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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처음 읽는 서양철학사

category 리뷰/책 2012. 1. 22. 11:28

처음읽는서양철학사
카테고리 인문 > 철학
지은이 안광복 (웅진지식하우스,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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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 이 책은 철학가들의 삶과 그들이 주장한 바를 가볍게 풀어낸 철학 입문서이다. 사실 나는 철학가들을 잘 알지도 못했고 철학에 관심도 없었다. 소크라테스, 플라톤, 칸트 등 자주 들어 익숙해졌던 이름을 제외하면 더욱이 그랬다.

 

38인의 철학자들 중 나는 듀이, 러셀, 후설 이 세 명의 철학자들에게 끌렸다. 뽑은 철학자들을 놓고 보니 모두 근대 철학자들임을 알 수 있다. 근대 이전에는 종교라는 것이 큰 힘을 발휘하던 시대가 아니었던가. 나는 무신론자여서 그런지 신앙의 힘보다는 자아의 힘을 중요시하는 사람이라 중세까지의 철학자들에는 관심이 덜 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학의 논리만 주장하는 철학자들은 배제하고 싶었다. 2번의 세계전쟁의 뼈아픔을 수 없는 역사 자료를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듀이가 마음에 든 이유는 그가 가진 교육관과 실용주의, 건전한 비판정신 때문이었다.

 

베이징 대학에서 주는 일본 정부가 학술 훈장을 주려 하자 그는 일본이 '민주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단호하게 거절했다. 명성이 절정에 이른 상황에서도 건전한 비판 정신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듀이는 철학자의 진정한 역할은 공허한 관념을 둘러싸고 논쟁을 벌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를 개혁하는 데 있다고 생각했다.

듀이는 평생 자신이 주장했던 일하면서 배우는 자세를 잃지 않았다. 그가 남긴 저술의 대부분은 60세 이후에 쓴 것이다. (342p)

 

그리고 러셀의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문제 해결의 자세가 마음에 들었다. 배운 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은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 돌아가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뒷짐지는 학자들의 태도는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면에서 러셀은 참으로 멋진 철학자라 생각한다.

 

1941년에 제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러셀은 이 전쟁을 한 마디로 '미친 전쟁'으로 규정했다. 그가 보기에 이 전쟁은 누구에게도 이익이 되지 않는 무의미한 자존심 싸움에 불과했다. 러셀은 적극적으로 전쟁 반대 운동에 나섰고, 징병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352p)

또 다시 세계대전이 일어났다. 이번에도 그는 인류를 파멸시키는 전쟁에 맞서 격렬하게 투쟁했다.

다른 사람들 같으면 모든 일을 정리할 나이에 핵무기 개발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면서 또 다시 정부의 탄압을 받았다.(356p)

1970년 눈을 감기 전까지 잔혹한 학살극이 될 것이 분명한 베트남 전쟁에 반대 운동을 폈다. 옳지 않은 일에 끊임없이 문제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철학자의 역할에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한 것이다. 《자서전》에서 그는 자신의 삶을 사로잡았던 것은 사랑에 대한 동경, 지적 욕구, 그리고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을 수 없는 연민이었다고 고백했다. (357p)

 

후설에 대해 좋게 평가할 것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를 주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후설이 활동할 당시는 과학이 지배하던 사회였다. 그런 사회에서 그의 주장은 중요성을 띨 수 밖에 없다.

 

후설은 77세 되던 해인 1936년 《유럽 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 현상학적 철학 입문》을 발표한다. 여기서 그는 유럽이 정신적 위기를 겪게 된 것은 생활 세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때 생활 세계란 우리가 살아가는 구체적인 세상을 뜻한다.

후설은 생활 세계에 대한 탐구를 통해 과학의 비인간성을 극복하려 했던 것이다. (380p)

후설은, 확실한 것은 객관적인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인간 내면에 있는 정신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인간을 객관적이고 수치화된 세상에 끼워 맞추려는 과학 문명에 맞서, 주체적인 이성과 인간성의 가치를 강조했다. 이 점에서 그는 시대를 앞서 간 철학자였다. (383p)

 

그럼 철학자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고 철학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친절히 책 서두에 달아놓았다.

 

철학자란 재판이나 흥정, 일상의 세세한 일에는 어수룩하고 둔한 사람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은 삶과 세계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한다. 이 같은 고민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을 더 가치 있고 보람 있게 만든다.

 

철학은 작은 이익에 매달린 나머지, 삶의 근본적인 가치와 의미를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해 준다.(20p)

 

 

이 책을 통해 서양철학가들 38명을 만날 수 있으며 철학가들을 통해 서양철학사의 계보도 자연히 흐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유가 있든 이유가 없든 철학과 철학가라는 단어에 난해함을 가진 독자였다면 이 책을 통해 분명 물꼬를 가볍게 틀 수 있으리라 본다. 그만큼 쉽고 친절하게 쓰여진 책이다.

 

또한 한 철학자의 내용이 끝날 때마다 '철학 실험실', '원전 속으로', '철학자의 뒤안길'을 달아둔 점이 좋았다. 나는 이것을 통해 책을 그저 끝까지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닌 중도에 책을 내려놓고 주제에 대해 생각해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느낀 것처럼 철학서는 더욱 그래야만 하는 점에서 작가의 배려가 느껴지는 점이었다.

 

그 내용들 중 나를 붙잡은 것은 '인간이 왜 기계보다 존엄한가?' 와 '왜 민주주의가 독재정치보다 나은가?', '윤리와 과학이 별개인가?', '규범을 지키는 것이 반드시 정의로 이어지는가?' 이처럼 많았다. 이 부분은 그냥 넘기지 말고 마음에 드는 주제라면 책을 내려놓고 생각해보고 이를 삶까지 옮겨간다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철학에 대한 어려움을 벗고 풍덩 입문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