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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라틴어 수업

category 리뷰/책 2021. 12. 20. 10:31

라틴어 수업은 저자가 서강대학교에서 2010년부터 근 6년간 강의했던 수업 내용을 정리한 것이라고 한다. 

라틴어는 지금 쓰이지 않는데다 공부하기도 어려운 언어(단, 복수, 인칭에 따른 변화 등이 복잡함)라고 저자는 말한다. 하지만 우리는 생각보다 생활 속에서 라틴어를 많이 만날 수 있어 그리 멀게만 느껴지지는 읺는다. (예를 들면 유비쿼터스, 아우디, 스텔라, 에쿠스 등)

저자는 라틴어를 꼭 배워야 하는 상황이 아니라면 문법에 얽매여서 스트레스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수업 내용들도 라틴어 문장이나 명구를 제시하고 이와 얽힌 경험이나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는 데 대부분을 할애하였디. 물론 라틴어 단어와 문법을 간단히 소개해놓아서 라틴어 도입 지식은 익힐 수가 있다. 

무엇이든 관심이 있으면 더 빨리 배울 수 있다고 하던가. 나의 경우도 관심이 있어야 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책에서 자주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 교육에 대한 진단이었다. 우리는 수능이라는 시험을 치르고 대학에 입학하며 상대 평가에 너무나 익숙하다. 하지만 유럽 대학은 절대 평가로 이루어지며 성적을 매기는 표현도 부정적인 단어가 없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교육은 경쟁에 너무 매몰되어 있고 성적에 연연한다는 생각이 든다. 

[75] 유럽 대학의 평가 방식은 대부분 절대평가로 이루어집니다. 라틴어로 성적을 매기는 표현을 주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성적평가에 쓰이는 표현을 단계별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Summa cum laude 최우등
Magna cum laude 마냐/마그냐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잘했음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인 표현입니다.

대학 진학율이 높은데도 만족율은 높지 않으며 졸업을 한다고 해도 더 이상 좋은 취업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정말 대학 교육의 목표가 달라져야 하지 않을까. 오히려 중세에는 3과와 4과의 학문을 공부를 통해 인문학적 소양을 키웠다는데 오히려 지금 대한민국 교육은 너무 후퇴한 게 아닌가 싶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리버럴 아츠 칼리지처럼 고전을 읽고 지력을 키우고 나눔과 토론을 통해 여러 생각을 듣고 나눌 수 있는 것이 교육의 목적에 더 부합하는 것이 아닐까. 

[29] 언어 공부를 비롯해서 대학에서 학문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지식을 양적으로 늘리는 것이 아니라 ‘틀을 만드는 작업’입니다. 학문을 하는 틀이자 인간과 세상을 보는 틀을 세우는 것이죠. 쉽게 말하면, 향후 자신에게 필요한 지식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고, 그것을 빼서 쓸 수 있도록 지식을 분류해 꽂을 책장을 만드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도 학문을 하는 것도 레퍼런스를 위한 인덱스를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도서관에 가면 카테고리별로 장서를 분류해 꽂아놓는 것처럼 우리의 지식도 각자의 책장에 칸별로 분류를 하는 작업이라고 느낀다. 어디에 있는지 알면 책은 나중에라도 또 보고 들여다볼 수 있다.

책의 말미에는 제자들이 수업을 듣고 난 후의 소감들이 실려 있다. 많은 학생들이 수업을 인상적으로 들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어떤 수업이든 백 퍼센트 만족은 어려울 것이고 학생이 수업을 통해 어떤 배움이라도 얻어가는 게 있다면 그 수업은 가치가 있는 수업일 것이다.

딱딱하지 않으면서 따뜻한 인생의 교훈까지 얻을 수 있는 좋은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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