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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category 일상다반사/책 이야기 2013. 6. 21. 12:01
'오빠가 돌아왔다' 단편집 중 '이사'를 읽었다.

책을 읽으며 불과 작년에 새로운 집으로 이사를 하던 때가 떠올랐다.

신혼 살림이기 때문에 사실상 이사라기 보다는 짐들을 새로 넣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럼에도 엘리베이터 없이 3층까지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힘들었었다.


이사를 하면서 가장 속상한 것은 이전 집과의 작별일 것이다.

짧든 길든 그곳에서 살았던 추억과의 단절은 시원함보다는 섭섭함을 더 크게 느끼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속상한 것이 있다면 이사를 하면서 벌어지는 작은 사건? or 소동들이랄까.

짐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짐이 훼손되기도 하며 새집과 짐들간의 부딪힘도 생기면서 이삿짐 센터와의 실랑이도 생기는 것.


주인공 부부는 12층 아파트에서 5년간 살다가 17층 아파트로 이사를 하는 날이었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엘리베이터는 고장이 난데다 흐리고 황사 바람이 심한 날이었다.

고층 아파트에 엘리베이터 없이 짐을 오르락내리락하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이사의 관건은 날씨이기도 하다. 날씨가 좋아야 이사의 시작이 좋은데 매캐한 황사 바람으로 시작했으니 기분이 좋을리 없을테다.


누구나 하나쯤은 소중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 물건을 이삿짐 센터도 당연히 소중히 다뤄주었으면 하고 신신당부를 하지만 내 마음처럼 지켜지는 경우는 드물다.

주인공 부부에게는 귀가 달린 가야토기가 그런 물건이었다. 그래서 인부에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이사를 하고 나서야 짐이 사라진 것을 알았고 이전 건물로 가보니 산산조각이 나 있는 토기를 발견한다.

그 때의 허망함은 어떠했을까.


나에게 중요한 물건이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나에게는 그런 것이 책과 책장일 것이다.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사들인 것들이 내가 아닌 남의 손에 의하여 사라지거나 훼손된다면 폭발할 수 밖에 없다.


이미 깨져버린 토기를 두고 돌아섰을 주인공의 그림이 그려졌다. 어쩌면 토기가 깨지면서 이전 집과의 계약은 단절되고 새 집과의 만남을 생각하게 만들었을지 모르겠다.

부부는 17층 집에서 어쨌든 새로운 삶을 시작할 것이다. 과연 이 곳에서는 어떤 사건과 추억들이 만들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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