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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마이너 필링스

category 리뷰/책 2022. 6. 23. 13:00
작가는 한국전쟁 후 미국으로 건너 간 이민 가정에서 자랐다.
 
미국의 인종 차별의 뿌리는 깊다.
백인의 비율이 정점을 지난 시점, 특히 2016년 이후 백인들은 자신들이 소수자가 될 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타 인종에 대한 혐오로 표출하기 시작했다.
이는 가면 갈수록 극화될 것으로 보여 우려가 크다.
 
작가가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서 겪은 감정은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다.
미국에 들어온 아시아인은 백인과 섞이기 위해 성실하고 반듯한 이미지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그렇다고 백인이 아시아인들을 자신들과 같은 취급을 했다고 볼 수는 없다. 그들은 아시아인들을 2등 국민(?) 정도로 평가하며 은근한 무시나 비하, 조롱을 던졌을 뿐이다.
대놓고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것도 분노할 일이지만 은근한 무시나 조롱이 얼마나 사람을 피말리게 하는지 한 번이라도 따돌림 등의 경험을 한 사람이라면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서비스 분야의 일개미이며 기업계의 기관원이다. 우리는 리더가 되기에 적절한 "얼굴"을 지니지 못했기 때문에 대량으로 숫자를 처리하며 기업의 바퀴가 잘 굴러가도록 기름이나 치는 중간 관리자가 된다. 사람들은 우리의 콘텐츠를 문제 삼는다. 저들은 우리가 내적 자원이 없다고 여긴다. 나는 겉으로는 태연해 보이지만, 역부족이라는 기분에 함몰된 내 상태를 감추기 위해 물밑에서 미친 듯이 발을 저으며 언제나 과잉 보상을 한다. - P26
 
그녀는 미국에서 감정적 트라우마를 오래도록 겪었고, 백인들의 은근한 무시와 조롱 속에 스스로를 비하하는 데까지 나아간 경험을 가지고 있다.
물론 타국에서 차별을 경험한 것이 비단 그녀만은 아닐 것이라는 것은 우리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녀가 겪은 혼란스러운 감정들을 나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폭력을 경험한 사람들이 이런 차별의 경험까지 더해지면 트라우마가 더 심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결국 차별도 폭력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하면 결국 폭력에 폭력이 더해진 것일테다.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는 등장 인물들의 눈이 멀 때, 시야가 캄캄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눈을 뜬 채로 우유의 바다에 빠진 것처럼" 하얗게 변한다. 나는 어디를 가든 백색을 본다. 나는 그 백색의 간계를 감지한다. 심지어 내 생각마저도 엑스선 찍을 때 쓰는 방사선 불투과성 조영제를 주입한 것마냥 백색으로 얼룩졌다는 것을 안다. 그 얼룩은 나의 삶을 남한테 끊임없이 사과하도록 만든다. 나는 더 이상 내 삶을 기대에 못 미치는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전과 반대되는 상황에서도 나는 여전히 내 삶을 백인성과 결부시켜 바라본다. - P121
 
동양인은 집단에서 소외되거나 배제되는 것에 특히 민감한 것이 있다.
왕따, 따돌림 등의 피해를 당해도 가해자 집단들의 멸시에 방관자의 동조까지 더해져 피해자의 트라우마는 커진다.
한국에서 학교 폭력, 왕따 문화가 너무 흔하다보니 이제는 그런 것이 고착화된 느낌이 강하다.
이런 것에는 무엇보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문화 탓이 크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다른 것이 차별의 지점으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 문제이다.
남들보다 느리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타인을 배제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
 
또 하나 공감한 부분은 한국인의 타 인종에 대한 차별과 배제이다.
한국인의 중국인이나 다른 아시아인들, 흑인들에 대한 차별은 눈에 보이게 띄는 경우가 많다.
몇 년전부터 '비정상회담',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등 프로그램을 통해서 외국인들을 방송을 통해서도 충분히 접하고 있지만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무시나 경멸, 비하하는 눈초리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나아가 난민 문제에까지 나아간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 난민 인정 비율은 너무 낮아서 민망할 정도다.
자국민도 먹고 살기 힘든데 무슨 외국인이냐 이렇게 떠들어대는 한국인들을 보면 솔직히 창피하기 짝이 없다.
 
