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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재생

category 리뷰/책 2021. 11. 16. 17:28

작품과 삶을 연결해서 보는 편인가? 분리해서 보는 편인가?

작품을 미친듯이 잘 쓰면 작가의 이력이 좋지 않더라도 무마될 수 있는가 말이다.

나는 사실 그러질 못하는 것 같다. 아무래도 보는 내내 색안경을 끼고 보게 된다. 순수하게 작품만을 보자 하면서도 그러질 못하겠다.



당시 최고의 글쟁이였던 이광수는 누구보다 신문물을 빨리 받아들인 지식인이었다.

누구보다 대중을 이끌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었는데 좋은 방향으로 가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 소설은 1924년 11월 9일부터 1925년 9월 28일까지 동아일보에 연재된 것을 1934년 단행본으로 엮은 것이다.

한국 근대소설의 특징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전통주의적 가치관이 신문물(자본주의, 기독교적 세계관)과 충돌하며 파괴될듯 융합되는 혼란상을 경험하게 된다는 것.



소설 속에서 여러 군데 조선은 깨어나야 한다는 개화에 대한 생각과 기독교적 냄새를 맡을 수 있고(선교사라는 직업도 등장하고 회개한다고 예수를 찾는 등...) 이것이 마치 본인을 위한 변명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약간은 불편한 부분도 있었다.



3.1운동에 뛰어든 학생들과 종로경찰서에 폭탄을 투척한 김상옥 의사의 의거 등 사건이 등장한다지만 줄거리의 대부분은 남녀의 치정극에 매몰되어 있다. (이수일과 심순애의 신파극의 스토리를 생각하면 비슷할 것 같다.)

아무리 신여성이 등장하고 자유연애가 유행했다고는 하지만 여성들이 특히 정조의 관념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아 씁쓸함이 인다. 

일부 여성들은 '사랑만이 다가 아니다. 사랑하더라도 자유롭게 만나고 헤어지자' 한다. 그러나 그들도 버림받을까 두려워 전전긍긍 하기도 한다. 사랑을 쫓다 파멸하고 마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지금으로 생각하면 막장드라마 같은 느낌도 나고(그때는 그게 흔했던 것 같지만) 진부한 스토리인데 재미나게 글을 잘 쓰는 능력을 가진지라 주인공 심정에 이입해서 분노하며 읽었다.

법률에는 첩을 보호하는 조문이 없다. 남편이 자기를 내보내려면 아무 때나 내보낼 수가 있다.
자기도 남의 남편을 빼앗아 사는 판에 남이 나의 남편을 빼앗는다고 나서서 말할 아무 권리도 없었다.
순영은 자기의 남편이 자기에게 요구하는 것이 오직 성욕의 만족인 것을 잘 알고 또 자기가 도저히 그 남편의 강한 성욕을 만족시키지 못한 것을 안다.
또 순영은 과거 일 년 동안에 남편에게 육의 만족을 주느라고 기생이 하는 모든 버릇까지 배우려고 앴는 것을 생각하였고, 그러하는 동안에 께끗하던 몸에 매독과 임질까지 올린 것을 생각하였다.
‘그 놈 때문에 내가 일생을 망쳤는데.... 이놈, 내 일생을 망쳐놓고는....‘ - P409

봉구의 눈앞에는 다시 조선이 떠나온다. 산은 헐벗고 냇물은 말랐는데 그 틈에 끼여 있는 수없는 쓰러져가는 초가집들, 그 속에서 먹을 것이 없고 입을 것이 없어 허덕이는 이들, 앓는 이들, 우는 이들, 죽는 이들, 희망 없는 기운 없는 눈들, 영양 불량과 과도한 노동으로 휘어진 등들, 가난과 천대에 시달려서 구부러지고 비틀어진 맘들,
그러면서도 서로 물고 할퀴는 비참한 모양과 소리, 이런 것이 봉구의 눈앞에 분명한 비전이 되어 나뜬다.
"가거라! 어머니의 사랑과 노예의 겸손으로 저들 불쌍한 백성에게로 가거라!"
봉구의 귀에는 분명히 이 소리가 울린다. - P493

"모든 빛난 것이여! 모든 호화로운 것이여! 모든 아름다운 것이여! 다 가라!
조선의 모든 백성들이 다 안락을 누릴 때까지 내게 한가함이 없으리라."
"가자! 우리 님에게로 가자! 불쌍한 조선 백성에게로 가자!
농부에게로 가자! 거기서 그들과 같이 땀 흘리고 그들과 같이 울고 웃고 그들과 같이 늙고 같이 죽어 그들과 같은 공동묘지에 묻히자." - P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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