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사람이야.'라고 설명할 수 있을까? 답할 수 없는 질문이며 잘못된 질문일지 모른다.
'나는 어떤 행위를 해왔어.'가 반복되는 것이 나의 인생이 되는 것이 아닐까.
감정이라는 것도 마찬가지다. 누군가를 향해 어떤 감정이 생겼다면 궁금하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을 이해시키고 인정받으려 한다.
여기 천성국 황가에 태어난 남자가 있다. 그러나 그는 거듭되는 상실로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갈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놓인다.
첫 번째 상실은 8살 때까지 모친으로부터 사랑받다가 알 수 없는 이유로 그녀가 갑작스레 사라진 것이었다. 사랑을 받다가 잃어버리는 일보다 사랑을 모르는 것이 더 좋을지 모른다. 두 번째 상실은 황가에서 부친 대신 아버지 같은 노릇을 해주었던 형이 모함을 받고 세상을 등진다. 그 일로 그도 황궁 감옥에 갇혀 8년을 보내며 황제인 부친에 대한 감정은 더욱 큰 증오로 바뀐다.
천성국 황가의 황자인 영혁은 황궁 감옥에 나와서 황권을 둘러싼 경쟁을 벌이게 된다.
현재 천성국 황제는 시조이며 천성국은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천성국 황제는 천성국을 세울 때 이전 왕조(대성국) 사람들을 끝까지 색출해내서 도륙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으나 대성국 황가의 자손들(봉호, 봉지미)은 피난처를 찾았는데 그곳은 천성국의 고위직 관리의 집이었다(등잔 밑이 어둡다). 그들은 천성국이 세워진 뒤 18년 간을 무사히 은신한채 산다.
영혁에게 남다른 이가 마음에 들어선다. 남다르다고 느꼈지만 그건 사랑에 빠져들기 전 바람 같은 것이였을 것이다. 어쨌든 그는 부인하고 싶지만 계속 봉지미에게 빠져든다. 논리적으로 그녀는 결코 사랑하면 안 되는 이였다. 하지만 그는 계속 늪에 끌려가듯 그녀에게 빠져든다. 구실을 만들어 그가 하는 일에 그녀를 자꾸만 끼워넣는다.
누군가 나를 사랑하는데 결국 그가 자신을 이용하는 것이라면 사랑의 감정이 싹틀 수 없을 것 같은데 지미는 자신도 모르게 영혁에게 빠져들었다. 그녀는 그와 맞부딪친 순간 눈빛을 보고 '이 사람을 사랑하게 되겠구나.' 느꼈던 것 같다. 스크린으로 비친 그녀의 눈빛을 보며 나는 바로 그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첫 눈에 반한 경험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묘한 둘의 감정에 설레이기도 했다.
아무튼 둘이 처음 만난 곳은 기생집이었다. 영혁은 그곳에 재봉사로 위장하여 옷감을 주문받고 건네는 일로 들락날락했고 봉지미는 기생집 주인과 친분이 생긴 뒤 들어서게 된다.
영혁은 지미를 만나자마자 "有意思。“(흥미롭군) 이라고 말한다. 어떤 일을 좋아하고 사랑하게 되는 것은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여긴다. 그렇기에 영혁의 이 표현은 미래를 예측하게 한다.
지미는 철부지 남동생인 봉호와 강인한 어머니 아래 학당에서 교육받고 이성과 감성이 모두 충만한 아이로 성장했다. 솔직하고 용감하며 대담한 그녀는 어디에서도 자기 몫을 하며 살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여인이기에 받는 한계와 자신의 비전을 펼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영혁과의 만남은 그런 면에서 지미에게도 둥지를 깨고 나올 결단이었다.
둘은 서로를 도우며 사랑에 젖어든다. 지미는 "당신은 영원한 내 재봉사예요.", 영혁은 "너는 나의 영원한 들고양이다."라고 말한다.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자 사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그 흔한 키스신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농밀한 감정이 느껴졌다. 두 주연배우의 힘이다.
거부할 수 없는 운명이란 있을까.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하고 싶지 않다고 해서 사랑을 거부할 수는 없다. 감정이란 그렇게 무자르듯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랑이란 둘만의 감정만이 다가 아니다. 주변의 상황이 존재하고 방해꾼은 늘 도처에 있다.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신뢰는 종잇장처럼 가볍다. 의심은 거두기 어렵고 의혹은 걷혀진다 해도 상처는 남는다.
<천성장가>는 사랑을 갈구했던 남자와 사랑을 거부할 수 없었던 여자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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