한 때는 동방예의지국이라고 불렸던 나라였던 조선의 후예들인 우리.
이제는 신자유주의가 너무나 극도로 심해져서 나만 중요하다는 사람들로 넘쳐나는 대한민국이 되었다.
너무 나간 것 같지만 대한민국의 불평등 문제는 인종 차별 문제와 연결 지을 지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미국에서 획득한 평등은 대부분 흑인민권 운동과 지금도 진행 중인 흑인의 평등 투쟁의 덕을 본 것이다. 1965년에 미국이 문을 열고 아시아, 중남미, 아프리카 이민자를 받게 된 것도 바로 흑인 민권 운동 덕이었다.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자체적인 운동을 개시해 공평한 처우와 존중을 요구할 수 있었던 것 또한 1960년대 말에 블랙파워 운동에 힘입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흑인에 대한 인종주의는 오늘날 미국 한인 사회와 한국에 여전히 널리 퍼져 있다. - P13
 
그런 가 하면 아시아 여성에 대한 미국인의 변태적 시선에 대해서는 불쾌함과 더불어 아득함이 일었다.
 
아시아계 미국인 여성은 눈에 안 띄는 소녀 시절을 벗어나면 페티시의 대상으로 활짝 피어난다. 아시아계 여성이 드디어 눈에 띄게 되면-드디어 욕망의 대상이 될 때-너무 분하게도 자신을향한 모든 욕망이 변태로 취급됨을 깨닫는다. 가장 극명하게드러나는 방식은 포르노다. 거기서 우리의 음험한 욕망은 몇가지 범주로 냉정하게 구분되는데 백인이 디폴트이고 다른 모든 인종은 성적 일탈로 취급된다. 소름 돋는 틴더 메시지("아시아여성과의 첫 경험을 원합니다")를 비롯해 백인 친구들의 미묘한 공격적 언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여성은 자신에게 끌리는 모든상대가 변태임을 매일같이 상기당한다. - P233
 
아시아 문화에서 여자들이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 실성하는 이야기는 무성하다. 노출되는 부분은 기껏해야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났다는 것뿐이다. 정신분석학에서는 신경을자극하는 고통은 일단 그 고통에 관해 이야기하면 신체로부터 분리된다고 본다. 고통을 명명하면, 일어났던 일에서 아픔이 덜어지고, 한계가 그어지고, 그 일을 감당하고 심지어 소멸까지 가능해진다. 그러나 나는 마치 말이 치유법이 아니라 남을 오염하는 독인 양, 자칫 고통을 언급했다가는 정신적 외상을 또한 번 입을 뿐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에게 트라우마를 입히게 되는 문화에서 자랐다. 이런 비밀과 수치의 문화에서 성폭행을 고발할 만큼 대담한 아시아 여성이 얼마나 되겠는가? - P213
 
여성들이 성폭행과 강간을 당하는 것은 세계 어느 곳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일이지만 그들이 아시아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은 나조차도 부르르 떨게 만들었다.
백인 남성과 아시아 여성이 사귀다가 어느 순간 아시아 여성은 폭력으로 희생되지만 쉬쉬하는 억압당하는 문화 속에 묻히거나 사라진다.
이런 일들이 수없이 일어났을 것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는 분노의 감정이 치민다.
 
작가의 친구였던 에린과 헬렌 이야기는 작가에게 경험이란 서사를 확장시켜준 의미가 되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우리는 경력을 쌓는 모든 단계에서 매번 과소평가 당했기때문에 각자 능력을 되풀이해서 증명해야 했다. 그렇더라도 나는 다른 길을 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고전했기 때문에 나는 우리의 우정으로 배양된 창의적 상상력에 꾸준히 충실할 수있었으며, 그 상상력은 우리의 불만족스러운 의식의 진실성을 반영할 수 있도록 엄밀성과 깊이에 의해 다듬어졌다. 다른사람은 아무도 우리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우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우리에게 가장 먼저 예술가가 되라고 촉구한 유일한 사람은 바로 우리였다. - P203
 
세 사람의 친구는 같은 듯 다른 듯 서로에게 의지하기도 하고 다투기도 하면서 교류했다.
셋 다 예술적 재능들이 있었던 사람들이었기에 서로를 알아본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미리 이민 생활을 경험한 선배 여성의 이야기가 울림을 주었다. 김명미, 차학경, 유리 고치야마(코치야마) 이야기가 그랬다.
 
명미 같은 백인 시인의 말투를 닮을 필요도 없고 백인청중이 알아듣기 쉽도록 내 체험을 "통역할" 필요도 없다고 내게 말해준 최초의 시인이었다. 그 후 다른 어떤 멘토도 명미 킴만큼그런 생각을 단호하게 강조한 사람은 없었다. 판독하기 어렵게쓰는 것은 하나의 정치적 행동이었다. 그전에도 아시아인으로서 겪는 체험에 관해 쓰라는 독려를 받긴 했으나 여전히 백인 시인이 쓰는 식으로 썼어야 했다. 그래서 나는 백인 시인을 흉내내는 대신 백인 시인이 아시아 시인은 이럴 거라고 상상하며 흉내 내는 방식을 흉내 냈다. 킴이 내 시를 처음 읽고 말했다. "왜다른 사람의 말투를 모방하죠?" - P190
 
