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토르 프랑켄슈타인은 사람의 시체로 새로운 존재를 탄생시킨다. 하지만 자신이 만든 피조물의 모습을 본 빅토르는 경악하고 도망친다. 괴물은 그렇게 세상에 나왔지만 인간들은 그의 모습을 흉측하게 바라보고 혐오감을 표출할 뿐이다. 그렇게 그는 방황하면서 떠밀려 간 어느 집 축사에 몸을 숨긴다. 여기서 한 가족을 만나고 그들의 생활을 통해 무지에서 언어를 익히고 나아가 책을 읽는 능력까지 키운다. 또 따뜻한 마음을 품은 이들이기에 자신을 받아주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품게 된다. 하지만 그들도 이전에 사람들이 자신을 봤던 것과 마찬가지의 반응을 보일 뿐이었고 괴물은 충격을 받고 분노한다. 이 분노는 자신을 만든 빅토르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복수로 변하고 빅토르의 가족들을 망가뜨릴 계획을 세운다. 빅토르를 만나 자신과 같은 이성의 형체를 만들어달라고 하지만 그는 그 요구를 거절한다. 마침내 빅토르가 낳은 괴물은 자신의 계획을 결행한다.
괴물은 자신이 원해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을 창조한 주인에게도 거부 당하고 인간 세계에 비친 그의 모습은 이질적이다는 이유로 매도당한다. 그의 입장에서는 자신을 받아줄 친구가 필요했을 것이다. 단 한명이라도 그의 마음을 받아주는 이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가 건 기대와 희망은 절망으로 변했다. 이는 지금까지 수많은 역사가 증명했듯 인종이 다르다고,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하고 그것이 폭력의 빌미가 되는 인간 세계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괴물이 우연히 얻게 된 책들을 읽으면서 지력을 키워나가는 모습은 교육의 순기능을 떠오르게 한다. 아무 것도 모르던 사람도 말을 듣고 또 말이 쓰여진 언어를 익히고 나아가 그 언어가 쓰여진 문장을 읽어 나가는 행위는 결국 사고력을 키우는 데에까지 나아간다. 한국의 교육열은 아주 높다고 알려져 있다. 한국전쟁 때 남한의 지역도, 북한의 지역도 전쟁의 폐허 속에서도 학교를 열어 교육을 했다는 기록을 본 적이 있다. 교육에 대한 열망은 개인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사회에 이득이 되는구나 생각하게 된다.
연구의 대상과 목적에 대해서 고민해보게 만드는 지점도 있었다. 현대의 과학 기술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다. 극단적인 예로 편리하다는 이유로만 어떤 물체가 만들어진다면 과연 그 연구는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윤리와 도덕적 측면이 바탕에 있지 않으면 그것은 위험한 연구가 될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지구라는 세계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도 필요한 생각으로 여겨진다. 인간만 홀로 존재하는 세계가 아니지 않나. 공생을 생각하지 않고 지구를 마구잡이로 비틀어 현재 자연과 동물은 비명을 지르는 사태가 발생되었다.
메리 셸리의 글발의 탁월성에 대해서 생각하기도 했는데 곳곳에 등장하는 책의 인용문은 그녀가 얼마나 많은 글을 읽었고 독학했는지 여실히 증명해준다. 젊은 베르테르를 통해서 박탈과 우울을 이야기하고, 플루타르코스를 통해 고결한 사고를 이야기하며,
액자 구성이 눈에 띄었다. 이 글은 로버트 월턴이 세빌 부인에게 전하는 서한에서 프랑켄슈타인의 이야기를 전달하기도 하지만, 그 내부에는 프랑켄슈타인과 가족들 간의 서한도 존재한다. 사실 이런 액자 구성의 글을 딱히 좋아하지는 않지만 프랑켄슈타인의 서사와 그것을 외부자가 바라보는 서사가 이 책에는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별, 교육, 자연, 인간. 이 책에는 다양한 키워드를 뽑아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어떤 시선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서 하나의 사건도 다른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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