸으며, 홍계능은 고문을 받다가 죽었다. 정후겸의 양모인 화완옹주(사도세자의 친동생)는 교동으로 유배되었다. 이렇게 하여 정조 즉위 1년 안에 즉위에 반대하였던 세력은 정순왕후(영조의 계비)의 오라비인 김귀주만이 무사하였을 뿐 모두 제거 되었다.


2. 책 속의 한 구절

[11] 왕의 길이란, 생사의 경계, 그 칼날 위라는 것, 이었다.

[12] 이선은 총명했고 영특했다. 하지만 그 총명함과 영특함이 아버지와 아들을, 임금과 세자를 갈라놓는 씨앗이 되고 말았다.

[14] 이선은 무(武)가 좋았다. 무는 담백하고 간결했다. 나아가고 멈추는 것이 확연하고 속내가 오롯이 겉으로 드러나 있었다.
문은 어지러웠다. 더욱이 사대부의 문이라는 것은, 표(表)와 리(裏)가 부동하고 교언(巧言)과 영색(令色)이 난무했다.

[78] 월악산으로 가는 길은 평탄했고 거칠 것이 없었다. 그 길 소달구지 위에 안국래의 나라 따윈 없었다. 광백의 나라는 엽전 꾸러미 안에 온전히 들어앉아 짤랑거리고 있었다.
볍씨 서 말을 갚지 못해 맞아죽은 부모와 길가에 버려져 굶어 죽은 동생들과 사과 한 알 때문에 아홉살 나이에 사인을 저질렀던 광백의 조선이, 그 속에 있었다.

[159] "백성의 세자가 아니라 노론의 세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저하께서! 세손께서! 사실 수 있습니다."

[161] 이선은 아버지가 못다 이룬 꿈, 백성의 왕, 탕탕평평의 왕이 되고 싶었다. 세상 밖에서 백성의 교룡을 보고 난 후 이선은 이제 숨어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백성의 교룡은 이미 꿈틀대며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선에게 어서 굴 밖으로 나오라고 호통치고 있었다.

[176] 세자빈은 무서운 사람이었다. 자신의 지아비를 버리고 아들을 택하기로 결정한 것이었다. 백척간두에 선 중전보다는 가문을 보존할 대비가 세자빈 홍씨의 결정인 듯 했다.
세자빈 홍씨의 승부수는 던져졌다.

[186] "산아. 너의 세상이 오기 전까지 너는 너를 드러내선 안 된다.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느냐?"

[212] "저는 저 밖에서 백성들의 거대한 용을 보았습니다. 그 용은 임금도 세자도 노론도 소론도 관심이 없습니다.
진정한 정치는 그 용을 두려워하고 그 용을 안온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 용을 증명하는 것이 진정한 정치이며 정도입니다.
저는 이제 전력을 다해 그것을 증명하려 합니다. 그것이 저의 정치입니다."

[287] 임금은 대신들에게 동궁 편에 가서 붙으라고 고함질렀다. 너희들은 내 편이 아니라고 고함질렀다. 그리고 나경언을 충신이라 불렀다.
글의 진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임금의 꿈자리까지 따라와 내내 두렵고 아득하게 만든 말들이 세상에 나오고 말았다.
임금은 두려워서 떨었고 분노해서 떨었다. 진위란 것은, 세상 밖으로 나온 두려움에 맞추면 되는 것이었다.
임금은 자신의 두려움에 당위를 부여했다. 세자 이선은, 그날부터 대역 죄인이 되어 다시 엎드렸다.

[301] 이산은 할아버지 앞에 조아렸다. 눈물은 흘리지 않았다. 이 비정한 궁궐 안에서 눈물이란 것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아비가 죽어 동궁이 된 이산은 그때부터 울지 않았다.
그의 앞에 펼쳐진 왕의 길이란 단지 생존을 위한 길이란 걸 어린 이산은 알았다.


3. 리뷰

영화 역린의 배경이 되는 소설이다. 
영화에서는 정유역변의 결과와 이를 위해 사전에 모의하는 과정이 아주 짧게 압축되어 나온다.
그러다보니 그 배경을 실상은 자세히 그려주지 않는 단점이 있었다. 
오히려 영화 속 중용 23장만 기억에 남을 뿐이었다. 

1권은 영조와 세자간을 두고 펼쳐지는 사건과 그 속의 긴장감 등을 보여준다.
단지 1권을 읽었을 뿐이었지만 영조와 사도세자간의 묘한 이질감이랄까 그런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항상 궁금했던 것이 영조가 늦게 나은 아들인 세자를 아꼈을텐데 왜 그런 비극적인 결말로 갔을까 하는 점이었다.

인간의 이기적인 속성과 나약함, 권력에 대한 탐욕, 목숨을 위협받는 궁중의 암투 속에서 비극성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보니 실존 인물과 배경이 되는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 속에서 역사적 지식을 확장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픽션인 소설을 즐겨 읽는 편이 아니고 논픽션 책들을 즐겨 읽는 편이다.
아무래도 상상력이 부족한 편인데다 있지 않은 일을 상상을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소설을 통해 실제적 사실을 다른 각도에서 상상하는 맛도 있으니 분명 이것은 소설이 가지는 유익이고 특성일 것이다.

그래도 이 소설은 다른 소설들보다는 더 재미나게 읽혔다.
아무래도 역사적 사건이 바탕이 되는 소설이라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오히려 영화를 먼저 보고 소설을 본 것이 도움이 더 된 것 같다.
만약 소설을 보고 영화를 보았다면 소설에 몰입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아무래도 사전 지식도 없었을테니 말이다.

정조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간의 그런 사정을 나중에 알게 되었고 
늘 목숨의 위협에 시달렸을텐데 참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많은 업적을 쌓았긴 했지만 반면에 홍국영을 키우면서 세도정치의 씨앗을 키우는 화근을 만들었다는 것도 그런 배경에서 나올 것이다.

원인이 있어야 결과가 있는 법.
정유역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서 그 당시 시대적 배경과 인물들을 살펴보는 것이 내겐 큰 수확이었다.


'리뷰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단편소설 - 가애자(1938년작)  (0) 2021.04.29
[책] 동경삼재  (1) 2016.12.11
[책] 강신주의 다상담 1,2  (0) 2013.11.29
[책]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0) 2013.10.31
[책] 그리스인 조르바  (0) 2013.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