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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좌파? 그 말이 주는 참뜻이 궁금했다. 책을 통해서 인문좌파는 합의된 사회 속 윤리를 의심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문제를 던지는 역할을 하는 자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인문좌파들에게는 이론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론을 알아야 새로운 것을 창조할 수 있고 다르게 사유하는 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기 전 마르크스의 공산당 선언을 읽었지만 마르크스를 제외하고 이곳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철학자들의 사상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헤겔, 사르트르, 프로이트처럼 이름만 아는 부류도 있지만 루카치, 벤야민, 라캉, 들뢰즈, 아감벤, 지젝, 데리다, 네그리, 랑시에르, 바디우처럼 이름조차 듣지 못했던 부류가 대부분이었기에 솔직히 멀게만 느겨졌다.
보통 우리는 인문학을 딱딱하고 이론만 가득 담겨 있으며 실전과는 전혀 무관한 시험을 위한 학문이라고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허나 저자는 따끔하게 이야기한다. 이론은 근육이라고. 이론은 그저 머리에 쌓아만 두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힘에 대항하고 실천하고 사용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저자의 이 말을 통해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이해해야 할지 준비운동을 마칠 수 있었다.
그래도 이 책은 꽤 친절한 편이다. 각 장의 서문에서 해당 철학자에 대해 간단히 개괄적인 설명을 해주고 접근해야 할 방향을 제시해 주어 어떻게 이해하고 바라봐야 하는지 제시해준다. 물론 각 철학자들이 주장한 관념이 대부분 어려운 것은 사실이나 만약 그들을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접하지 않았다면 그들의 사상을 쉽사리 이해할 수 없었을 것 같다. 어렵지만 힘써 운동해야만 근육을 얻을 수 있는 것처럼 내 머리 속에 어렴풋이 이들의 전개도가 그려진 것은 이 책 덕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독에 책을 완전히 이해한 것이 아니라서 아쉽지만 누가 말했듯이 이 책은 두고 두고 곱씹어 읽으면 더욱 진국인 책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한권을 읽으면 왠만한 철학자들의 사상에 대해 파악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 이론을 수용의 문제로 바라보는 것. 이론은 수용 자체에서 문제 의식을 새롭게 생산한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94p)
- 종교는 상징 형식으로 남아서 자본주의 경제에서 충족할 수 없는 결여들을 보완하고 있는 셈이다. 종교가 담당했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과학이다. 근대는 한마디로 자본의 세상이자 과학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167p)
- 한국의 인문학이 강단 인문주의자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서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을 개진할 때가 왔다고 말하는 건 그래서 너무 때늦은 요청에 지나지 않는다.(219p)
- 인문학은 사회학과 달리 사회를 경험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회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지 않는다. 인문학의 목적은 사유 그 자체이다.(246p)
- 철학의 개입은 이 정치적 주체의 실체를 조사해서 그 해방적 측면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32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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