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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성과 감성

category 리뷰/책 2022. 6. 2. 09:47
이성과 감성을 읽으면서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얼마 읽지 않았을 때 어렴풋이 느꼈다.
 
동생 메리앤은 감정 표현에 솔직하다.
반면 언니 엘리너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절제하려고 노력한다.
엘리너는 이성, 메리앤은 감성을 대표한다 볼 수 있다.
 
나는 감정이 얼굴과 표정에 드러난다는 말이 많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데 좋은 감정이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불쾌하거나 싫은 감정이면 문제가 되곤 했다.
직장 생활을 해오면서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문제의 소지를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후로는 상황에 따라 감정을 통제하려는 노력을 하게 됐다.
 
소설을 읽으면서 종종 불편함을 느꼈던 것은
역시 본인이 없는 자리에서 거론되는 말들이었다.
나는 이것이 너무 불쾌하고 싫었다.
 
또한 듣고 싶은 대로, 보고 싶은 대로 보고 내뱉는 말들도 불쾌했다.
내가 듣는 말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내가 보는 상황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이를 그대로 남에게 전달한다면 어찌 되겠는가?
소설에서 군데 군데 그런 장면들이 여럿 보인다.
이것이 상대에게 비수로 다가갈 수도 있을텐데 하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여성들의 환경에 대해서 알 수 있는 대목들도 나온다.
이동에 있어서 보호자가 있어야 하는 등의 제한이 있고
기본적으로는 우아하고 교양 있는 태도를 으레 지녀야 하는 것 등이다.
또한 결혼에 있어서 경제적 조건이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는 부분을 볼 때는 오늘날과 다를 바가 없구나 생각하니 씁쓸하기도 했다.
 
여자는 온순하고 고분고분해야 하고 조용하고 말을 많이 하면 안되며 얌전해야 한다고 은연 중에 강박당해왔다.
나는 그것에 반하는 마음이 늘 있었으나 무섭고 두려워서 행동으로 이어지진 못했다.
다만 나는 조심성이 없다는 이야기와 여자답지 못하다는 말을 종종 들었다.
대체 왜 여자다워야 하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이지만 나는 그 자체로 나인데 왜 나를 컨트롤하려고 하는거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소설은 엘리너의 입장에서 전체적인 논지를 끌고 가는 느낌이 들었다.
여성의 입장에서 상황이나 감정이 묘사되고 있구나 싶은데 그래서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성들이 전체적으로 완벽함을 지닌 인물이 없다.
빈틈이 있다는 것인데 이는 의도적인 장치일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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