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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하버드 C.H.베크 세계사 1750~1870

category 리뷰/책 2022. 11. 7. 09:22
‘근대‘라는 명사는 오랫동안 그리 일상적으로 사용되지는 않았다. 그것이 처음 등장한 것은 사실 19세기 후반부였다. 이 새로운 용어를 처음 만들어 낸 것은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1821~1867)였다. 그는 ‘근대‘라는 용어를 통해 도시적 삶의 일시적이고 덧없음을 표현했으며, 그 과정에서 과거와 미래 사이의 급격한 단절을 특징으로 하는 새로운 시간 개념을 탄생시켰다. 하지만 수많은 동시대인들은 보들레르보다 훨씬 먼저, 그리고 ‘근대성‘ 개념(독일에서는이 개념이 1895년에 처음으로 브로크하우스 백과사전Brockhaus-Enzyklopadie』에 수록되었다.)이 확립되기 훨씬 전에 매일의 일상 속에서 근대 세계를 접하고 있었다. - P31~32
 
베크 세계사 이번 시리즈는 18세기 중반부터 19세기 중반을 다루지만 큰 범위에서 19세기를 다룬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다(장기 19세기로 정리했다). 지난 시리즈(1350~1750)는 너무 방대한 세기를 한꺼번에 담고 있어서 폭이 굉장히 넓은 느낌이었는데 이번 시리즈는 상대적으로 100여년의 시간을 담고 있어 압축적인 시대상을 확인할 수 있다. 책임 편집자가 제바스티안 콘라트와 위르겐 오스터함멜인데 이전에 오스터함멜 19세기 세계사인 대변혁(3부작)을 읽은터라 상대적으로 읽기 좀 수월하지 않았나 싶다.
 
이번 시리즈는 정치, 경제, 문화, 사회 파트로 각 단락이 나누어져 있어서 앞 내용과는 별개로 뒷 내용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가능한 각 챕터는 한 번에 읽는 것이 더 좋겠다.
 
'근대적'이라는 개념은 개인, 행위자의 생각, 자기 자신을 이해하는 개념이다. 따라서 역사 속 행위자들은 자신이 생각한 근대화 개념에 따라 움직였다. 19세기는 미래와 전통이 접목되고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이동이 있었으며 사람 간의 만남이 이루어진 시기였다.
 
 
19세기 정치사는 전지구적 세계 공동체만 집중하면 안되고 여러 국가로 구성된 지역들에 주목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여기서의 지역은 1770년대에서 1920년대 역사적 흐름에 토대를 둔 것으로(지리적 결정론과 상관없이 정치적 정체성과 지정학적 가상 네트워크에 따른 것) 각 지역 내의 정치 중심지를 중심으로 지역 내부와 교류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각 시기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1750~1815(과도기): 이슬람 세계, 동아시아, 유럽-대서양 영역이 서로 상대적으로 존재하다 대서양 혁명으로 유럽의 질서가 재조직된 시기. 지역들이 연결된 세계에서 유럽과 이슬람 지역이 밀접히 연계되는 전환 과정. 아메리카의 등장.
1830~1880: 유럽이 지배하는 제국적 세계에 동아시아 지역이 통합된 시기. 왕실 간 방문과 국가 간 조약 체결, 국제 협회 가입 등의 국제 외교, 국제법의 관행을 이용한 정당성 확보. 유럽 제국의 기독교 정체성과 무슬림 왕조(오스만) 사이의 대립과 긴장 발생.
1880~1차 대전 이전: 세계질서의 지정학화와 재지역화. 인종과 문화를 서열화하여 지배를 정당화한 제국들의 등장. 아프리카, 이슬람 세계의 역할 부각.
 
