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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합스부르크, 세계를 지배하다

category 리뷰/책 2022. 8. 30. 07:31

합스부르크 가문에 대한 역사를 한 권에 담은 책을 만났다.

합스부르크는 거의 100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문이었다.
특히 15세기 이후가 되면 합스부르크에 대한 세력이 커지고 제국화되면서 전 세계에 많은 영향을 끼치게 된다.

기존에 대략적으로 알고 있던 합스부르크의 역사는 제국의 영토가 가장 넓었던 스페인 제국의 시기와 제국의 종말을 불러온 1차 세계대전 무렵 때이다.
이 책에서 남은 빈틈을 채우는 목표를 세워보자 하며 읽게 되었다.

화려했던 합스부르크 제국의 시작은 과연 어떠했을까?

기록상에 근거한 시작은 10세기 말 슈바벤 공작령에 속하는 땅에서 칸첼린(991)으로부터였다.
초기에 북부 이탈리아, 프랑스로 이어지는 곳에서 세금 및 통행료를 받아 부를 축적했다.

시작은 칸첼린이지만 가문을 창건한 것은 루돌프(1339~1365)란 사람이다. 그는 혼인 관계를 통해서 주변의 제후들을 가문에 끌어들이려고 노력했다.(실패) 중앙유럽의 영토 대부분을 차지하였고 합스부르크 가문에 특권을 부여하였으며 대공이라는 칭호를 붙였다.

15세기에는 프리드리히 3세(1415~1493)와 막시밀리안(1459~1519)이 있었다.

프리드리히 3세는 가문을 위한 세습 재산을 한 단위로 재편하였고 제후들을 설득하여 자신은 로마인왕으로 등극한다.

막시밀리안은 자기 홍보의 대가였다. 그는 망상과 과시 행동으로 개인적으로는 말이 많았으나 결혼과 전쟁을 통해 정치적 수완을 발휘하며 후대 가문이 유럽과 신대륙의 대부분을 호령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막시밀리안에 대해서는 백색왕의 우화가 전해진다. 백색왕은 새로운 언어를 금방 익히고 7개 국어를 구사한다. 그는 자기 통치에 도전하는 국가의 군대와 전쟁을 벌이고 많은 땅을 정복한다. 백색왕은 누구? 당연히 본인 자신이다.

16세기는 제국의 가장 화려한 시기였다고 평가된다.

먼저 세계의 통치자라로 알려진 카를5세(1519년 집권, 1556년 퇴위)가 있다. 카를 시기에 제국의 영토는 대서양을 넘어 태평양까지 뻗쳤다. 다만 종교 갈등으로 아우크스부르크 화의에 따라 루터파를 신봉하는 제후들이 통치하는 영토와 기존 가톨릭을 고수하는 소수파가 통치하는 영토인 신성로마제국으로 나뉘게 된다.

보헤미아왕이었던 페르디난트 1세는 1558년 합스부르크 제국의 황제에 즉위한다. 그는 강력한 귀족 세력과 의회, 개신교를 믿는 다수파를 등에 업는 것이 필요했다. 결국 그는 루터파의 득세를 허용하고 양형영성체파(얀 후스)의 요구도 수용하였다.

펠리페2세는 1556년 스페인왕, 1580년 포르투갈왕, 1554년부터 1558년까지 아일랜드왕까지 겸임하며 합스부르크 제국의 판도를 전세계적으로 이끌고(!) 나간다. 중앙 유럽에는 루돌프 2세가 있었다. 1576년 황제에 즉위하였으나 연금술과 마법에 빠져 있었고 왕궁에서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도 우울증을 겪었던 모양인데 이를 두고 자발적 고립이라고 하는 거겠지.

17세기는 제국에 힘을 빼게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난다.

마티아스(1612년 황제 즉위)는 티롤과 이너외스터라이히 공작령을 제외하고 개신교를 공식 합법화하는 쾌거를 이루어낸다. 하지만 뒤이은 페르디난트 2세(1619년 황제 즉위)는 중앙유럽에서 개신교도들을 굴복시키게 만든다.

