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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단상_2022.05.04

category 일상다반사/책 이야기 2022. 5. 4. 10:41

오랫만에 시집을 읽는다.

시라는 것을 잘 모르고 읽어도 그림이 잘 안 그려질 때가 많지만

때로 그려지는 문장처럼 다가올 때가 있다.

 

 

그 중 먼저 바람 세트를 꺼내들었다.

조금 더 있으면 바람이 불지 않는 쨍쨍한 날만 지속되는 여름이 될 테니까.

여전히 바람이 부는 지금의 날씨에 어울릴거라는 생각을 하며.

 

첫 시작은 윤동주다.

정지용 시인이 쓴 발문을 읽을 때부터 나도 모르게 비장함을 가지게 된다.

시인을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시대를 생각하게 된다.

시대를 통과하는 시인이라는 건 어떠해야 하는가.

시라는 것이 아름답기만 하면 되는건가.

1941년 9월 태평양 전쟁 발발 후 조선임전보국단이 만들어진 후 많은 문학인들이 여기에 가담했고 변절의 길을 걸었다.

그들을 온전히 탓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두둔하기도 어렵다.

문학은 문학으로서의 기능만 하면 되는 것인지.

그렇다면 문학의 기능은 무엇인지 고민해보게 한다.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1941.9.31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고 있다.

 

아직 초반이지만

인물의 섬세함을 잘 살린다고 해야 할까.

좋은 느낌이다.

 

올리브의 강인함은 결코 따라갈 수 없을 것 같다.

사회화되기 이전 나는 규약에 따라 철저히 움직이는 수동적인 인간이었다.

그저 시키는 것을 따라하는 로봇 같은 삶이였다고 할까.

읽고 있자니 일단 나의 과거를 떠올리게 된다.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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