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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category 리뷰/책 2022. 1. 17. 10:08
[제목] 메이지 유신이 조선에 묻다
저자 : 조용준
출판 : 도도
발매 : 2018.11.05

메이지 유신은 일본이 근대 국가로 나아가게 만든 계기가 된 사건이다.
하지만 한국과 결코 뗄 수 없는 사건임에도 우리는 잊고 살거나 또는 잊고 싶거나 눈을 질끈 만들게 하는 구석이 있다.

이 책은 메이지 유신 150주년이 되던 2018년 출간된 것으로
메이지 유신에 대해 무지하거나 왜곡된 시각에서 바라보는 독자들을 위해 쓰여졌다.
작가는 기존의 메이지 유신 관련 서적들을 읽었지만 스스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 못해서 더 연구하게 됐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나도 일본이 조선을 병탄하고 식민지 전쟁에 뛰어든 후 군국주의로 흘러간 이후의 역사는 오히려 익숙했지만
메이지 유신의 배경과 전개 과정에 대해서는 잘 몰랐던 것 같다.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뒤로 미뤄져서 어느덧 이렇게 되었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메이지 유신 사건 딱 그것만 설명하지 않고
임진왜란 이후부터 바쿠후(막부)와 번의 변화에 대해 긴 호흡으로 독자들을 이끌며 설명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가톨릭을 조선보다 훨씬 일찍 받아들였다.
하지만 일본도 가톨릭에 대한 극심한 탄압의 과정이 이어진다.

일본에 가톨릭을 전한 사람은 스페인 나바라 왕국, 지금의 바스크 지방 출신인 성 프란치스코 하비에르다. 
하비에르는 포교를 위해 인도 고아에 도착했고 말라카에서 일본인 안지로를 만나 일본땅으로 함께 가게 된다. 
이로써 일본의 가톨릭 신자 기리시탄의 역사가 시작되는 것이다.

작년 말 크리스마스 때 TV 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에서 조선의 천주교 신자 정약종에 대해 다룬 적이 있다.
그 때 기리시탄이라는 용어도 들었고 조선의 천주교의 유래와 가톨릭 특성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는데 그게 이 부분을 읽을 때 더 친숙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하지만 바테렌 추방령(덴쇼 15년 6월 19일)으로 예수회와 기리시탄 다이묘(영주)들은 조선 침략 선봉에 서게 되는 아이러니가 벌어진다.
인도 고아의 알레산드로 발리냐노(예수회 동인도 선교 총책임자)는 히데요시를 달래기 위해 다이묘들에게 협력을 부탁했던 것이다.

임진왜란 때 출병한 일본 병사 중 기리시탄들이 이 때문에 많았다고 한다.
그럼 이후 일본에서 가톨릭은 순항을 했느냐. 결코 그렇지 않다.
포르투갈의 예수회로 가톨릭을 받아들인 것을 시기한 스페인의 프란체스코 수도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 비교적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도자기와 도기공에 대한 이야기다.
임진왜란 이후 도기공들이 많이 끌려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그 이후의 삶에 대해서는 많이 주목받지 못했다.
그 이후 그들이 일본에서 어떻게 정착했는지 그 끝은 어떠했는지 다루고 있다.
그들의 노고로 일본 도자기는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떨치게 된다.

도자기를 수출할 수 있었던 것은 국제 정세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누르하치가 명을 무너뜨리고 청을 세우는 동안 이어진 혼란으로 청나라는 1656년과 1661년 사이 해외 무역을 금지시킴으로써 자국의 도자기 수출이 중단되었다.
이 때 네덜란드는 중국 도자기로 이득을 보고 있었는데 그 대안으로 일본의 아리타에 주문을 하게 된 것이다.
중국으로 갈 수 없는 정성공도 나가사키로 가 도자기를 사들였다.

정성공은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해상무역을 하던 정지룡의 아들로 타이완에서는 영웅으로 추앙을 받는 인물이다.
이 때의 동아시아 해상무역의 역사는 이전에 읽었던 '도해 타이완사'를 통해서 읽은 것이 도움이 되었다.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역시 메이지 유신이 발생하는 1800년대 이후의 역사다.
메이지 유신은 조슈, 사쓰마, 사가 이 세 개의 번에 의해 달성되었다.
바쿠후(막부) 말기 번이 270여 개에 달했다고 하는데 그 중 세 개의 번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이었나?
세 개의 번은 임진왜란 때 조선 출병에 가장 앞섰고 도쿠가와 바쿠후(막부)와 맞섰던 세력이며 영국 무기상과 밀착 관계를 가지며 무기를 사들였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군대가 있었고 막부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으며 군대를 움직일 무기가 있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에 충분한 조건이었다.

책에서는 세 번에 대해서 챕터를 따로 두어 다루고 있어 도움이 된다.
이를 통해 각 번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장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단점도 눈에 들어왔다.

물론 역사에서 빈 부분은 추측을 할 수 밖에 없지만
추측이 많다보니 주장에 설득력이 떨어지는 곳이 있었다.

남은 기록이 숨겨졌거나 지워졌을 뿐이지 
작가가 말한 추측은 말 그대로 추측일 뿐이고 그대로 신뢰하기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독자에게 머릿 속으로 상상해보는 묘미는 줄 수 있겠지만
역사는 팩트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별 세 개를 준 이유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장점이 더 많은 책이라는 생각이 드니 직접 읽고 판단하기 바란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서든 읽기 전이든 메이지 유신에 대해서 연구해오신 이 분의 책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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