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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베트남 전쟁

category 리뷰/책 2023. 7. 24. 16:47
베트남 전쟁은 1955년부터 시작되어 1975년까지 장장 20 년간 이어진 대규모 전쟁이었다. 한국은 전쟁 기간 중 1964년 한국군 파병을 시작하여 1973년 철수할 때까지 총 4차례에 걸쳐 32만 5천여명을 파병했고 이 가운데 5천여명이 전사했다. 
 
이 책은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하고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되는 기간을 주요 시기로 다룬다. 이를 통해 한국이 베트남 전쟁에 참여하게 된 배경과 국내외 전개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해 준다. 
 
한국군이 베트남에 파병된 이유는 무엇이었나? 주한미군의 규모를 유지함으로써 북한에 대응하는 안보력 약화를 막기 위한 것, 한∙미 동맹에 대한 고려, 미국의 주한미군 및 한국군 감축 정책에 대한 대응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여기에 도덕적 측면을 한 가지 더 추가한다면, 세계적 차원에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공헌한다는 것이다(P28). 
 
1965년 한일협정이 체결되면서 국내는 반대 시위로 시끄러웠다. 주한 미 대사관은 이 시위로 한국 정부의 전복 가능성을 생각할 정도였고 중국이 핵 실험에 성공하면서 한층 더 위기는 고조되었다. 북한은 미국이 한국과 일본과 삼각 동맹을 형성하고 여기에 미국이 베트남 전쟁에 개입한다면 자신들을 심히 위협할 거라 예측했다. 이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수장이 바뀌며(케네디->존슨) 한국 정부에 파병을 요청한 것이다. 냉전과 안보 위기, 한미동맹에 대한 정치, 군사적 이익이 아니었다면 파병은 일어나지 않았을까. 
 
이렇게 총 9년에 걸쳐 이루어진 한국군의 베트남 파병은 한국 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온다. 
 
베트남 파병 시기 동안 한국 경제는 국민총생산 연 평균 8퍼센트 이상의 가파른 성장을 기록했다. 전쟁 특수와 이를 통한 경제성장과 산업화는 박정희 정부가 국민의 동의를 구하는 기반이 되었다. 
이 무렵 징병제가 강화되었고, 주민등록법이 본격적으로 실행되었다(이는 국가주의가 통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 아니었을까 싶다). 미군 감축을 위한 한국군의 현대화(무기 생산)가 이루어지면서 중공업 육성이 가능해져 한국의 산업 구조는 경공업 중심에서 중화학 공업 중심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리고베트남을 통해 서구의 대중문화가 본격적으로 한국 사회에 유입되어 장발이 유행했으며, 미니스커트가 등장했다. 트로트의 인기를 밀어 제치고 통기타 음악이 그 자리를 차지했고, 미국과 일본의 전자제품이 유입되었다. 중산층이 생겼으며, 한강 이남의 개발로 부동산 투기가 시작되었다.
 
베트남 전쟁은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질서를 무너지게 했다. 전쟁비 지출이 급증하면서 달러는 더 이상 세계 유일의 기축통화 자리를 지킬 수 없게 되었다. 전쟁 반대 분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수정주의가 판을 치며 자유주의적 분위기가 확산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 흐름은 오래 가지 못했다. 반전과 수정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신자유주의와 신보수주의가 태동한 것이다. 미국에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강한 아메리카를 외치게 되었고 일본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가 들어선 후 극우적인 역사 인식을 내비치면서 정치인들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도 이루어졌다. 
 
미국은 처음으로 패배한 전쟁이었던 베트남전쟁을 잘못된 장소에서 잘못된 전술로 싸운 전쟁으로 기억한다. 한국은 어떠한가. 한국전쟁을 통해 일본이 전쟁 특수를 누리면서 경제 발전을 이룬 것처럼 한국도 베트남전쟁을 통해 이룬 경제적 발전에만 주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국가는 동원했던 군인들에 대해 제대로 된 보상을 해주지 않았고 한국군이 민간인 학살을 감행한 일에 대해서 정부는 제대로 된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저자가 이 책을 낼 수 있었던 동력은 두 가지였다고 한다. 하나는 참전 군인들의 문제였다. 참전 군인들의 존재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다른 나라의 어떠한 연구 성과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심지어 베트남에서조차 위령비와 증오비를 제외하고는 한국군에 대한 언급을 찾기 어렵다(P339). 둘째로 베트남전쟁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꿈으로써 한국은 다르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 사회는 범죄 행위를 미화하고 숨기는 일본의 극우 세력들과는 다르다. 한국은 지나간 역사에 대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으로 성찰하는 시민사회를 갖고 있다(P340). 
 
오늘날에도 한국은 견고한 한미동맹을 내세우며 자유주의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의 안보 강화는 이루어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베트남 전쟁의 한국군 참전의 역사를 보면서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문제들이 많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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