불평등한 권력관계, 정치성을 띤 정체성, 국제기구의 작동 방식에 대한 불만, 지역 동맹 모색, 종교적·인종적 정체성과 외교정책 사이의 관계 등 현대의국제 질서가 던지는 수많은 도전은 장기 19세기에 그 뿌리를 갖고 있다. - P302
 
세계가 서양과 아시아, 이슬람 세계,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라는 몇 개의정치 블록으로 구분된 것은 18세기 이래로 이어져 온 현상이라기보다는 오히려 20세기 초의 제국적 질서가 세계화되는 과정에 발생한 위기를 반영한 것이었다.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문화적으로나 대륙별로 구분된 지역들은이미 이전에 존재했던 지역으로 이루어진 세계의 유산이라기보다 19세기 말의 제국적 세계화의 결과였다는 말이다. - P302
 
19세기 경제는 산업화와 국제 무역이 핵심이다. 산업화는 세계 무역의 경제적 성격을 크게 변화시켰고 각국은 이로 인해 전략을 모색해야 했다. 국제 무역이 발전하게 된 이유는 1850년 이후, 특히 1870년 이후 산업 혁명과 새로운 운송 기술을 통해서였다.
19세기 산업화는 유럽의 발전을 만든 토대였다. 영국은 공장 기반의 산업 시설인 방적기와 직조기를 바탕으로 19세기 내내 직물 산업의 부흥을 만들어낸다. 유럽은 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하고 철과 강철을 대량 생산하면서 교량과 선박, 기차를 만들어내는 바탕이 되었다. 다만 그 외 지역은 이전과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산업화는 경제, 사회를 전반적으로 변화시키면서 국민의 삶도 바꾸는 계기가 된다.
1900년대에 들어오면 미국이 세계 최대의 국민 경제를 달성하며 유럽을 잇는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다. 반면 남아메리카는 산업화와 무역에서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했다. 북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는 모두 정치적으로 공화제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차이가 있었던 것은 남아메리카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구성의 주민 집단에 원인이 있었다.
산업 자본주의, 금융 자본주의로 이루어진 19세기 말 대서양 경제는 금융 제도가 확대되고 산업이 성장하고 무역이 증가하면서 서로 긴밀히 연결되었다. 현재의 산업, 금융 경제는 이 시기가 바탕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경제의 국가 주도 성장 모델이 일본의 국가 주도 산업화 프로젝트에 의거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제적 측면에서 19세기의 산업화에는 새로운 기술, 기계 도입을 위한 자본, 그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노동력이 필요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유럽이 19세기 말의 산업화를 위해 필요한 자본과 기계, 노동력을 제공한 원천이었다. 인도에서는 원주민들의 노동력과 국내외 자본이 서양 기술을 도입하고 산업 영역을 발전시키는 데 사용될 수 있었다. 이들 지역에서 산업화가 발전하고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었던 것은 서양인들 때문이 아니다. 많은 부분이 지역적 조건과 관계가 있다. 라틴아메리카에도 남아시아에도 수많은 지역을 광범위한 교역 네트워크로 통합하고 주민들을 거기에 많이 참여시킬 수 있는기존의 무역 체계가 없었다. 해외무역과 지역 교역을 연결하는 구조도 유럽이나 미국보다 덜 발달해 있었다. - P423~424
 
19세기 문화사에는 대체로 세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근대화론, 탈식민주의, 복수의 근대성이다. 첫 번째 해석은 역사는 진보했다라는 관점에 맞춰진 것으로 유럽과 서구 중심성에 근거를 둔다. 두 번째 해석은 근대화론과 상반되는 것으로 근대적 세계관을 제국주의의 관점에 의거해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세 번째 해석은 세계 곳곳의 다양한 형태의 근대화와 세계적으로 나타난 초기 근대성의 형성에 주목한 것이다. 다양성에 초점을 맞춘다고 볼 수 있는데 초기 근대화, 특히 아시아의 근대성에 주목한 것이 특징이다. 저자는 이 세 가지 관점에 더하여 상호 작용과 교류에 주목하며 통합적 관점도 함께 제시한다.
19세기 후반 전통적 지역이 광범위한 네트워크로 연결, 대체되면서 새로운 통합 지역이 만들어졌다. 이 과정에 유럽 제국의 팽창, 교통과 통신의 혁명, 국제적 국가 체제의 확립, 자본주의의 발전이 역할을 담당했다. 계몽주의는 유럽 중심주의적 해석이라 재해석이 필요하지만 초국적 교류의 증대와 세계의 점진적 통합을 이루어내자라는 주장은 세계 역사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측면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시간 체계의 변화로 전 세계가 영향을 받지 않는 곳이 없게 되었다. 이는 표준화된 시간, 세계시의 발명 등으로 나타났다. 종교는 상호 연결과 상호 작용이 증대하는 상황에서 변화의 역할을 맡았다. 다만 대표 종교들이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부응했다는 점은 씁쓸했다.
 