차는 전통적인 서사를 피하고 그 대신 내가 볼 때 일종의 구조주의 영화 대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구조를 취한다. 장면은 무대 연출처럼 묘사된다. 시는 영화 중간에 들어가는 독백처럼 배치된다. 환히 빛나는 하얀 화면처럼 보이도록 영화 스틸컷 사이 사이에 텅 빈 백지가 삽입된다. 차는 『딕테』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지 전혀 안내하지 않는다. 프랑스어를 번역하거나 이승만 대통령이 프랭클린 D.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의 맥락을 짚어주거나 칼 드레이어 감독의 영화 「잔 다르크의 수난」에 나오는 프랑스 배우 르네 잔 팔코네티의 사진에 설명 붙이기를 거부한다. 독자는 나름대로 단서를 연결해 퍼즐을 풀어가는 탐정이 된다. - P210
 
고치야마의 국제적 인종 관계 정치는 결코 하찮지 않건만 수많은 "전문가"가 정체성 정치의 하찮음에 대해 거만하게 떠드는 소리만 듣고 운동가 선배들의 노고를 냉큼 묵살했던 일이 나를 괴롭힌다. 미래가 걱정스럽고, 이 나라의 타고난 망각 능력이 걱정스럽고, 항상 승리해 서사를 장악한 자가 권력을 쥔다는 것이 걱정스럽다. 깨어 있다는 것은 일회성 자각이 아니라 끊임없는 재평가를 통해 에너지를 얻는 장기적인 서약일진대 "woke" (깨어 있음을 뜻하는 형용사awake의 흑인 방언 - 옮긴이)라는 구호는 이제 조롱받는 일개 해시태그로 전락했다.  - P255
 
작가의 시 생활에 크게 영향을 준 김명미. 타인을 흉내내지 말고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라는 김명미의 말은 어떤 예술 작품에도 해당할 수 있는 일일 것 같다.
차학경은 『딕테』에서 진실된 자신만의 언어로 세계를 표현한다. 독자들에게는 설명하지 않고 보여주기를 선택함으로써 작가에게도 영감을 전해주었다.
고치야마는 일본계 미국인으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면서 상부상조와 연대라는 대안 모델을 제시했다. 그녀의 역할이 그 때로 끝나버린 것이 아니고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메시지는 중요하다 여겨진다.
 
하지만 작가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했다.
 
'스탠드업' 챕터의 코미디언 이야기였다.
나는 코미디 프로그램을 많이 보는 편이지만 남을 업신여기면서 웃기는 것은 불편해서 눈살을 찌뿌리게 되고 건너뛰게 된다.
차별을 겪어온 이가 다른 이들을 조롱하는 것을 보는 것으로 쾌감을 느낀다? 나는 그것이 억지로 느껴지고 불편하다.
마조히스트나 사디스트라고 해서 작가와 비슷한 생각을 할 거라고 보지 않는다.
하물며 둘 다 아닌 내겐 와닿지 않는 이야기라 불편했고 책장도 잘 넘어가지 않았던 것 같다.
 
나는 마조히스트인 만큼이나 사디스트이고, 바로 그런 기질 때문에 스탠드업 코미디에 끌렸던 것이다. 이왕 무안해질 거라면 청중도 나 때문에 무안해하길 바랐고, 너무 무안한 나머지 피부를 찢고 튀어 나가고 싶을 정도였으면 했다. 인종에 관해 솔직하게 쓰는 길을 찾는 과정에서, 나는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위안을 주고 싶었으나 그보다 더 원한 것은 안주하는 자들에게 괴로움을 주는 것이었다. 부끄러워 움츠러들게 해주고 싶었다.
아마도 내 정체가 안주하는 무리에 해당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형식 실험에서 실패만 거듭하고 인종에 관해 솔직하게 글 쓸 방법을 찾아내는 작업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 P92
 
작가는 대부분의 한국계 이민 2세대 사람들이 부채 의식을 가진다고 말한다. 
힘들게 일하고 벌어 자식을 건사하고 교육시킨 자신의 부모 세대들에게 빚지고 있다는 감정이 내재한다는 것이다.
 
