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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책

[책] 히포크라테스 미술관

by 거리의 화가 2021. 6. 17.

의사라는 직업은 과연 우리와 어떻게 이어져 있을까 생각해본 적이 있다.

의사가 없던 옛 시절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구전이나 기록에 의해서 내려오는 민간 요법들로 치료가 대부분 이루어졌을 것이다.
근현대 의학의 발전으로 의사라는 직업이 생겨나고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의사는 우리 삶에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의사를 만나는 것은 결코 유쾌한 일이 아니다.
예방 차원에서 의사를 만나기보다는 아프고 나서야 만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저자도 그런 늬앙스의 말을 한다.

그래서인지 보통 의사들이 쓴 책을 보면 예술에 대한 책들이 종종 보인다.
음악과 미술에 대한 관심이 책으로까지 이어진 것인데 
평소 스트레스나 부정적 감정을 치유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이 책은 그림에 얽힌 배경을 들려주고 관련된 인물과 역사를 담고 있는데
꽤 재미있게 읽었다.

다양한 주제를 담고 있는데 
그 중 머릿 속의 이 이야기와 돈키호테의 조현병, 악녀 릴리트의 이야기,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기억에 남는다.

옛날에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물이 귀했습니다. 실제로 마을 전체 사람들이 우물 하나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처럼 먹는 물조차 모자란 상황에서 자주 목욕을 하거나 머리를 감는 건 어림없는 일이었습니다. 
종교적으로 보수적인 사회분위기에서 남녀노소 구분 없이 발가벗고 개울에 몸을 담그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었지요.
그러다보니 지금하고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생 상태가 취약했습니다. 머릿니가 기생할 수밖에 없었던 거지요.
그 중에서도 특히 머리를 길게 기르는 게 관행이었던 여인들에게 머릿니는 골칫거리였습니다.
-> 당시 상황이 이해가 되면서도 지금의 환경이 얼마나 고마운지. 머릿니를 골라주는 그림이 많이 존재하는 것도 이런 이유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현대의 신경정신과 전문의들은 돈키호테에게 조현병을 진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해 스페인의 정신의학과 전문의 가르시아 루이즈 박사는 소설 속 돈키호테가 앓은 질환이 루이소체 치매라는 논문을 발표해 흥미를 끌었습니다. 
루이소체 치매는 신경세포 내에 생기는 비정상적으로 응집된 신경섬유단백질의 축적으로 인해 발생하는 데요. 다른 치매와 구분되는 가장 큰 특징은 파킨슨병 증상을 동반한다는 것입니다. 
파킨슨병의 대표 증상인 보행장애, 떨림 등의 운동 저하가 나타날 수 있고, 동시에 주의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얼이 빠져 보이는 등 주의력에 심각한 장애를 일으키는 인지저하가 함께 나타나기도 합니다. 아울러 환시와 환청, 망상장애를 겪게 됩니다. 
-> 과대망상(!) or 조현병인 돈키호테가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에게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오히려 정답이 없는 삶의 현실 속에서 무엇이든 실행해보라는 메시지를 주기 때문이 아닐까.

콜리어는 낭만파 시인 존 키츠의 시 <라미아>에서 영감을 얻어 릴리트를 욕정에 굶주린 요부로 묘사했습니다. 라미아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캐릭터로 제우스의 사랑을 받았으나 헤라의 질투로 자식들을 잃은 뒤 처절한 절망 속에서 어린아이를 잡아먹는 반인반수가 되는 괴물입니다. 오랫동안 이어져온 릴리트의 악녀 이미지는 화가들로 하여금 그림의 소재로 삼는데 꺼리게 했습니다. 19세기에 이르러 예술가들이 '치명적인 여인'을 뜻하는 '팜므파탈' 이미지를 작품에 담아내기 시작하면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게 됩니다. 콜리어의 <릴리트>도 그러한 대유행에서 탄생한 역작이지요.
-> 과거에는 기피되던 소재였던 릴리트가 현대에 들어와서 오히려 팜므파탈로 사랑받게 된 아이러니라니! 

히포크라테스란 태고적 존재가 화석화되지 않고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건 바로 관찰과 기록 덕분입니다. 
히포크라테스와 그의 사상을 이어받은 의학의 후예들은 더 이상 신에게서 치료방법을 구하지 않고 침대 옆에서 환자를 자세히 관찰하고 검진하며 또 기록했습니다. 
'임상'이란 단어에 환자와 가장 가까운 곳인 '침대 곁'이라는 뜻이 담겨있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 무엇이든 관찰하고 기록한 히포크라테스의 정신이 지금의 의학의 발전의 초석이 된 것이겠지.

명화 속 스토리를 담은 책들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질병과 연결시켜 보았다는 것이 차별점이 된다는 생각을 했다.

그림과 의학의 콜라보를 담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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