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토지 19
먹는 데서 인심 나더라고 밥 한술, 술 한잔 나누어 먹을 것이 없게 된 세상, 늙었거나 병들었거나 의지할 남정네 없는 젊은 아낙들 아이들, 이슬같이 서글픈 명줄이나마 잇기 위해 식량배급에만 매달려 있는 일상에서 사람들은 원시세계로 돌아간 듯 일체를 생략하고 살았으며 냉수 한 그릇 떠놓고 혼례하는 것이 예사요, 장례식인들 무슨 수로 조문객 대접을 하겠는가. 징용 나가는 아들 남편을 위해 주먹밥이라도 몇 개 뭉치고 나면 식구들 죽그릇에서 푸성귀만 돌아야 했다. 극도로 이기적인가 하면 극도로 외로워하고 거리에서 직장에서 혹은 집 마당에서 기둥 뽑아 가듯 젊은이들을 잡아가지만 그것도 거의 일상화되어 울음소리 한숨 소리 위로의 말도 들려오지 않는 것 같았다. 배급을 받아 절반은 팔아서 다음 배급 탈 돈을 마련해놓..