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지는 한국 근대 서지를 다룬 잡지로 자료로 검색도 할 수 없는 문학, 예술 분야 등의 인물, 관련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반년마다 한 번씩 나오는데 시간이 날 때마다 지금까지 출간된 이전 호수의 잡지들을 모으고 있다.
모으지만 말고 읽어야 하는데 항상 밀려서 보존용도가 되어서 아쉬울 따름이다.
오랜만에 올해 상반기 호수인 29호를 사고 바로 읽기 시작해서 2달 걸려 다 읽어냈다.
년간 잡지라 워낙 내용이 두툼하고 방대해 단번에 읽기란 쉽지가 않다.
그만큼 풍부한 내용을 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역시 가장 재밌는 파트는 출판 서지에 대한 내용이다. 이 잡지의 가장 특색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이 중 정현웅의 디자인 감각적 면모를 볼 수 있어 즐거웠다. 사실 나는 그를 단순히 삽화가나 미술가로만 알고 있었는데 여기에서는 북디자이너로의 활동했음을 알려주어 기존의 지식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문학 서지에 대한 내용 중에는 김기림의 도호쿠대학 학적원부 소개, 카프에서 활동했던 현인 이갑기의 소설을 통해 그가 그리고자 한 해방과 전쟁의 내용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었다.
그가 낸 <도솔봉>이란 작품에서 간첩으로 침투한 여성 북파공작원이 자신의 남편을 설득해 자수시키는 내용을 통해 후방에서 벌어지는 또 한 형태의 전쟁을 그리고 있다.
이갑기 선생은 기자 신분으로 남북연석회의에 참석했다가 귀경하지 않고 아내와 함께 북한에 남았다고 한다. 북한 정권의 개인 숭배와 정권 찬양에 대한 문학 흐름과 다른 결을 유지했기 때문에 점차 주변화되었다고 한다.
예술 서지 파트의 내용이 풍부했는데 이 중 ’어린이‘와 ’어린이세상‘ 잡지를 통해 본 아동만화에 대한 내용이 가장 흥미로웠다. 무엇보다 국내 최초의 아동만화가 기존 1925년 3월 실렸던 ‘씨동이 말타기’에서 2년 더 앞당겨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신식비행긔’(1923년 6월 <어린이 제1권 제5호>)는 연을 활용하여 하늘을 날아 유럽까지 가겠다는 상상력이 표현된 만화다. 누구나 꿈꾸는 이동의 꿈은 어릴때야 말로 가장 크지 않겠는가.
마지막으로 논문 파트.
미술가이자 삽화가로 유명한 이도영의 소설 표지화의 역사를 다루었다. 근대 미술, 문학, 예술 관련된 전시를 본 사람이라면 이도영은 익숙한 이름이라 언제 만나도 반갑다. 다만 여기에는 소설 표지만으로 집중해서 다루었다.
중국 근대 시기 <곽분양실긔> 작품에는 곽분양부부 병좌도상이 그려져 있다. 말 그대로 부부가 동등한 비율로 나란히 그려져 있다. 이 작품은 1910년대부터 수십년간 다양한 출판물을 통해 다루어진 작품이라고 한다. 청에서 여성의 지위는 명대의 여성보다 지위가 높았던 데다가 중화민국 시기 들어오면 서양의 근대 사상의 유입에 따라 다양한 여성초상화가 제작되었다고 하는데 <곽분양실긔>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동아시아 유가질서에서 근대 시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곽분양 부부 이미지’는 근대 문화의 수용적 측면을 다루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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