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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제 그거 봤어

category 리뷰/책 2022. 7. 18. 14:00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TV 드라마나 예능 콘텐츠 등을 본방사수 하지 않아도 미디어 구독이나 온라인 다시보기 서비스로 얼마든지 접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본래 드라마를 많이 보지 않는 편인데다 그마저도 콘텐츠 시장이 많아지면서 오히려 선택의 범위가 늘어나니 콘텐츠를 선택하는 것이 귀찮아서 시청 시간이 예전보다 많이 줄었다.
 
이 책은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속의 여성들의 모습을 살펴보고 탐구한 책인데 여기서 내가 본 콘텐츠가 손에 꼽는다.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온라인 검색을 이용해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확인하면서 읽었다.
직접 보았다면 더 이해가 잘 되었겠지만 그렇다 해도 책을 보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간단한 줄거리와 등장인물을 설명해주고 왜 이 콘텐츠를 선택했는지 이해를 돕고 있어서다.
 
되짚어 보면 과거의 미디어 속 여성들은 순종적인 여성상으로 비춰진 경우가 많았다. 남자들에게 굴복하거나 원치 않은 일을 강요받거나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등의 경우였다. <아들과 딸>이라는 드라마를 기억하시는지. 귀남이와 후남이로 대표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당시에도 후남이는 일방적으로 강요받는 여성상을 담고 있었다. 또 하이킥 시리즈에서 여성들 앞에는 책상이 주어지지 않았는데 하이킥이 나온 것이 2000년대였음을 감안할 때 생각보다 꽤 최근까지 여성들의 모습은 제한적으로 비춰지도록 강요받은 셈이다. 왜 우리는 이것을 아니라고 말하지 못했는가.
 
아이돌 시장이 커지고 K팝이 인기를 끌면서 생긴 문제는 무엇이었나. 신체적 억압과 강요였다. 청순 또는 섹시 컨셉으로 10대 때 데뷔하여 이미지화된 그들은 그 것에 갇혀 지내다 6-7년을 못 채우고 20대 초반 또는 중반에 더 어린 소녀 아이돌에 자리를 내어준다. 끼가 있는 것은 마치 소비되어도 좋다는 생각을 하는 소속사 대표나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들은 얼마나 폭력적인가.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감시받고 자신들이 원하지 않는 모습이나 발언을 하면 손절을 하는 경우도 있다. 고작 20대의 나이에 찾아온 박탈감에 약물이 없으면 견뎌 내지 못하거나 자살로 내몰린다.
 
나는 예능을 즐겨 보는 편이다. 예능계에 여성의 자리가 얼마나 될까 생각하면 정말 그 입지가 좁아 보인다. 물론 최근에 송은이와 김숙, 박나래를 비롯한 여성 예능인들이 있으나 여성 예능인들의 계보를 설명하려 하면 아주 예전 이성미 이후 한동안 여성계에 예능인의 자리는 거의 미미할 정도로 작았다고 볼 수 있다.(이경실, 박미선 정도가 있었을까? ) 이성미가 코미디 대상을 받은 이후 28년 동안 여성 예능인의 수상이 없었다는 것이 씁쓸함을 일게 한다. 그들의 능력이 없었다고 볼 수 없다. 연기도 되고 말로 웃기는 능력이 출중한데 오히려 다른 분야의 남성들이 예능계에 자리하는 동안 여성들의 자리는 오랜동안 자리하지 못했다.
 
이 책에서 소개한 모든 콘텐츠를 볼 자신은 없고 눈여겨 본 콘텐츠를 두 개 정도 골랐다.
<런 온>과 <토이스토리4>다.
 
화면 속 인물들이 점점 풍성해지면서 '여성 배우 가뭄'이라는 궁색한 변명도 쏙 들어갔다. 이젠 질적 수준을 높일 차례였다. 여성 주인공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생을 이끌면서 자유롭게 현대적 가치를 말할 수 있는 이야기와 구조가 필요했다. 그리고 <런 온>을 봤을 때 짜릿하고 통쾌해서 정수리에 소름이 돋았다. 이젠 "공부를 좀 하라고. 젠더 감수성."이라는 말을 가볍게 던지는 인물(서단아)까지 만나게 된 것이다. 모든 여성이 자신의 커리어를 사수하고, 의지대로 자기주장을 펼치는 세계가 바로 <런 온>에 존재했다.  - P130~131
 
더 이상 보핍은 예쁘기만 한 양치기 소녀가 아니다. 거추장스러운 치마를 벗어던지고 삶에 주체성을 부여하기 위해 두 다리 편안한 바지로 갈아입었다. 일종의 픽사의  선언과도 같았다. - P273
 
<런 온>은 JTBC 드라마로 여성 캐릭터들이 갇혀 있지 않으면서 살아있고 남성 캐릭터조차도 기존과는 다른 지점이 보여 관심이 간다.
<토이스토리> 시리즈는 3편은 보았으나 하필 4를 보지 못했는데 소개한 내용을 보니 흥미진진하여 4편을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 머릿 속에 오랜동안 자리한 콘텐츠가 있다. <빨간머리앤>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잘 만들어진 콘텐츠라는 생각이 들고 이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찾지 못해 아쉽기까지 하다.
앤이 좋은 이유는 인물의 성장과 인물 간의 연대와 서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록 남자 캐릭터의 한계는 보이지만 그들도 어쨌든 성장하기에 희망을 엿볼 수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각 챕터 마지막에 관련된 질문 꼭지를 넣어두어 독자로 하여금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는 점이다.
나는 이것이 좋아서 평점 별 3개를 줄려다가 4개로 변경하였다.

 

나처럼 이 책을 통해서 괜찮은 콘텐츠를 찾고 정주행하는 것도 괜찮을 것이고 챕터 마지막에 있는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앞으로 미디어를 볼 때 그 속에 편향성은 없는지, 여성들의 모습을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눈여겨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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