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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신조협려

category 리뷰/책 2021. 12. 20. 10:36

신조협려는 김용 삼부작 중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부작의 시작점으로 알려진 사조영웅전을 2017년에 드라마로 접하고 김용의 무협에 빠져들었다.

바보 같은 곽정이 짜증이 나고 답답하면서도 황용을 만나 사랑을 하고 영웅으로 성장하는 모습과 호쾌한 무술을 보는 매력도 있어 좋아했다.

그런데 사조영웅전이 최고라 생각했었던 내가 2014년 신조협려 드라마를 보고 빠져들었다.

주인공의 비주얼로 논란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고

CG가 많이 어색한 걸 제외하곤 스토리가 재밌어서 금방 빠져들었다.

재밌어서 2~3번을 연달아 봤던 것 같다.

그리고는 신조협려가 왜 김용 3부작 중 더 많은 사랑을 받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인간의 희노애락을 주제로 담고 있어서 감정 이입이 많이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특히 캐릭터가 선과 악으로 확실히 구분되지 않는 점이 좋았다.

대부분의 인간은 선과 악의 감정을 다 가지고 있고 둘 중 어느 것이 좀 더 표출되느냐에 따라 달라질텐데 신조협려 캐릭터들이 어느 것 하나 치우친 면이 덜해서다.

완벽하지 않고 조금씩 흠결이 있어서 정감이 간다고 해야 할까.

악인으로 분류되는 캐릭터도 어느 한 구석은 장점을 보여주는 식이다.



인상적인 사건과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정리해보자.



기억에 남는 인물부터 정리하면 이막수, 황약사, 주백통, 곽부만 이야기해보겠다.



이막수는 악인이지만 악함 뒤에 숨겨진 배경이 공감이 많이 되었다.

이막수의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이해가 안되는 건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에 배신당했을 때의 슬픔과 처절함을 경험해본 사람은 공감하는 면이 있지 않을까.

이후 곽양을 만나서 모성을 드러내기도 하지만 결국 절정곡의 정화숲에서 화염에 휩싸여 죽을 때는 안타까움이 컸다. 



황약사와 주백통은 양과와 소용녀의 사랑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어른들이다. 

둘 다 자유로운 영혼들이며 속박과 구속에 얽매이는 것을 싫어한다. 

스승과 제자가 사랑한다고 했을 때 무림인들은 모두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욕한다. 

이 때가 송나라가 배경인데 주자가 나오고 주자학이 성립되었던 시기인 만큼 규율과 예법, 도리 등이 무척 강조되었다. 

이런 배경 속에서 둘의 사랑이 무슨 문제냐며 축복해주는 두 사람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곽부에 대한 소회다. 

작품 전체에서 가장 싫은 캐릭터가 그녀였다. 왜 저러나 싶은 장면이 계속 나와서 힘들었다. 

어미인 황용이 이뻐하며 너무 받아주고 오냐오냐 키워서 버릇이 없는데다 자기 마음에 들지 않거나 수틀리면 그냥 내지르고 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잘못을 하고도 사과를 안 하고 오히려 큰소리치며 내가 잘못한 게 뭔데 라는 반응을 보인다. 

혼날 것이 두려워서 피하고 다칠까 무서워 도망가려하는 모습과 엄마의 치마 폭에 쌓여서 문제가 발생하면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다. 

여러 악인들이 등장하는데 악인들보다도 그녀가 더 싫었다. 

왜 그러는지 생각해보면 역시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하는 부분들을 다 가지고 있어서인 것 같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너무 많지만 몇 개만 꼽아보겠다. 

여러 차례 주변 사람의 멸시와 오해 속에 만남과 이별을 오가는 양과와 소용녀는 서로에 대한 끈끈한 사랑을 보여준다. 

한 사람을 흔들림 없이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어쩌면 운명보다는 의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로 노력하지 않으면 사랑을 유지하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홍칠공과 구양봉이 화산에서 무술 대결을 펼치며 생을 마감하는 장면을 꼽고 싶다. 

둘은 오랜 악연을 가지고 있었지만 마지막에는 서로에 대한 원한을 털어버리고 평안하게 눈을 감는다. 

이상하게 이 장면은 책에서도 드라마에서도 너무 인상적이었고 뭉클했다. 

죽는 순간까지도 의연하게 맞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어서였을까.



마지막으로 양과와 곽부가 화해하는 장면이다. 

남편이 양양성 전투에서 위험한 상황에 빠지자 곽부는 양과에게 그동안 자신의 잘못을 용서해달라며 손을 내민다. 

곽부가 그동안 양과에게 했던 행동을 돌아보며 자신의 마음이 질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이제 시간이 훌쩍 지나 서로 짝을 찾아 안정을 찾았으니 다행이고 뒤늦게라도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양과에게 용서를 구해서 진정한 해피엔딩이 된 것 같다.


무협물을 좋아한다면 반드시 읽어봐야 할 작품.

그리고 그렇지 않더라도 소설적 구조가 잘 짜여져 있고 캐릭터도 생생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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