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송 시기의 역사를 훓어 읽다가 당, 송 시기의 역사를 좀 더 읽어보고 싶은 마음에 확인해보니 번역되어 나와 있는 책들 중 마땅한 것이 없었다. 당나라의 역사서인 <구당서>나 <신당서>, 송나라의 역사인 <송사>는 당시 쓰인 한문이나 오늘날의 중국어 번역으로나마 확인할 수 있지만 차마 도전하기에는 무리였다. 그래도 당나라의 태종과 고종은 한국 사람에게도 익숙한데 고구려와의 외교 관계를 통해서 엿볼 수 있었던 덕분이다. 이번에 당나라의 문학 주요 장르였던 당시를 잠시나마 엿보았던 것은 수확이었다.
하지만 송나라의 역사는 뭐 하나 짚히는 것이 없이 두루뭉술했다. 그래서 찾아보다 만난 것이 이 책이었다.
이 책의 저자는 스도 요시유키와 나카지마 사토시다. 스도 요시유키는 1907년 생으로 동경대 문학부 교수를 거쳐 동양대 교수를 역임했다. 나카지마 사토시도 1907년 생으로 동경교육대 교수를 거쳐 대동문화대 교수를 역임했다. 둘 다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학교 출신이어서 연이 닿은 것인지 같은 책을 썼다는 게 공교롭게 느껴졌다. 일본 저자가 쓴 책이라 끌리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는 없었다.
이 책은 2004년도에 현지에서 출간되었으나 번역은 2018년에 되었다. 2004년 한국을 생각해봐도 책에 고어나 한문이 들어가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쉽게 쓰여진 책을 찾는 것이 드물던 시기다. 이 책도 그 무렵 편찬이 되었으니 짐작이 갈 것이다. 대부분의 역사 용어들이 해석되어 있지 않고 한문 그대로 적혀 있는 경우가 많아 읽기가 까다롭다. 그래도 한글 옆에 한문이 있으니 원문의 뜻이 무엇인지 확인할 수는 있다.
송나라의 역사를 생각 이상으로 세세히 다루고 있어 만족스러웠는데 특히 경제 파트가 그렇다. 송이 성립하고 남송 정권이 멸망하기까지의 과정을 정치, 외교, 군사, 경제, 문화 등 다양한 파트로 나누어 설명한다. 이 중 압권은 지방 지주층들의 토지 점유 과정, 화폐 경제의 구조에 대한 설명, 왕안석의 신법에 대한 개혁 내용이다. 기존에 읽었던 책들로는 부족했던 부분을 채워 넣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양한 지도와 표, 이미지 등을 제공하여 이해를 돕는다.
송은 문인관료체제였다. 문인관료는 주로 과거시험을 통해서 발탁된 자들로 응시자는 지주층 자제들이 많았다. 이들은 황제의 권력 기반이었으므로 황제는 그들의 바람에 따라 (굳이 필요하지 않은) 관료들의 숫자를 늘렸고 다른 때보다도 관료에게 주는 대우가 후한 편이어서 국가 재정에 문제를 일으켰다. 문관 중심의 정치로 군사력은 상대적으로 약했는데 요와 서하, 뒤이은 금과 원까지 대응하는 동안 병사 수가 급증하여 국가 재정에 심한 압박을 가하게 된다.
신종 대 왕안석의 신법 개혁은 생산력을 증진하고 재정난을 타개, 부국강병을 이루기 위해 시행되었다. 신법은 주례 정신으로의 복귀를 표방하였으나 내용적으로는 사회진보의 방향과 합치되는 것들이 많았고 고위 관료와 결탁한 대지주, 대상인의 힘을 억제하고 군주권을 강화시키고자 했다. 왕안석은 우선 청묘법을 시행하여 농민과 소작인에게 낮은 이자로 청묘전을 빌려주어 보릿고개 기간 동안 농민의 어려움을 구제하고 지주의 고리대적 수탈을 방지하였다. 다음으로 면역법을 실시하여 차역의 무거운 부담으로 농민이 파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면역전을 징수하여 차역 담당자를 모집하고 지주들로부터도 조역전을 징수하여 겸병을 억제하고자 했다. 또 보갑법을 시행하여 농촌에서 보갑을 조직하고 도적을 잡아 농촌의 치안을 유지하고, 중요 지역에서는 교련을 실시하여 향병으로 활용했다. 보마법을 실시하여 말을 사육하여 군마로 이용했다. 조세 불평등에 대해서는 방전균세법을 시행하여 토지를 측량하고 그 비옥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어 과세함으로써 불균형을 시정하고자 했다. 또 농전수리법으로 강남에서 수리전을 대규모로 개발하고 제방을 축조하여 농업생산의 증대를 꾀했다. 북방에서는 어전법을 시행하여 많은 척박한 땅을 옥토로 바꾸었다. 균수법은 대상인이 상품값을 조작해서 이익을 챙기는 일을 막고 운수비를 줄여 물가를 조절하는 것이었다. 같은 목적으로 실시된 시역법에서는 상인에게 낮은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방법을 시행했다.
하지만 채경의 악정은 금나라의 침략으로 인해 북송을 멸망으로 이끈다. 송의 황족은 포로가 되어 금나라로 끌려갔고 포로 신세를 면한 강왕이 송의 부흥을 지향하는 이들을 이끌고 남송을 세운다. 남송의 중심 세력들은 구법당 정치가들이었다.
남송시대가 되면 금과의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주전파와 주화파 간에 의견 대립이 정치 주요 의제가 된다. 송은 종래 중화사상에 입각하여 오랑캐라 천시했던 여러 국가들에게 압박을 당하고 여러 차례 화해를 해야 하는 굴욕을 겪으면서 한쪽에서는 변화해야 한다는 이들, 다른 한쪽에서는 민족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로 나뉘게 된다. 서하, 금이 망하고 몽골이 등장하면서 남송도 멸망한다.
송대는 중국 사상사에서 중요한 시기였다. 그 중에서도 유교는 전통유학에서 새로운 유학인 신유학(송학)이 생겨났다. 송학은 동아시아 여러 나라로 전파되어 많은 영향을 끼친다. 또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인쇄술이 발달하고, 나침반을 항해술에 사용하였으며, 화약을 병기로 사용하는 등 세계사적 의의를 갖는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졌다.
'리뷰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책] 토지 19 (0) | 2023.07.19 |
---|---|
[책] 나도 루쉰의 유물이다 (0) | 2023.07.17 |
[책] 돌궐 유목제국사 (0) | 2023.07.10 |
[책] 진순신 이야기 중국사 4 (0) | 2023.07.10 |
[책] 토지 18 (0) | 2023.07.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