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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엔드 오브 타임

category 리뷰/책 2022. 4. 28. 14:10
이 책은 우주의 기원인 빅뱅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기원, 삶과 죽음, 의식에서 신화, 종교, 생각의 영역까지 대부분의 세계를 다룬다.
인생을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생각을 과학자의 시각으로 차분히 설명해준다.
딱딱한 과학 이론을 일상의 모습을 예시로 제시하여 이해를 높였다.
책을 읽는 동안 결코 과학서를 읽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마치 선생님이 학생에게 해주는 재미난 이야기 같아서 친절한 과학 안내서이자 교양서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떤 부분에서는 모르고 들으면 과학서가 아니라고 착각할 만큼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재주가 있는 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나라에도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신 김상욱, 정재승 교수님과 같은 분이 아닐까 생각했다.
 
책의 순서가 흐름에 맞추어 자연스레 정리되어 있다는 것도 눈에 띄었다.
영원함. 시작과 끝 그리고 시간. 기원 -> 구조체 -> 생명 -> 마음 -> 상상 -> 신성 -> 숭고함 -> 생각 -> 영원까지 갔다가 다시 마음, 물질, 의미로 돌아온다.
마치 인간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시간의 궤적을 따르는 것처럼 이 책은 기가 막힌 편집점으로 독자를 이끌고 간다는 생각을 했다.
 
사실 이 책을 관통하는 하나의 법칙을 고르라면 엔트로피 제2법칙이라 할 것이다.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제레미 리프킨이 쓴 엔트로피란 책을 무척 흥미롭게 읽었었던 기억이 난다.
한 두 번 정도 읽고 이후 찾질 않아 엔트로피란 개념 자체는 어느덧 가물가물한 상태였다.
(찾아보니 개정판도 나왔구나. 나는 2000년도 구판을 가지고 있다.)
그러다 이 책을 만났는데 엔트로피 개념이 시작부터 등장한다.
 
엔트로피 제2법칙이라면 제1법칙도 있는 것이겠지.
제1법칙은 ' 에너지 보존 법칙'으로 불린다.
물리계 처음 상태가 얼마였던 간에, 임의의 물리적 과정이 진행되고 난 상태의 에너지는 처음 상태의 에너지와 같다는 것이다.
제2법칙은 엔트로피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아주 드물게 감소하는 경우도 있지만 거의 모든 물리적 과정에서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여기서 말하는 엔트로피는 ‘하나의 거시 상태에 대응되는 미시적 배열의 수‘다. - P401
 
책의 초반쯤 읽을 때쯤 알라딘 서재 친구분께서 TED 강연이 있다고 귀띔해주셨다.
영상은 10여분 정도의 길이로 압축된 메시지를 담고 있어 엔트로피 개념을 비롯하여 책의 나머지 부분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으려는 분들도, 읽지 않는 분들도 한번쯤 보시면 좋을 것 같다.
작가는 '엘리건트 유니버스'라는 저작을 이미 낸 바 있는데 해당 책이 본인이 주장하는 핵심 가설인 초끈 이론을 담고 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저자에 관심이 더 생겼다면 '엘리건트 유니버스' 책을 자연스레 찾으면 되겠다.
 
과학 교양서로서 많은 장점을 가진 책이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책에서 제시하는 범위가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어서다.
넓은 범위를 담음으로써 대중의 선택을 많이 받으려는 의도가 담긴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기는 했다.
하지만 나는 우주의 시작에서부터 인간의 삶과 죽음을 연결하려는 시도가 나쁘지 않았다.
이론에 대한 설명을 여러 번 읽었음에도 이해가 안되는 경우도 있었고 설명은 알겠는데 이해가 가지 않아서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여겨지는 부분도 있었다.
심지어는 무리수라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다.
 
그럼에도 저자가 대중교양서의 장점을 충분히 이끌어낸 것으로 보여진다.
개인적으로 주변에 어려운 과학 이론을 이렇게 재미나게 썰 풀듯 해주는 이야기꾼이 있으면 좋겠다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