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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오빠가 돌아왔다

category 리뷰/책 2013. 6. 26. 23:46



오빠가 돌아왔다

저자
김영하 지음
출판사
문학동네 | 2010-02-16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유쾌한 이야기꾼 김영하의 소설집!지금 세대를 대표하는 소설가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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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단편소설집 오빠가 돌아왔다를 읽었다.


읽어야 할 이유가 생겨서 읽게 되었지만

사실 나의 성향과 잘 맞는 작가는 아니라 생각한다.

이름이 있는 작가라고 해서 반드시 나의 성향과 맞다고 할 순 없을테니.


자극적인 소재와 스토리는 갈수록 읽기가 불편해졌고 버거워졌다.

그나마 공감이 간 소설이라곤 이사와 보물선 정도 밖에 없을 것 같다.

나머지는 현실에서 가끔 마주하게 되는 일들이었지만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이었다.

다양한 삶의 군상들을 경험해보았다는 것 정도밖에는 없을 것 같다.


- 오빠가 돌아왔다 

뭔가 전형적인 삼류틱한 소설이었다.

가면 갈수록 지루함마저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뒷돈을 받아 챙기는 아버지와 

집나간 엄마와 

십대 때 집을 나가 스무살 때 여자를 끌고 들어온 오빠와

극을 바라보는 주인공이자 세상을 다 알아버린 듯한 피곤한 시선의 여동생까지.

오빠가 집에 돌아오면서 네 식구들이 뜬금없는 야유회를 가는데 '와 이제 그들이 가족이 된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 보다는 뭔가 찝찝하고 불편하기 짝이 없는 애매한 감정이 일었다.


소설을 읽으면서 왜 내가 불편한 감정을 느꼈을까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이렇게까지 막장 집안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나도 십대 때 세상을 사는 것이 지겹고 피곤하며 지친다는 생각을 한 적이 많았다. 

이런 오빠는 없었지만 술로 가족들을 못살게 굴고 재산을 탕진했던 아버지를 바라보는 가족들의 시선은 비슷했던 것 같다.

이제는 아버지가 술을 끊고 변화하셔서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 전체적으로 변화하기는 했지만 그 전까지는 아버지를 바라보기가 버겁고 힘들었다.

극중 화자도 아버지를 증오 or 연민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가 가정 or 가족일텐데 요즘도 여전히 우리 사회의 가족 관계는 건강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가족 간의 대화보다는 폭력이 난무하기 일쑤이고 서로 이해하지 않고 자신의 기준에서 밀고 보는 것들 말이다.

그런 것들 때문에 사회에 정상적으로 정착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는 게 아닌지...

악순환의 반복인 것 같다.


갈수록 기본적인 것이 더 중요해지는 사회가 되어 간다. 

그래서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고 자식의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 이사

책을 읽으며 불과 작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신혼 살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사라기 보다는 짐들을 새로 넣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엘리베이터 없이 3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힘들었었다.


이사를 하면서 가장 속상한 것은 이전 집과의 작별일 것이다.

짧든 길든 그곳에서 살았던 추억과의 단절은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속상한 것이 있다면 이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 or 소동들이랄까.

짐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짐이 훼손되기도 하며 새집과 짐들간의 부딪힘도 생기면서 이삿짐 센터와의 실랑이도 생기는 것.



주인공 부부는 12층 아파트에서 5년간 살다가 17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난데다 흐리고 황사 바람이 심한 날이었다.

고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없이 짐을 오르락내리락하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사의 관건은 날씨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아야 이사의 시작이 좋은데 매캐한 황사 바람으로 시작했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을테다.


누구나 하나쯤은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물건을 이삿짐 센터도 당연히 소중히 다뤄주었으면 하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내 마음처럼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주인공 부부에게는 귀가 달린 가야토기가 그런 물건이었다. 그래서 인부에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사를 하고 나서야 짐이 사라진 것을 알았고 이전 건물로 가보니 산산조각이 나 있는 토기를 발견한다.

그 때의 허망함은 어떠했을까.


나에게 중요한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책과 책장일 것이다.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사들인 것들이 내가 아닌 남의 손에 의하여 사라지거나 훼손된다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이미 깨져버린 토기를 두고 돌아섰을 주인공의 그림이 그려졌다. 어쩌면 토기가 깨지면서 이전 집과의 계약은 단절되고 새 집과의 만남을 생각하게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부부는 17층 집에서 어쨌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과연 이 곳에서는 어떤 사건과 추억들이 만들어질까?


- 보물선

자본주의 사회의 병폐인걸까.

돈만이 중요시되는 세상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돈만을 쫓으려 하고 그런 과정에서 일확천금을 노리는 사람들이 자연히 늘어나게 된다.

문제는 돈을 쫓는 사람들 중 대기업과 대주주는 막대한 이익을 얻지만 반대로 개미투자자들과 소주주는 막대한 손실을 얻는 데 있다.


이런 말을 하면 너는 참 순진하다 라는 말을 들을지도 모르겠다.

투자도 전략 아니겠냐 라며...

이 책에서도 형식과 재만이라는 인물을 통해서 우리 사회,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형식은 세종로의 이순신 동상이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모델로 한 동상이라느니 대한민국 도처에 일제가 조선의 정기를 빼앗기 위해 쇠말뚝을 박아넣었다는 이야기 등을 하며 포장을 해댔지만

사실 형식도 자본주의의 노예 중 한 사람에 불과하다.

서해바다 깊숙이 잠겨있는 일본의 어선과 군용선에 수많은 보물이 숨어있다고 하면서 사람들을 끌어모아 어떻게든 한탕을 끌어내겠다는 생각을 했고 실행에 옮겼기 때문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거짓말에 사람들은 걸려들었고 결국 쪽박을 찬 것은 그와 개미투자자 뿐이었다.

같은 투자를 했지만 재만과 친구들은 치고 빠지기 전략으로 꽤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으니 말이다.



결국 형식은 사업을 말아먹은 후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며 돈을 꾸기에 이른다.

물론 결말은 허무하게도 이순신동상을 폭파하고 달아난 도주범이 되어버려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기에 이르렀지만...


재만을 비롯한 친구들은 형식을 욕하며 재때문에 내 인생이 꼬였다 말하겠지만 난 솔직히 조금 고소했다. 그들이 속물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속물일지 모르지만 모든 것이 돈으로만 평가되고 판단되는 세상이 씁쓸해서 그것을 잘 이용하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이렇게 피해를 봤으면 하는 심리가 작용한 것 같다.

하지만 과연 나도 재만과 그의 아내처럼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롭게 외국여행을 다니며 여유로운 삶을 꿈꾸지 않는다 말할 수 있을까. 나의 어두운 구석을 발견했고 그래서 뒤끝이 찝찝했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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