시간 혁명은 무엇보다도 사회적 관행과 세계질서에 나타난 광범위한 변화의 결과로 이해해야 한다. 많은 과정이 서로 영향을 주고 받았는데, 다음과 같은 것이 포함된다. 국민국가가 수행한 표준화 기획, 시간의 정밀한 계측을 촉진하는 동시에 시간의 우주론적 의미를 훼손한 자연과학의 발전, 증기기관 시대의 기술적 성취, 생산과 사회적 관계의 점진적인 자본주의적 변화, 마지막으로 제국주의 시대의 변화하는 지정학적 질서. 이러한 과정들은 영국이나 세네갈, 오스만 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역사적 행위자들이 시계와 시간 엄수, 진보의 체제를 점차 자명하고 유익하며 나아가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사회적 조건에 영향을 끼쳤다. - P627
 
19세기 사회사는 지역이나 국가의 개별 역사를 이어 붙이거나 총합과 일반화를 통해 귀납적으로도 구성할 수 없다는 저자의 말이 와 닿았다. 1800년대 접어들면 유럽에 정치와 경제가 분리되는 현상이 나타난다. 정치 영역은 힘과 권력에 좌우되고 경제 영역은 재산이나 화폐 유통과 교환에 좌우되었다. 법률의 중요성이 나타나고 노동자의 중요성이 대두되었다. 이런 관념들은 유럽 곳곳에 수용되었으나 그 이외 지역에 받아들여지기까지는 한참이 걸렸다. 1900년 즈음이 되면 표준 체계가 생긴다. 세계의 모든 대륙은 개별 접촉을 넘어 소통하기 시작했다. 1860년대 우편통신을 시작으로 기술과 행정이 표준화되면서 국경을 넘게 된다. 하지만 사회의 발전에 따른 위계질서가 강화되었다. 귀족과 평민이 대립했고 사람들의 이주가 증가하며 계층 구조가 더 심화되었으며 피부색이나 종족에 의한 불평등도 강화된 것이다. 상업이 발달하고 화폐가 교환되기 시작하면서 소비 사회가 팽창한다. 운송 수단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각 거점은 도시로 발달하였다. 증기선과 철도 등의 등장으로 상인 네트워크의 반경이 확대됨으로써 이주할 수 있는 조건이 만들어진다. 이것이 곧 디아스포라 사회, 유입 사회의 생산으로 이어졌다. 커뮤니케이션의 양이 증가하면서 책이 제작되고 신문이 발행되었다. 또 세계적으로 전신망이 곳곳에 구축되면서 속도가 빨라진다. 사진, 영상이 시작되었으며 건축도 등장한 시기다.
 
19세기에 인간의 이동성은 기존 국민국가들 사이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이동성은 국가와 사회를 형성하는 힘이 되기도 했다. 많은 경우에 사회와 국가는사실상 이동성으로부터, 이동성을 통해 생성되었다. 유입 사회는 19세기에 전세계적인 사회적 경관의 주된 요소가 되었다. - P941
 
19세기는 여러 모로 지금의 우리와 뗄레야 뗄 수 없는 많은 것들이 만들어졌다. 산업, 금융을 바탕으로 한 경제 시스템, 사진, 인쇄술, 영상을 대표하는 사회적 산물, 전 지구적으로 연결된 네트워크 기반으로 한 다양한 문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국가주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구조 등이 우리 곁에 지금도 존재하고 있는 것들이다.
 
다음 시리즈는 한국 근대사와 일제 강점기에 해당하는 시기라 개인적으로 가장 관심을 가지게 되는 시기다. 이 책도 기대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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