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다상담 1,2권을 읽었다.
속이 시원한 것 같으면서도 때론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대부분의 것들이 스스로의 생각에 갇혀서 행하지 못하거나 다른 식으로 표출하는 것들이었다.
아마도 작가가 에둘러 말하지 않고 곧바로 말을 해주니 시샘이 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두려움에 직면하고 깨치고 나아가야 발전이 있는 것인데 안주하고 ‘지금 이대로도 좋지 않은가’ 주저않아 관망하는 나를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부딪쳐 앞으로 나가보자라는 결심을 하게 했으니 고마운 작가다.
머리말을 읽으면서 이 책의 내용을 담은 팟캐스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책과 동시에 팟캐스트도 짬날 때마다 들었는데 현장감이 느껴져서 책을 읽을 때와는 다른 맛이 있었다.
1권에는 <사랑, 몸, 고독> 편이 담겨져 있고 2권에는 <일, 정치, 쫄지마> 편이 담겨져 있다.
처음에는 읽을 책도 많은데 두 권 다 읽기는 버겁지 않나 생각해서 그 중 한 권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읽었는데 한 권을 다 읽는데 시간이 그다지 많이 걸리지는 않아서 나머지도 읽게 되었다.
읽는 순서는 1권부터 읽었는데 처음에는 2권의 제목이 더 끌려서 2권을 먼저 읽을까 생각했지만 지금 생각보니 1권부터 읽기를 잘했다 싶다.
1,2권을 관통하고 있는 주제와 테마가 사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나의 눈에 들어온 것은 ‘둘의 경험’이라는 문장과 ‘몸’, ‘주인공’이라는 단어였다.
먼저 ‘둘의 경험’은 사랑에 대해 설명한 문장 중에 나왔다.
“알랭바디우라는 철학자가 있어요. 그 사람이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랑은 둘의 경험이라고요.”
과연 사랑에 대해서 이토록 탁월한 해석을 던진 말이 있을까?
생각해보면 신랑과 연애할 때 주변의 것이 보이지 않고 신랑에게만 집중이 되었던 것 같다. 그것은 신랑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 시간들은 온전히 둘에게만 집중했던 것이다.
시간이 지난 연인들이 주변의 것에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헤어짐을 고려해봐야 한다는 말이 절절하게 와 닿았다.
“목소리 좀 낮춰! 목소리가 너무 커!”
상대에게 집중하지 못하고 주변 사람들과 대기가 신경이 쓰인다면 과연 이 말을 들은 상대는 얼마나 상처가 될까.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었지만 나는 둘의 경험이란 말이 가장 와 닿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말을 중시 여기며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로 ‘정신’에 대한 것.
나는 유물론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책이나 영화 등의 매체, 사람에게 끌렸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정신이라는 것은 내게 머리이자 논리로 인식되었다.
감정적인 나는 스스로 감정에 쉽게 농락당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럴수록 그러면 안 된다는 자의식을 가졌던 것 같다.
강신주는 말했다.
정신이란 것은 보수적이고 몸은 래디컬한 거예요.
욕망이 이끌리는 대로 하고 싶은 대로 살자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정신을 점점 중요시 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자기 검열을 하고 있으니 서로 배치되는 행동과 생각을 하지 않았나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할 때는 욕망이 이끄는 대로 나의 몸이 이끄는 대로 하되 논리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행동하기 전 충분히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근데 사실 생각은 쉬운데 이걸 실천하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일 듯 하다.
세 번째로, ‘주인공’
어릴 적 스스로 선택하지 않고 부모님의 선택에 떠밀려 많은 선택들을 한 것을 지금은 후회하고 있다.
부모님의 기대대로 행동한 나는 타자의 욕망대로 행동한 것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인데 그동안의 나는 타자에게 휘둘려 씁쓸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혹시 어머니나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뿐인데, 자신이 공부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것은 아닌가요?
그 아이는 어머니나 선생님과 무관한 일이라고 공부하는 것은 단지 자신의 성취감 때문이라고 정색합니다.
이 순간 나의 뇌리에는 라캉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자신이 욕망하는 것이 진실로 자신이 소망하는 것인지 혹은 소망하지 않는 것인지를 알기 위해서, 주체는 다시 태어날 수 있어야만 한다.”
부모님께 이기적이라는 말을 무던히도 들었었는데 그때는 화가 났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면서 속상하고 불편한 감정이 일었었다.
어쩌면 이기적인 것이 내 의지를 찾으려는 주체 의식을 가지고 살기 위한 절차는 아니었을까.
주인공이란 단어는 내 삶에 퍽이나 중요하게 생각되는 단어가 되었다.
자존감이란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나를 알고 싶어졌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찾아보는 노력을 하게 되었다.
이런 노력을 여러 번 하다 보면 이것이 내가 진정으로 원해서 하는 것인지 원하지 않는 일을 하는 것인지 알게 될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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