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장강일기
빼앗긴 땅, 빼앗긴 나라의 얼어붙은 한겨울 밤은 의주행 열차 앞에 서 있는 젊은 아낙네의 달아오른 열기로 데워지고 있었다. 그러나 방망이질하는 여인의 가슴은 아랑곳하지 않고 열차는 어쩌면 저토록 한마디의 말도 없이 엎드려 침묵을 지키는 것일까? 참혹과 고난이 기다리는 땅으로 간다는 묵시의 경고일까? 아니면 빨리 갈 것을 서두르는 재촉의 몸짓일까? 어쩌면 내 결심을 시험해 보는 마지막 순간의 엄숙한 고요일지도 모른다(P17). 한 여인이 1920년 1월 도착할 사람은 알지 못한 채 열차에 몸을 싣는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 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지조차 모르는 길이었다. 사라진 시아버지와 남편을 찾아 자국의 다른 곳도 아니고 타국땅이었다. 어떻게 그런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까? 1919년 여름,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