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를 읽었다.
꽤 오래 걸렸지만 읽은 만큼 뿌듯함이 이는 소설이었다.
번역본으로도 꽤 오래 걸렸으니 원서로 읽었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겠지.
다음에는 원서로도 도전해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스타인벡은 193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고 이 소설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평가받는다.
소설을 읽게 된 계기는 위대한 개츠비를 읽고 나서 1930년대를 대표하는 소설로 이 책이 꼽힌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였다.
미국은 현재도, 과거도, 미래도 우리나라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는 나라이기 때문에 궁금했다.
미국의 시대사를 공부해보지는 않았어도 소설은 등장인물을 통해서, 소설의 배경과 스토리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시대상을 경험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과감하게 도전했다.
일단 재밌었다. 먼저 읽었던 위대한 개츠비는 뭔가 나와 동떨어진 이질적인 느낌을 받았다면 이 소설은 오히려 평범한 민중들의 생활상을 담아내고 있기 때문에 더 와 닿았다.
물론 너무 적나라해서 읽기 불편한 부분도 있었지만 이런 요소가 분노의 포도를 좋게 평가하는 요소가 된 것 같다.
두번째로 편집이 마음에 들었다. 이전 챕터에서는 객관적 시점에서 현재의 상황을 전체적으로 그려내주고 있어 다음을 예측하며 정리를 한다면 다음 챕터에서는 조드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그것을 풀어내고 있다.
혹자는 스토리만 계속 이끌어가야 하는데 번갈아가며 정리하는 챕터가 있다 보니 흐름이 끊긴다 생각할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런 챕터가 번갈아 가며 존재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빛난다 생각한다.
기존 소설을 읽을 때 가장 불편했던 부분이 이야기만 주욱 이어지는 구조여서 나는 항상 집중이 잘 안되는 면이 있었다. 이렇게 정리를 해주니 앞으로 나올 부분을 예상할 수도 있고 작가의 생각도 보고 나의 생각도 정리를 할 수도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소설은 당시 산업화, 기계화되는 농업 환경으로 점점 적은 인력으로도 농장을 경영할 수 있게 되면서 고향을 버리고 꿈의 도시인 서부 캘리포니아 대규모 농장으로 떠나는 소작농들의 생활상을 조드 일가의 이야기를 통해서 담아내고 있다.
고향을 떠난 뒤 꿈을 꾸며 서부로 가는 동안 할아버지,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하나 둘씩 가족들이 떠나고 남은 가족들이 마침내 캘리포니아를 도착했다.
그때만 해도 이제는 농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서부도 이미 꿈의 도시가 아니였다. 소작농들이 몰리면서 늘어난 인력만큼 임금은 깎여만 가고 하루 벌어먹고 살 수 없을 만큼 궁핍해져만 가는 것을 보여준다. 이것이 심화되어 나중에는 일자리를 찾기가 힘들어져 간다.
조드 일가 중 아들인 톰은 처음에 등장할 때만 해도 교도소에서 나와 철모르는 천방지축이었지만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만나면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어머니는 가족을 끊임없이 울타리로 끌어들이고 결속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을 보며 여자는 연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구나 생각했다.
잊을 수 없는 장면이 있다면 톰과 가족이 헤어진 후 어머니와 마지막 작별을 하던 순간이었던 것 같다.
아들을 떼어놓고 가야만 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졌다. 헤어지는 아픔을 겪었지만 톰은 더 이상 예전의 천방지축이 아니다. 허무하게 죽은 목사인 케이시의 뜻에 따라 자신의 소신대로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하며 살아나갈 것이다.
분노의 포도가 익어가는 것만큼 점차 민중들도 성장하여 언젠가 농장주에 맞서 싸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나도 대의를 위해서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생각해보게 만들어 가슴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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