1618년 보헤미아에서 반란이 일어나면서 30년 전쟁이 시작된다. 전쟁의 주체는 스페인과 네덜란드 연합 국가간의 대결이었다. 전쟁 결과 베스트팔렌 조약이 맺어진다. 이때부터 스페인 식민지와의 무역 혜택이 제공되면서 네덜란드는 노예무역으로 급부상하게 된다.
베스트팔렌조약은 서양에서 강조하는 국제법의 기준이 된 조약이 되었다. 당황스러운 것은 이 조약 이후 네덜란드가 식민지를 접수한다는 것이 아이러니다. 네덜란드가 이익을 얻었지만 뒤이어 제국의 길을 밟는 프랑스와 영국도 마찬가지다.

합스부르크는 카를로스 2세(1665년 스페인왕 즉위)를 마지막으로 스페인 영토에서 물러나면서 제국의 범위는 유럽 대륙의 범위로 축소된다.

18세기는 마리아 테레지아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다.

마리아 테레지아(1745년 황제 즉위)는 책을 통해 알게 된 인물들 중 가장 흥미로웠다. 그녀는 집권 기에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비롯하여 여러 차례 전쟁을 치렀다. 그 무렵 프로이센의 힘이 강성해져서 부딪힐 일이 많아졌던 것이다. 당시 프로이센에는 프리드리히 2세가 집권 중이었고 프로이센의 군대는 막강했다. 그녀는 프로이센의 군대의 이점을 배워 제국의 군대 제도를 개혁했다.

19세기 프란츠 2세는 1804년 오스트리아 황제에 즉위하였는데 그의 집권기 신성로마제국이 소멸하면서 마지막 신성로마제국 황제가 되었다. 그는 당시 외무장관이던 메테르니히와 사사건건 부딪히면서 국내 정책 권한을 주도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으나 1815년 무렵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까지 국경선을 확정하게 된다.

뒤이은 프란츠 요제프는 1848년에 황제에 즉위한다. 그는 신절대왕정(군주정)을 추구하면서 제국 내 민족정체성에 대한 반감과 분노들이 커지게 되는 역설을 불러온다.

프란츠 페르디난트(1863~1916)는 18세기를 마무리하고 19세기를 연 황제다. 이 무렵 제국의 변경에는 다양한 종교를 가진 주민들이 살고 있었다. 페르디난트는 이탈리아와 오스트리아에서 더는 제국을 팽창할 수 없게 되자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릴 곳이 필요했다. 1879년 무렵 이후 제국의 행정가들은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인구의 다수를 차지하던 주민들을 종교상 문제로 곱게 보지 않았다. 1908년 제국은 결국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를 합병하였고 세르비아와 가까웠던 러시아는 이를 두고 보지 않으면서 1912년부터 1913년까지 발칸전쟁이 벌어진다. 세르비아가 남쪽의 오스만령 마케도니아로 세력을 뻗치게 되자 황실은 제국 내에 있는 세르비아인들을 러시아가 해방시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게 되었다. 1914년 보스니아에서 총성이 울리고 이 사건을 기화로 1차 세계대전이 벌어지고 만다. 제국은 민족감정에 호소하며 징집령을 내렸고 이에 응해 나간 800만명의 군인 중 100만명이 사망, 200만명이 부상, 400만명이 다치고 150만이 포로가 된다.

사실상 제국은 이로써 종말로 끝이 났다. 긴 세월동안 유럽을 주무대로 주름잡던 제국은 이렇게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나는 우선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 형성되는 과정과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민족간의 분열이 심화된 원인이 궁금했는데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책으로 인해 합스부르크 제국의 역사를 하나의 책으로 정리하였다는 것일 것이다. 기존에 제국의 역사를 공부하려면 각각의 영토와 지역사, 나뉘어진 세계사를 통해서 엮어나가는 지난한 과정이 필요했으니 말이다.

책의 맨 앞에는 왕의 계보도가 있고 참고 사진 자료는 따로 2~3부분 정도로 나뉘어 넣어 놓았다. 사진은 칼라로 보는게 좋으니 따로 둔 걸 이해는 하지만 계보도는 책을 보면서 앞으로 왔다갔다하려면 번거로울 것 같다. 계보도는 따로 이미지 스캔화시켜놓고 책을 읽을 때 바로 도움을 얻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하나의 가문으로 시작했던 왕가가 몇 개의 영토와 대륙을 거느리며 세계를 주름잡았다는 것이 새삼 놀랍다. 현대에도 미국과 중국을 비롯해서 패권을 쥔 국가들이 존재하니 그들과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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