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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남편의 지인의 결혼식이 있어 강릉에  다녀와야 해서 아침부터 부산히 움직였다.

 

9시까지 잠실역으로 오라 해서 갔더니 알고 보니 잠실운동장역이었다.

대절한 차를 타고 함께 이동한다고 해서 마음이 급했던 것이다.

차에서 기다리는 다른 분들을 위해 얼른 잠실운동장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결국 10분 정도 늦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가 가장 늦지 않았다는 것일까-_-

우리보다 10분 더 늦게 도착한 사람이 있었으니 말이다.

 

신부측 대절차는 총 2대로 사람들이 모두 꽉꽉 차 있었다.

여유있게 갈 수 있었으면 했지만 우리의 자리는 맨 뒷 좌석 그것도 중간이었다.

옆에는 남정네들이 앉아있어서 안 그래도 비좁은 자리가 더 비좁게 느껴졌다.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가는 동안 잠이 쏟아졌는데 여기에서 자려니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강릉 톨게이트로 나가서도  20여분을 달려 오후 1시가 다된 시각, 드디어 결혼식장에 도착했다.

결혼식장 주변은 낮은 집들이 대부분, 허허벌판에 예식장만 달랑 있으니 뭔가 외로워 보였다.

 

날이 풀린 탓도 있었지만 오후 강릉의 온도는 따뜻하게 느껴졌다.

요사이 서울은 너무 추웠으니 이런 따뜻함이 고맙게 느껴졌다.

순간 한달 전 로마에 갔을 때 따뜻했던 날씨가 떠오르기도 했다.

1시반부터였기 때문에 주변을 잠시  둘러보았는데 웨딩카를 발견하고 흠칫 놀랐다.

차종이 다마스였던 것이다.

아반떼는 많이 봤지만 다마스는 참으로 신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나와 근처 강릉의 커피거리로 걸음을 옮기기로 했다.

솔바람다리를 건너야했는데 솔바람다리라기보다는 칼바람다리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법했다.

바다바람이 무척 매서웠으니 말이다.

 

그래도 겨울바다를 본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으니 만족한다^^

이런 황홀한 풍경을 보았으니 좋았다.

 

다리 위에서 바람을 맞으며 이렇게 자유인이 되기도 했다.

 

커피거리의 초입, 신기한 건물을 발견했다.

그리스의 산토리니를 가보지는 않았으나 여러 매체를 통해서 모습을 알고 있었는데 그와 똑같은 건물구조를 발견한 것이다.

그런데 건물명칭을 보니 정말로 산토리니 이렇게 적혀있었다.

맞은편은 이렇게 근사함을 담고 있는 모습이었는데 역시 카페였다.

가볼까 했었는데 왠지 외관이 화려한 곳은 생각보다 별로인 곳이 많다 생각해서 발길이 이어지지는 않았다.

 

근처가 바로 경포대였기 때문에 우리는 잠시 바다를 바라보고 모래를 밟기도 했다.

운동화를 신었다면 편했을텐데 낮은 굽의 구두를 신고 있었기 때문에 모래가 자꾸 들어가려 해서 조금 보다가 발길을 돌렸다^^

 

우리는 ‘모래 위에서 쓰는 편지’ 라고 하는 로스팅 카페에 들어갔다.

나는 예멘 모카 마타리 를 시켰는데 단맛이 좀 많았고 남편은 파푸아뉴기니를 시켰는데 쓴맛이 많았다.

경포대 바다를 바라보며 마시는 커피맛은 아주 좋았다^^

 

 

강릉에 왔는데 이대로 가기는 아쉬웠다.

그래서 근처에 에디슨박물관이 있다고 해서 그곳으로 이동을 했다.

 

건물의 이름은 참소리 축음기 에디슨과학 박물관.

대인 기준으로 7천원의 요금을 내고 들어가면 된다.

요금이 좀 비싸다 싶었는데 박물관 안의 내용물들을 보고 나니 전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가 않는다.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방문객들을 위한 설명을 해주기 때문이다.

 

먼저 우리가 본 것은 축음기들이었다.

TV 속에서 나오던 옛날 축음기들은 참 멋이 없었는데 이곳 축음기들은 참으로 다양하고 예쁘기 그지 없었다.

아쉽게도 축음기 박물관은 사진촬영이 안되기 때문에 기념엽서들로 아쉬움을 달래야 했다.

 

이어서 에디슨 과학박물관을 관람했다.

에디슨이라고 하면 그저 전기와 전구를 연구했던 과학자라고 단순하게만 외우고 있었는데 그가 발명한 여러 가지 제품들을 보고 나니 입이 떡 벌어졌다.

가전 제품, 홈 가전 제품, 전기, 전구, 자동차 등등 거의 손을 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유일하게 촬영이 가능했던 곳인 홈 가전 제품 쪽은 특히 감탄이 끊이질 않았다.

냉장고, 세탁기, 분쇄기, 다리미, 캐쉬기, 전기펜 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박물관 관장이라는 사람은 6살 때 아버지에게 축음기를 선물 받을 정도로 부호의 자식이었다고 하는데 부럽기도 했다.

어쨌든 그래도 박물관 관장 덕분에 이렇게 옛날의 기록들을 눈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좋은 체험이고 학습인 것 같다.

 

분명 이 사람은 수집광임에 틀림없는 것 같다.

축음기 뿐만 아니라 에디슨 관련 물품들, 영화 관련 소품들, 카메라 등등 많은 것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이제 이 곳을 빠져나와 오죽헌에 잠시 들렀다 가기로 했다.

버스 정류장에 가려고 하는데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데 신혼여행 때 피렌체에 가서 산 가죽장갑을 잃어버림을 안 것이다…ㅜㅜ

아마도 박물관 오기 전에 택시를 탔는데 거기 두고 내린 듯 싶다.

Made In Italy 글자가 떠오르면서 갑자기 속상해졌는데 남편은 Made In China 상표를 변경하고 파는 걸꺼라며 그만 속상해 하라고 했다.

사실 브랜드 장갑도 아니고 가죽시장에서 산 거니까 비싼 것도 아닌데다 이미 잃어버린 것을 되돌릴 수도 없는 거니까 털어버려야 겠다 생각했다.

 

20여분을 기다려 오죽헌에 5시반쯤 도착했다.

허나 동절기라 입장시간이 지난 터였다. 그래도 출입문을 아예 막은 건 아니라서 얼른 둘러보고 나오자 싶었다.

이이 동상을 지나 오죽헌으로 들어갔다.

참으로 소박하게 지어진 집이었다. 검소했던 이이와 신사임당의 모습이 느껴졌다.

 

 

짧은 시간이라 아쉬웠기에 다음 번에 오면 찬찬히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미널로 이동하여 표를 예매하고 터미널 앞 한식당에 들어가서 오삼불고기에 막걸리를 먹으려 했다.

그러나 생막걸리가 아닌 탁주밖에 없어서 그냥 소주로 전환했다.

항상 지방에 가면 지방 고유의 막걸리를 사오곤 하는데 이곳은 근처를 뒤져봐도 파는 데가 없다.

강릉은 너무 큰 도시인가? 흠흠…

 

 

반나절의 외출이었지만 즐겁고 소소한 재미를 안겨다준 하루였다.

귀찮다고 결혼식을 가지 않았다면 얻지 못했을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