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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에릭 홉스봄 평전

category 리뷰/책 2022. 4. 28. 14:08
서문을 읽으면서 내가 생각했던 평전이 아니구나 생각했다.
자서전이 오히려 그의 대외 활동에 대한 공적인 기록이 많이 담겼다면 평전은 오히려 그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비롯한 내밀한 기록이 담겨 있었다.
그래서 좀 아쉽기도 했지만 그의 저서들이 나온 배경을 좀 더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 읽기를 잘했다 싶기도 하다.
 
한 사람을 평가한다는 것은 어느 한 단면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명저를 남겼다고 해서 삶까지 완벽할 수는 없다는 생각도 했다.
 
불안과 욕구 불만 등의 감정이 어느 한 사람에게 천착되면 이는 집착이 된다.
에릭 홉스봄의 마지막을 함께 했던 부인을 처음부터 만났다면 집착하지 않았을까?
때때로 나오는 여성 편력에 대한 이야기와 사창가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며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좀 실망한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사람도 성인 군자처럼 완벽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누구나 성인 군자처럼 산다면 이 세상은 어쩌면 재미가 없을지 모른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에 이 세상은 묘미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단점보다 장점이 더 많은 책이다.
내가 이 책에서 얻고자 했던 것을 채울 수 있었기에 그렇다.
 
에릭 홉스봄은 오래 살았고 무척 많은 저작을 냈는데 이 책을 통해 그가 해당 책을 낸 배경과 앞뒤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19세기 3부작을 제외하고도 역사론, 미완의 시대(자서전)가 집에 구비되어 있다. 이 책들을 읽기 전 이 책을 참고한다면 더 유익한 책읽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20세기를 다룬 극단의 시대는 집에 없는데 절판되기 전 구비를 해놓아야겠다.
극단의 시대는 브라질에서 공전의 히트를 쳤다고 한다. 이후 그의 저작이 나올 때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했다고 한다.
브라질에서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는 것이 재밌었다.
 
그리고 그가 왜 마르크스에 천착했는지 이해할 수 있다.
사회주의에 경도되었던 그는 2차 대전이 끝나고 난 이후, 냉전 기간에도 끊임없이 영국 감시조직(미국의 FBI  같은)의 감시를 받았고 대학의 교수, 조직의 수장 등의 자리에 갈 때마다 불이익을 받았다.
미-소의 대결, 자유주의-사회주의의 극한 대립 속에 그는 억울한 피해자이기도 했다.
그래서 1989년 소련이 무너지고 공산주의가 붕괴되었을 때 그의 충격은 상상하지 못할 충격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 시기쯤 되면 사실 그는 더 이상 프롤레타리아 공산주의의 열렬한 지지자도 아니었다. 이미 그는 많은 저작을 내어 성공하여 인세만으로 충분히 유명한 세계적 작가이자 강연자, 석학이 되어 있었다. 
부르주아가 되었다고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소련이 붕괴되고 동유럽 공산주의 국가가 차레로 무너졌을 때 그의 속내는 무척 복잡했음이 드러난다.
 
어쨌든 죽는 날까지 그는 책을 놓지 않았고 지적 열망을 추구했다.
나는 그 점이 사람으로서 멋있었다.
나도 그렇게 죽기 전까지 책을 놓고 싶지 않고 끝없이 공부하고 지적 호기심을 추구하고 싶다는 열망을 가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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