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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원본 초한지 1

category 리뷰/책 2023. 2. 6. 13:49
초한지는 초한 전쟁, 항우와 유방 간의 대결로 익히 알려져 있는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책을 쓴 견위는 명나라 신종 때 민간에서 활동하던 문학가로 중국 민간에 전승되던 초한 쟁패의 이야기를 『서한연의전』이라는 이름으로 정본화하였다. 그리고 명나라 말기에 『검소각비평동서한통속연의』가 간행되고 여기에 포함된 『검소각비평서한연의』가 유행하면서 '초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로 자리를 굳힌다. 여기서 '연의'라는 말을 쓴 것은 정사인 역사에 상상을 가미하여 풀어냈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
 
1권은 조나라에 인질이 된 진나라 왕손 이인으로부터 시작한다. 장사꾼 여불위가 이인을 알아보고 사람과 각종 재화를 투자하고 여불위가 진나라로 가 안국군과 화양부인을 만나 부절을 나누어 이인을 후사로 세우기를 약속받은 뒤 다시 돌아온다. 여불위의 여인을 이인에게 주고 그들 사이에 정이 태어난다. 이인이 진으로 돌아오고 진시황이 황제에 오른 뒤에 여불위는 국상의 자리에까지 오르지만 지나친 욕심을 부렸던 탓에 스스로 목숨을 재촉한 끝에 자결의 운명을 맞는다.
 
초한지가 재밌어지기 시작하는 때는 장량이 등장하면서부터라고 생각한다. 앞부분은 이를 위한 배경이자 전사에 불과하다. 진시황은 우여곡절 끝에 황제가 되었고 시시각각 목숨을 노리는 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서복을 시켜 신선을 찾게 하는 등 영생을 얻는 것에 집착하고 아방궁, 황릉 조성에 백성을 동원하는 등 신임을 잃으면서 진승과 오광을 시작으로 장량, 항량과 항우, 유방 등의 군사들이 일어서며 진의 수레바퀴는 기운다.
 
장량은 한나라에서 재상을 지냈는데 진시황이 한나라를 멸망시켰기 때문에(진은 한나라를 가장 먼저 멸망시키고, 이후 조->위->초->연->제를 차례로 멸망시키면서 전국을 통일하게 된다) 그에게 원한이 있었다. 그러다 마을에서 역사(장사)를 만난 뒤 뜻이 맞은 두 사람은 의기투합한다. 진시황이 양무현을 지나간다는 소식을 들은 장량은 역사로 하여금 수레를 공격하게 했으나 안타깝게도 일은 미수에 그치고 역사는 목숨을 잃는다.
 
진시황이 또 동쪽으로 순행을 떠났는데 회계성 사거리에서 어떤 소년 장사가 달려나와 칼로 자신을 공격했다. 이 때 한 노인이 황급히 제지하며 말했다.
"안 된다 대장부가 자손만대에까지 전해질 불후의 공적을 세워야지, 어찌 자객 따위의 행동을 본받으려 한단 말이냐?"
그러자 소년이 마침내 행동을 멈추었다. 이들은 누구인가? 노인의 성은 항(項), 이름은 량(梁)이고, 소년의 성은 항(項), 이름은 적(籍)이으로 자는 우(羽)였다. (P141)
항량과 항우의 등장이다.
 
진시황은 민심도 잃었지만 주변에 있던 조고와 이사 같은 간신에 놀아났던 것도 국운울 기울게 하는데 큰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시황제는 죽기 전 이사에게 부소를 임금으로 옹립하라는 유조를 내렸지만 조고는 이사를 조정하여 명령을 받들지 않는다.
조고가 이사에게 말하기를 "대장부는 하루라도 권력을 놓쳐서는 안 되오. 권력이 없으면 벼슬과 은총이 사라져서 몸이 위태롭게 되오. 저는 승상을 위해 유조를 고쳐 공자 호해를 옹립하려고 하는데 승상의 뜻은 어떤지 모르겠소." (P145)
결국 이사와 조고는 유조를 고친 뒤 형인 부소는 사약을 마셔 죽게 하고 동생인 호해를 왕위에 옹립한다.
 
초나라 항량은 회계성에서 군대를 일으키고 영포 등 힘센 장수들을 받아들이면서 세력을 키웠다. 항량은 이 때 모사 범증에 대한 명성을 듣고 그를 초빙한다.
"장군께서는 대대로 초나라를 보좌한 가문의 후예답게 이런 의거를 일으키셨으니 천하의 민의가 귀의하고 만민의 여망이 쏠리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장군의 위엄과 무용이 미치는 곳이라면 어느 누가 기꺼이 복종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범증의 방략과 대책은 모두 적절하고도 타당했다. 항량은 매우 기뻐하며 자신들의 만남이 너무 늦었다고 탄식했다. (P179~180)
 
유방은 하후영, 번쾌 등 주요 장수 등 10만의 군사를 이끌고 장량 일행과 의기 투합한다. 그리고 강렬한 만남 항량과 한신이 있었다.
항량은 처음에 한신의 용모가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를 등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범증이 그의 비범한 기개를 보고 그를 등용할 것을 종용한다.
"이 사람은 외모가 깡말랐지만 가슴속에 뛰어난 지략을 품고 있습니다. 만약 이 사람을 내치면 현인들이 귀의할 길이 막힐까 두렵습니다." 항량은 범증의 말에 따라 한신을 막하에서 명령에 따르게 했다. (P189) 한신은 가난하게 살아서 갖은 모욕을 받은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시비 거는 이를 공격할 수 없어 바지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일도 있었다.
 
