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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

category 리뷰/책 2013. 10. 31. 22:00

강신주는 참 솔직하고 당당하고 자신감이 있다. 

적어도 자신이 말하고 행동한 것에 대해서는 떳떳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가 멋지다 생각한다.


《철학이 필요한 시간》으로 책으로서 그를 처음 만났다.

서문을 보고 알았다. 벌써 단행본 17권이라니 대단하다 싶다.

책을 써보고 싶은 욕망이 있는 사람으로서 존경심이 일었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서는 1년에 2~3권의 책이 꾸준히 나오고 있으니 그의 삶이 얼마나 빨리 굴러갈지 짐작케 한다.


이 책은 지승호와의 인터뷰를 담은 책이다.

그의 삶과 지금까지 쓴 책들을 배경으로 현재의 인문학과 철학, 사회에 대한 이슈를 자유롭게 나눈 대담이 실려있다.


이 책을 관통하고 있는 핵심 가치는 인문 정신일 테고 핵심 단어라면 자유, 사랑, 김수영 정도가 아닐까.

그 중 김수영에 대한 이야기는 인상 깊었다.

예전에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가 김수영이라는 시인을 《김수영을 위하여》란 책에서 다뤘고 그만큼 애정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그 이상이란 생각이 들었다. 뿌리깊은 정신세계로 이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니까.

이념에 굴하지 않고 오직 자유라는 가치로 평생을 산 김수영.

김수영 하면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것처럼 강신주 하면 가장 먼저 자유라는 단어가 떠오를 것 같다.


이 책에서 나를 감동하게 만든 주장들을 뽑아보았다.


1. 글을 쓰는 사람, 저자로서 그가 가진 생각이 마음에 들었다.

독자가 실천할 수 있도록 이끌어줄 수 있는 글을 쓰려고 한다는 것 말이다.

나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 이론에 그치는 글은 결코 독자에게 다가설 수 없다 생각한다. 

삶은 현실이고 현실을 살아나가는 데 있어 나의 글이 조금이나마 실제적인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책을 쓴다면 반드시 그런 지침을 담고 싶다.


[106] 실천하도록 하는 글, 사람의 삶을 바꿀 수 있는 글, 관조하지 않도록 하는 글, 삶에 직면하고 살아감에 직면하는 글을 써야 해요. 죽었다 깨어나도.


2. 자기만의 스타일과 고유성을 가지라는 말이 좋았다.

이것은 와우의 가치와도 연결되는 개념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하고 남으로 살아서는 안 될텐데 누구의 것을 베끼면서 그저 그런 삶을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된다.

그렇게 하면 모방은 되겠지만 흉내만 내는 2인자가 될 뿐이니까.


[152] 모든 팽이는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기 때문에 제 스타일로 돌아야 하고 스스로 채찍질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스스로 도는 그때 민주주의가 완성되고, 그렇게 되면 시인이 불필요해진다는 게 김수영의 생각이에요.

김수영에게 시는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 나니까 쓸 수 있는 글이에요.

그러니까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된다는 것은 자기 얘기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된다는 거예요. 

김수영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시인이 되어서 시인이라는 구별이 없는 사회, 시인이 불필요해지는 사회예요.


3. 자기 감정을 드러내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나는 감정 표현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생각한 것을 때론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검열을 한다. 주변 사람들에 대한 배려 or 사회 기준이라는 것들로 나를 옭아맨다.

스스로가 세운 덫으로 답답해지거나 괴로워지기도 하는 걸 알면서도 익숙한 삶의 패턴대로 이렇게 살아온 게 몇십년이다.

특히 서운하거나 안 좋은 감정이 생겼을 경우 그것을 표현하지 않아 쌓이고 쌓여서 폭발하는 경우가 잦았다.

서운한 일이 생겼을 때 나의 감정을 표현했다면 사태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 감정을 표현하지도 않고 그렇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망상일 뿐이다.

앞으로는 좀 더 내 감정에 솔직하고 가까운 사람일수록 표현할 수 있도록 노력해보아야겠다.


[210] 사랑받으려면 항상 자기 감정을 드러내야 하고, 싫은 건 싫다고 해야 해요.

그러지 않고서 자기 마음을 알아주길 바라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거죠.


4. 고소공포증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놀랐다.

마치 짠 것처럼 10월에 다녀온 두 번의 산행에서 내가 한 행동이 책에 그대로 담겨 있었다.

누가 물어보면 늘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다 말했다. 사실은 겁이 많아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말이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이런 일들은 해보지도 않고 그만두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싫어. 못해. 무서워’ 이런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지만 결국 이는 남들에겐 민폐요, 내게 다가온 기회를 잃어버리게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528] 겁 많은 사람의 특징이 뭐냐면 안 해본 것은 무서운 것이고, 무서운 것은 나쁘고 저주스러운 것이라고 여긴다는 거예요.

제가 ‘번지점프 무섭죠?” 하고 물어보면 무섭대요. .해봤냐고 물어보면 안 해봤대요. 갇혀 있는 거예요.

그래서 사람들한테 그냥 하라고, 하면 된다고, 번지점프를 연속으로 다섯 번 하라고, 다섯 번 했는데 무서우면 그때는 진짜로 무서운 거라고 얘기해줘요.

고소공포증이라는 것 다 뻥이거든요. 산에 올라가면 고소공포증이 있대요. 그냥 무섭다고 하면 되지, 고소공포증은 무슨 고소공포증이에요?

그냥 무서운 거예요. 나 무섭다, 비겁하다, 용기 없다, 그러면 되잖아요. 고소공포증 하면 뭔가 본질적인 게 있는 것 같잖아요.


5. 내 욕망에 말 걸고 실행하자.

나는 욕망을 억누르고 규칙대로 살아가는 게 익숙한 편이다.

하지만 그 억누름들 중에 나를 흥분시키고 자극시키는 욕망이 여럿 있었다 생각한다.

그렇게 포기하고 넘어갔던 여러 가지 것들이 후회가 되었고 때론 스스로를 패배자라고 만들지 않았을까.

이젠 더 이상 그러지 말자 생각한다.

할까 말까 망설이는 일이 생긴다면 까짓것 해보자. 

그런 일을 놓치기에는 남은 인생이 참 아깝지 않나.


[565] 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망설이게 되는 지점들이 있어요. 검열이 들어오는 거거든요. 그러면 해야 돼요. 

기준은 그거예요. 그래야 검열을 넘어설 수 있어요. 일종의 모험이죠. 일종의 모험 같은 것들이 자기를 깨어나게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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