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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운 남편에게

category 일상다반사 2014. 2. 11. 08:51

작년 중반부터 회사 사정이 좋지가 않다.

한 번 급여가 밀렸었고 그것이 한달동안 지속되었다.


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 나는 이런 경우를 우려했다.

이미 이 회사를 몇 년전 다닌 경험이 있었는데 급여가 계속 나오지 않아 

결국 그만둘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머니는 이 따위 회사는 그만두라며 치를 떠셨다.

어머니는 아직도 사장님의 이름을 기억하실 정도니...


그래서 이 회사에 다시 들어오기 전 신중하게 고민했다.

다시 이런 경우가 생길까봐.

그런데 나는 새로운 경험에 목말라 있었다.

늘 하던 윈도우 프로그래밍은 지겨웠고 고객 상대하는 것도 버거웠다.

direct로 전화를 받아서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회사로 들어와 1년 반 정도 잘 경영이 되었었는데

작년에 이어 이번에 또 급여가 나오지 않았다.

사장님은 돈 받을 때가 있으니 조금 기다려달라고 하는데

두번째 이러니 짜증이 나고 무엇보다 불안함에 회사를 계속 다녀야 하나 고민이 된다.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아 고정지출이 아직 많다.

빚진 것도 있고 그것을 갚아나가려면 사실 힘에 부친다.

지난 번에 이어 이번에도 이런 일이 생기니 남편에게 미안함이 일었다.

남편은 계속 안나오면 그만두어야지 라고 말하는데 사실 모르겠다.

경력은 있지만 적은 나이도 아니니 회사 옮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이번에 급여가 안 나오는 바람에 남편이 들어두었던 보험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다.

그런데 액수가 모자라서 현금서비스까지 덤으로 받았다.

현금서비스 or 대출 받는 것 등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인지라 남편에게 더욱 미안하다.


어젯밤 퇴근하고 온 남편은 아끼던 게임기를 팔았다며 박스에 싸야 한다 말했다.

평소 게임을 많이 한다며 타박하던 나였지만 이건 아닌데 라는 생각이 잠시 일었다.

많이 하지도 않는데 라며 남편은 말했지만 연신 미안하다고 얘기했다.

부부 사이에 미안할 일이 많으면 안되는데 잠시 울컥하기도 했다.

어쨌든 이 또한 지나갈 일이지만 이 고마움을 어찌 갚아야할까?


지금으로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내 맡은 바 임무를 다하여 회사 사정이 나아지도록 하는 일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리고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두는 것을 고민해봐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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