조고의 횡포로 나날이 기울어가는 진나라였으나 그럼에도 장함이라는 명장이 있었다.
"그대가 대장의 몸으로 저들을 쓸어버리지 않고 좌시하다가 마침내 반란군이 창궐하면 아마도 이곳 진나라 땅으로 쳐들어와 도성까지 뒤흔들 것이오. 그때 가서 후회한들 어찌 미칠 수 있겠소?" 장함이 말했다. "이제 바야흐로 상소문을 올리고 출정하려던 참입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승상께서 대책을 논의하려고 저를 부르셨습니다. 출병은 신속함을 귀하게 여기니 지체할 수 없습니다. 오늘 당장 출발하도록 하겠습니다." (P191) 이사를 죽이고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 조고였는데 각지에서 반란을 일으켰으니 위기를 느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드디어 장함, 사마흔, 동예, 이유 등 정예병 30만을 꾸린 진나라 군대도 출정하게 된다.
 
진나라 군대는 초나라 군대에 맞서 싸웠으나 패하여 세 갈래로 갈라져 장함은 정도로 달아나고, 사마흔과 동예는 복양, 이유는 옹구로 달아난다. 장함은 정도에 들어가 군사를 주둔한 뒤 성을 지키며 영포와 싸우려 하지 않았다. 지연 전략이었다. 하지만 항량은 영포가 공격을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고 있다 생각하여 꾸짖는다. 이후 억지로 공격을 했다가 대패하자 항량은 초조해진다. 이 때 한신과 송의 등이 간언을 하였다.
"나는 회계에서 군사를 일으킨 이래 가는 곳마다 적수가 없었다. 이까짓 외로운 성 하나를 쳐부수는 것이 무에 어려울 게 있겠느냐? 장함은 내 이름만 듣고도 간담이 서늘해졌을 것인데, 어찌 감히 성을 나와 우리 진채를 칠 수 있겠느냐?" (P198) 그날 밤 장함은 장졸들을 배불리 먹이고 나무 막대를 입에 물린 채 성문을 열었다. 그는 삼군을 통솔하고 몰래 두 길로 나누어 초나라 진채로 쳐들어갔다. ... 이때 항량은 이미 술에 취해 일어날 수 없었다. (P199) 부하들의 고언은 외면한 채 안일함에 빠져 술에 취해 자고 있던 항량은 상대의 칼에 참수되는 운명을 맞고 만다.
물론 이후 항우가 장함을 무찌르기는 한다. 진나라 군대가 연이어 대패하고 물러설 곳이 없게 된 장함은 항우에게 눈물을 흘리며 받아달라 간청한다.
 
마침내 진나라 수도 황궁까지 들어오게 된 유방은 황제의 항복을 받아들이고 전각의 웅장함과 규모의 방대함과 화려함에 놀란다. 패공은 진나라 궁궐의 화려한 휘장, 명마, 명견, 보옥, 비빈과 미희 1000여 명을 보고 그곳에 거주하고 싶어하며 휘하 장수들에게 말했다. "진나라의 부귀가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렀구려! 내가 이제 이곳에 거주하며 민심을 편안하게 하면서 제후들이 서로 쟁탈하지 못하게 하고 싶소." (P279) 이 때 휘하 장수 번쾌와 장량, 소하가 직간하여 본인의 생각을 내려놓는다. 휘하에 이런 인물들이 있다는 것은 유방에게 큰 재산이었다. 만약 이 때 눈치 보며 간언해주는 이가 없었다면 스스로의 운명을 재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유방이 먼저 관중에 도착했으므로 초 회왕의 유지에 따르면 본래 항우는 패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항우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범증은 항우에게 유방을 죽이지 않으면 뒷날 우환이 될 것이라며 세 가지 계책을 내놓았지만 성공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범증은 유방을 죽일 장사, 항장을 만난다. 그는 항우의 친척이었다. 범증은 귓속말로 항장에게 말했다. "주군은 사람됨이 성격은 강하지만 결단력이 없다. 오늘 유방을 놓아주면 뒷날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다. 너는 칼춤을 추며 즐기는 척하다가 유방을 죽여라. 그럼 너는 큰 공을 세우게 된다." (P315) 장량은 항장의 칼춤을 보고 패공을 죽일 의도가 있음을 알아챘다. 그는 황급히 눈을 들어 항백을 쳐다보았다. 항백은 칼을 들고 항장에 맞서 칼춤을 추며 줄곧 자신의 몸으로 패공을 보호하려 했다. 범증은 항백을 깊이 원망했고 장량은 사태가 위급하다고 보았다. (P316) "그대는 누구를 위해 죽으려 하는가? "진나라는 범과 늑대의 마음을 가지고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사람을 죽였고, ... 신이 죽음을 무릅쓰고 끼어든 것은 첫째 목이 말라서이고, 둘째 패공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는 것입니다." 항우는 노여움을 누그러뜨리고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패공에게 이런 참승이 있다니."(P320) 범증의 계획은 이로써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항우 곁에는 많은 장수들이 있었지만 범증 말고는 모사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 없었던 것 같아 아쉽다.
 
아무튼 항우는 초 회왕과의 약속을 어기고 서초 패왕에 등극한다. "나는 초 땅에서 태어났고, 회수(淮) 이북은 서초(楚)가 되므로 여러 신료께서 조서를 초하여 나를 서초 패왕으로 삼아 천하에 반포하도록 하시오." (P346) 유방은 한왕에 봉해진다.
 
1권의 마지막에서 한신은 항우를 떠나 유방에게로 가는 장면이 나온다. 항우는 서초 패왕에 등극했으나 의제를 죽이고 팽성으로 천도하기 위해 무리하여 점점 인심을 잃는 등 스스로의 위치를 좁게 만든다. 주변의 모사들이 떠나는 것은 분명 스스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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