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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도쿄의 시간 기록자들

category 리뷰/책 2021. 5. 20. 19:55

현대 사회에서 시간은 빨리 흘러가고 그 속에서 과거는 쉽게 잊힌다. 내가 사는 대한민국은 특히 빠른 개발 붐 속에 많은 것들이 사라졌다.
전통을 이어간다는 것이 낡고 고루한 것이라 치부되고 선진국을 따라잡아야 한다는 압박 속에 경쟁에 내몰린 탓이다.
이 때문에 가족과 사회의 끈이 사라지고 개인만이 남았다. 안타까운 일이다.
전통이 무조건 옳은 것은 아니다. 좋지 않은 면도 있고 문제가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개선해서 발전시킨다면 현재에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여러 명의 도쿄의 장인들이 등장한다.
장인정신이라는 말은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하지만 최고의 가치를 위해 매일 같은 작업을 반복한다는 게 어디 쉬울까. 그 정신을 지켜내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그 어려움을 견디고 인내하여 고집스럽게 이어가는 도쿄의 젊은 장인들의 모습이 경외스러웠다.
몇 년전부터 레트로 열풍이 불고 있는 지금, 디지털 시대임에도 옛스러운 물건 등을 찾으려는 이들이 조금씩 느는 것 같다.
오히려 10, 20대들에게 옛날 문화가 힙하다고 평가를 받으니 생경하기도 하다.
여러 장인들이 있지만 그 중 인상적인 사람이 있었다.
대중목욕탕 센토 히노데유를 이끌어가는 다무라 유이치. 목욕탕이 단순히 더러움을 제거하러 가는 공간만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
츠바메노트의 와타나베 다카유키. 핸드폰으로 얼마든지 기록할 수 있는 시대이지만 그럼에도 노트에 기록하는 것은 그 수고스러움에도 그만한 가치가 있다. 츠바메노트는 대부분의 공정을 수작업으로 진행한다고 한다.
스시 장인 '나데시코 스시'의 지즈이 유키. 여러 편견들 속에 묵묵히 10년 넘게 스시를 만드는 여성 장인. 화려한 유카타를 입고 손님에게 이야기를 건네며 스시를 정성스럽게 대접하는 그녀의 모습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바란다.
에세이라도 너무 가볍지 않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책들을 좋아한다.
그래서 어느 순간 그저 그런 에세이들을 피해왔다.
정말 오랜만에 에세이를 읽은 거였는데 괜찮은 책이었다.
저자가 기자를 해서 인지 글의 매무새가 깔끔했고 일본에서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인지 일본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현재의 한국인이 보고 느낄 부분도 많다고 여겨지는데 관심이 간다면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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