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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

category 리뷰/책 2024. 1. 8. 10:53
 
도시로 보는 동남아시아사
동남아시아는 세계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지역이고, 우리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동남아시아를 그저 휴양지로만 여기고 있을 뿐,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다. 저자들은 7개 나라에서 고른 13개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다채롭게 들려준다. 모든 도시를 다루지는 못했지만 동남아시아 역사의 현장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곳들이다. 저자들이 여행가이드가 되어 도시의 주요 거리를 훑으며 건축물과 풍경에 담긴 사연과 의미를 깊이 있게 들려준다. 현지를 잘 아는 저자들이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의 역사를 가볍지만 알차게 풀어낸 이 책은 동남아시아의 진면모를 알려주는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 독자는 유능한 가이드와 함께 “시내를 관광하며 현장에서 역사를 체험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저자들은 도시라는 창문을 통해 한 나라의 역사를 압축적으로 풀어낸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11개 나라에 수백 수천의 언어와 문화가 공존하는 복잡하고 생소한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
강희정, 김종호 외
출판
사우
출판일
2022.04.05

동남아시아는 현재 11개국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그 영역은 상당히 넓다. 도시국가인 상가포르와 브루나이를 제외하면 넓지 않은 나라가 없다. 그에 비하면 인구는 적은 편이다. 그래서 동남아시아는 도시가 중심이 되어 발달했다. 동남아시아 각국의 오랜 역사 동안 중요한 지역에서 거점이 되는 도시가 사실상 나라의 명운을 좌우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다 보니 오랜 역사를 지닌 도시는 오늘날까지 중요한 관광 명소가 되거나 교통의 요충지가 되어 다른 관광지로 연결해주는 기능을 하기도 한다. 다른 어느 지역보다 동남아시아 도시들이 중요한 이유다. - P6

 

얼마 전 아시아사를 읽고 나자 동남아시아의 역사에 대한 이해가 터무니없이 부족함을 느꼈다. 동남아시아사로 굵직한 책을 갖고 있지만 그 책을 읽기 전 징검다리로 입문할 만한 책이 무엇이 있을까 고르다 선택한 것이 이 시리즈다. 마침 2권까지 나와 있었고 평도 나쁘지 않아 보여 도서관에 가서 빌려와 읽게 되었다. 

 

동남아시아를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물과 친하지 않고 해산물을 그닥 좋아하지 않는 데다가 결정적으로 휴양지 느낌이 강해서 가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러나 이것은 철저히 먹고 노는 관광객으로서의 관점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동남아시아는 한국과 마찬가지로 근현대 시기를 거치며 많은 부침을 겪었기 때문에 도시가 그야말로 역사 유적지라고 할 수 있다. 동남아시아는 도시를 위주로 개발되었기 때문에 관광객으로서 접근성도 좋으면서도 역사학도나 역사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는 공부할 거리가 많은 곳인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더욱 그것을 느꼈기에 값진 시간이었다.

 

5명의 학자들이 7개의 나라에서 고른 13개의 도시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학자마다 다른 국가와 전공을 가지고 있어서인지 이야기의 스타일이 다른 것이 꽤나 재미있었다. 

태국 현대사를 전공자가 방콕, 치앙라이, 폰사완의 민주화와 민족 갈등, 전쟁 경험을 통해 태국과 라오스의 아픈 현대사를 들려준다. 특히 소수민족과 국경, 그 각각에 대해서, 또 둘 간의 관계에 대해서 포커싱을 맞추어 전달한다.

베트남의 정치, 경제를 전공한 정치학자는 하노이와 호찌민시의 거리와 건축물을 통해 역사를 설명하면서도 베트남의 유적지와 현재를 볼 수 있는 여행 장소를 빠짐없이 소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인도네시아 발리를 연구한 인류학자는 덴파샤르, 족자카르타, 수라바야를 소개하는데 지나치게 개발된 자카르타, 발리를 벗어나 현지인의 문화를 제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들로서의 매력을 가져서다.

동남아시아 불교 미술을 전공한 미술 사학자는 믈라카, 페낭을 소개하며 일찍부터 외부의 눈에 띄어 식민지가 되었으나 아이러니하게 그 때문에 다양한 문화의 혼종성을 낳았다고 말한다.

동남아시아 화교를 연구하는 역사학자는 싱가포르, 양곤, 쿠칭을 소개하는데 차이나타운을 중심으로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나는 치앙라이, 폰 사완의 국경 전쟁에 따른 피해와 국경을 오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이 기억에 남았다. 또 베트남의 하노이와 호찌민을 비교하며 급속도로 개발되고 있는 현재를 주목했다. 고양이 천국인 쿠칭도 기억에 남는다.

사람이 붐비고 지나치게 개발되어 관광화되어버린 자카르타나 발리 대신 현지인들을 느길 수 있는 덴파샤르, 수라바야, 족자카르타는 언젠가 가보고 싶다는 소망도 생긴다.

믈라카, 페낭은 역사적 가치와 미관만으로 가고 싶은 욕망은 충분하다. 특히 페낭 신학교는 김대건 신부을 비롯한 조선의 신자들이 사제의 서품을 받은 곳이라 특별하게 느껴진다. 김대건 신부의 유해는 현재 페낭교구 박물관에 모셔져 있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도시들의 탄생 시기는 다양하나 도시로 성장하고 발전한 것은 식민 지배와 국가 건설 과정에서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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