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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탈리즘
『오리엔탈리즘』은 에드워드 사이드가 주로 중동과 인도에 대한 서구의 시각을 드러내는 언설들을 정리했다. 동양에 대한 서구의 지식은 현실에서 생성된 것이 아니라 '동양'의 여러 사회가 본질적으로 서로 닮아있으며 '서구'의 사회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선입견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을 담았다. 즉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은 서양인들이 동양을 볼 때에 선입견을 가지고 본다는 것으로, 동양을 지배하고 재구성하며 억압하기 위한 서양의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이 책은 저자인
저자
에드워드 사이드
출판
교보문고
출판일
2015.09.17

 

[52] 오리엔탈리즘은 총체적으로 동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오리엔탈리즘이 의미를 갖게 된 것은, 동양  때문이 아니라 도리어 서양 때문이다.

 

오리엔탈리즘은 서구인들이 언급하는 동양으로 편견과 왜곡에서 비롯된 형상의 세계의 이미지가 반영되었다. 그것에는 서양이 동양과 관계하는 방식, 유럽인 중심에서 바라보는 타자적 관점이 녹아 있다. 

 

책에서 주로 말하는 오리엔탈리즘은 중동, 근동의 세계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예루살렘에서 태어나 나치 독일의 박해를 피해 이집트로 이주했다. 공교롭게도 이집트는 유럽인이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의 세계였는데 이곳은 나폴레옹이 동양을 정복한다는 명분 하에 내려온 땅이자, (유럽인의 입장에서 서양과 동양을 가르는) 수에즈 운하가 있는 곳이다. 그래서 개인적인 의견으로 이집트는 서구 제국주의, 유럽 인종주의의 세계가 구현된 곳이었기에 사이드가 오리엔탈리즘에 대한 연구를 하기에 최적이었으며 여기에 개인사에 대한 경험까지 더해져 이러한 작업이 나올 수 있었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런데 왜 동양의 지역을 중동 및 레반트로 설정했는지는 의문이 있었다. 서구 유럽의 제국주의의 선두주자였던 영국, 프랑스에 이어 20세기 초가 되면 미국이 이에 가세하게 되는데 미국은 인도차이나 반도를 비롯한 남아시아와 한국, 중국, 일본을 비롯한 동아시아에 지배력을 미치기 때문이다(이는 지금도 마찬가지). 이와 같은 한정은, 단적으로 말하면 동양의 광대한 부분을 차지하는 인도, 일본, 중국과 극동의 다른 지역들을 제외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이러한 여러 지역의 중요성을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그곳들은 분명히 중요했다). 근동이나 이슬람에 관한 유럽의 경험을 서로 분리하여 논의할 수 있기 때문이다(P43). 저자의 해명이 솔직히 100% 납득은 되지 않고 개인적으로는 결국 전략적 위치 설정에 의해서 범위를 한정 지었다고 생각했다. 

 

저자는 오리엔탈리즘에 대해 갖기 쉬운 편견이나 오해가 있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는 첫째, 동양이 본질적으로 현실과 부합되지 않는 관념이나 날조였다고 단정짓지 말 것. 둘째, 관념, 문화와 역사를 이해하고 연구하기 위해서는 권력의 속성도 함께 연구해야한다는 것. 셋째, 오리엔탈리즘 구조가 허위와 신화로 이루어진 구조에 의해 불과하다거나 진실이 밝혀졌을 때 그 허위와 신화가 일거에 없어질 거라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 두 번째는 해당 부분을 유념해야 한다는 의미 정도로 바로 받아들일 수 있으나 사실 주의해야 할 사항은 첫 번째와 세 번째가 아닌가 싶다. 나도 처음 오리엔탈리즘이라는 개념을 알았을 때 거부 반응에 의한 또 다른 편견이 내 안에 자라났기 때문이다. 이는 서양이 동양을 왜곡된 이미지로 받아들였듯이 나 또한 다른 세계에 대한 이해를 오해로 판단하는 밑거름이 될지 모르는 일이다.

이는 오리엔탈리즘을 식민지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한 수단으로 단정지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오리엔탈리즘이 식민지 지배를 이끈 원인이라고 여기면 그에 앞서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는 차원을 간과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행히도 오리엔탈리즘이 급속히 진전된 시대는 유럽의 제국주의가 팽창되던 시기와 완전히 겹친다. 서양의 대중적인 반아랍적, 반이슬람적 편견의 역사는 오리엔탈리즘 역사에 반영되었고 아랍과 이스라엘 시오니즘 사이의 투쟁은 미국의 자유문화와 대중에게, 미국의 유대인에게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는 모두 아랍이나 이슬람과 연대하거나 논의의 장이 펼쳐질 만한 장이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오리엔탈리즘이 오래도록 유지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서양 뿐 아니라 그 대상이 된 동양에도 존재한다. 오리엔탈리즘의 관념은 서양인만이 아니라 동양인의 관념 체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서양은 오리엔탈리즘에 의해 동양을 텍스트 의존적으로만 이해하고 규정화했고 동양은 오리엔탈리즘적 방식으로 관념을 이행하고 실천했다. 이는 텍스트와 현실 사이의 괴리를 낳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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