부채 의식이 있으면 생각이 미래에 고착된다. 나는 어쩌다 행운을 얻으면 쉽게 흥분하는 조그만 강아지처럼 긴장한다. 이 행운은 누구 것이지? 물론 내 것일리 없어! 나는 행운을거저 받는 선물이 아니라 앞으로 매주 악운을 당함으로써 할부상환해야 하는 융자처럼 취급한다. 내가 이 모양인 것은 잘못 키워져서 - 억지로 고마워하도록 욱지름을 당해서 - 그런 것이틀림없다. 저를 위해 인생을 희생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 대가로 부모님을 위해 제 인생을 희생하겠습니다!
나는 그 모든 것에 반항했다. 그 결과 나는 배은망덕이라는 최악의 인간성을 지니게 되었다. 이 책도 배은망덕한 책이다. 굳이 변명을 하자면, 부채의식을 지닌 작가는 환심을 사려는 이야기를 쓸 확률이 높다. 나도 이 나라에 그야말로 빚을 졌지만 나는 오히려 항상 배은망덕할 것이다. - P248
 
하지만 작가는 그런 부채 의식에 빅엿을 날렸고 앞으로도 반항할 거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그녀의 감정이 이해가 되면서도 살기 위한 몸부림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한국에 대한 작가의 감정들이 표현되는 부분들을 살펴보자.
 
그 요양원은 기괴한 탁아소처럼 벽을 온통 분홍색으로 칠하고 아이들이 합창하는 섬뜩한 찬송가 녹음을 온종일 틀어놓았다. 10인 1실로 꽉 찬 방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방문한 자녀들에게자주 좀 오라고 투정했다. 중증 치매인 우리 할머니를 돌보기에 나머지 친척들은 너무 노령이었기 때문에 내 동생이 1년 동안 서울에서 할머니를 돌봤다. "늙어서 가족이 나를 버리기 전에 죽고 싶다." 할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 P256
 
한국전쟁과 관련해 잘 알려지지 않은 기막힌 사실 하나는 당시 한국에서 복무하며 화상 피해자를 치료했던 미국 외과 의사 데이비드 랠프 밀러드가 바로 아시아인의 눈을 서구적으로 만드는 쌍꺼풀 수술을 창시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는 그 수술법을 한국 성노동자들에게 시술하여 미군 병사들에게 더 매력적으로 보이도록 했다. 오늘날 쌍꺼풀 수술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성형수술이다. 내 조상의 나라는 당신이 영구적 전쟁과 초국가적 자본주의를 통해 필리핀, 캄보디아, 온두라스, 멕시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나이지리아, 엘살바도르, 그 외에도 수없이 많은 나라에서 저지른 살상과 자원 착취의 작은 예시에 불과하며, 이것은 주로 미국 국내 주식 투자자들의 배를 불렸다. - P259
 
한국전쟁에서 겨우 회복한 젊은 한국 군인들은 미국에 신세를 갚기 위해 베트남에 도착했다. 그들은 지상군으로서 "시골 지역을 평정하는" 임무를 맡았고, 민간인을 무차별 강간하고 살해했다. 복수에 대한 그들의 집념은 편집광적이어서 한국 병사 하나가 어느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저격수가 쏜 총에 맞아 숨지면, 가서 그 마을 전체를 불살라버렸다. 한국군은 하미 마을에서 유아와 노인을 포함해 민간인 135명을 학살했다. 빈호아에서 학살된 양민의 수는 430명이다. 빈안에서 학살된 양민은 1000명 이상이다. 한국군의 손에 학살된 양민의 수가 8,000명이라고 하지만, 전쟁 중에 민간인 희생자를 집계하는 일이 어디나 그렇듯 이 수치는 정확하지 않다. - P265
 
늙기 전에 죽고 싶다는 노인들. 노인 빈곤율 1위인 대한민국.
쌍꺼풀 수술은 이제 너무 흔할 정도로 성형 왕국이라는 오명을 가진 대한민국.
피해를 가해로 복수한 불편한 한국군의 진실. 충분한 사과와 보상을 책임졌는지 돌아볼 일이다.
 
아시아계 미국인은 무슬림이나 트랜스젠더처럼 보이지만 않으면 다행히 심한 감시 속에 살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우리는일종의 연성 파놉티콘 속에 산다. 이것은 아주 미묘해서 우리는 이것을 내면화하여 자기를 감시하며, 바로 이것이 우리의 조건부 실존을 특징짓는다. 우리가 여기서 4세대째 살았어도 우리의 지위는 여전히 조건부이다. 만족을 모르고 사들이는물질적 소유물이든 주류 사회에 편입했다는 마음의 평화로서의 소속감이든 빌롱잉(belonging: 이 문장에서 소유물과 소속감이라는 이중의 의미로 쓰이고 있다-옮긴이)은 언제나 약속되며, 아슬아슬하게 손 닿지 않는 곳에 있어서 우리가 유순하게 처신하도록 유도한다. 아시아계 미국인의 의식이 해방되려면 우리는 이 조건부 실존으로부터 반드시 벗어나야 한다. - P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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