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이었다.
진짜 주인공이 이렇게 역겹게 싫었던 적은 몇 번 없었는데...
충무로 감독이란 허울 좋은 이름을 내세우고
영화를 만들겠다며 여자 작가나 주인공으로 포섭한 뒤 몇 번 가지고 놀고 이후엔 다른 여자로 갈아탄다.
그런데 이런 짜증나는 인간을 이번에 만난 여자는 사랑한단다.
그런 여자를 만났으니 왠지 걸레같은 나를 사랑한다니 뭔가 죄스런 마음이 드는건가?
하지만 결론은 집착이라 생각하는 남자다. 뭐 이런 경우가.
누가 보아도 난 그저 한심한 충무로 낭인이다.
이곳저곳 영화판을 기웃거리며 귀동냥이나 하고 가끔 신인들 뮤직비디오나 찍고 왕년의 연출부 시절 무용담이나 떠들고 다니면서 어리숙한 초짜 여배우들이나 따먹는, 그게 일상인 나를 사랑한다니.
아무리 순진해도 그건 좀 심했다.
남자 여자가 하룻밤 잘 수는 있지. 그렇다고 엉기는 건 곤란한다.
- 220p
어쨌든 안타까운 것은 겉으론 자기가 잘나가는 것처럼 떠들어대도
속으론 자기는 한심한 인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건지?
아 정말 쓰레기인 것이다. 나는
- 228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